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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담초이 Madame Choi Nov 17. 2021

Ep.6 메콩강에 남의 '나이키 오리지널'신고 간 썰.

<카페에서 신발을 도둑맞다.>

 지금은 좀 덜하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적어도 호치민에는 좀도둑과 소매치기가 참 많았다. 심지어 길을 걸으며 통화하고 있는 중인데도 휴대폰을 날치기당하는 경우도 있었으니 말이다. 또한 카페나 식당에 노트북을 두고 잠시 화장실을 가기 라도 하면 그 노트북은 이미 다른 이의 손에 들려 그 자리에 없는 일들이 다반사였다. 지금도 물론 그런 얘기들은 종종 들려오긴 한다.


  2014년도 7월 호치민.

남편의 사업차 싱가폴을 거쳐 베트남 호치민에 갔는데 마침 남편의 신발 밑창이 똑 떨어져 나갔다. 여분의 신발도 없는데...

남편은 여긴 살 것도 없고, 공산품은 괜히 비싼데 이왕 떨어질 거였음 선택의 폭도 넓고 할인도 많은 싱가폴에서 떨어질 것이지 왜 하필 이제 와서 떨어지냐며 투덜대면서 밑창 떨어진 신발을 질질 끌고 호텔 근처 신발 가게에 갔다.

거기서 다행히 맘에 드는 신발을 찾아 우리 돈 10만 원 정도 주고 단화를 하나 샀다. 그리고 그 낡은 신발은 버리고 새 신을 신은 남편은 잘 샀다며 아주 좋아라 하였다.


 그날 저녁,

호치민에 살고 있는 남편 친구 부부가 차 한잔 하자며 '윙훼' 거리에 있는 오래된 아파트를 개조해 아파트 전체가 카페가 되어버린 그 당시 핫 플레이스로 우리를 데려가 주었다. 그 안에 tea shop이 있었는데 내가 tea를 워낙 좋아해 친구분 아내가 일부로 생각해서 데리고 간 것이다.

추억을 만들어 준 그 카페

한 층, 한 층 계단을 오르며 60~70년대로 간 것 같은 느낌에 너무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입구에 들어서니 신발을 벗으란다. 마치 친구 집에 온 듯한 편안한 분위기에 매료되어 카페 여기저기도 둘러보고 tea를 마시며 즐거운 담소를 나누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두 시간쯤 지났을까?! 카페 직원이 와서 이제 문을 닫을 시간이라고 알려준다. 우리는 신발을 신고 나가려는데 갑자기 남편이 신발이 없어졌단다... 오늘 새로 산 신발인데...

 손님들이 모두 나가고 우리만 남았는데 여전히 남편 신발은 없고 신발장에는 다른 신발도 한 켤레도 없는 게 아닌가. 그렇다면 누군가 자신의 신발도 가져가고 남편의 신발도 가져갔다는 얘긴데, 카페엔 CCTV도 없고 내일 아침 일찍부터 메콩강 투어를 가야 하는데 참 답답한 노릇이다.

이렇듯 우리가 당황한 채로 집에도 못 가고 있으니 착해 보이는 남자 직원이 다가와 죄송하다며 자기 신발을 빌려준단다. 본인은 매장서 일 할 때 신는 신발을 신고 간다며... 일단 우리도 호텔로 가야 하니 염치를 무릅쓰고 빌려달라고 했다.

직원은 까만색 고무 슬리퍼를 주더니 이걸 신고 가란다. 그런데 남편이 망설이다 한 마디 꺼낸다.

"그런데 나, 내일 아침 7시에 메콩강 투어를 떠나는데... 신발을 아침에 살 곳도 없고 해서,, 미안하지만 이거 신고 다녀와도 돼요? 오후에 돌아와서 돌려 줄게요."

그렇다... 우린 아침 7시에 메콩강을 가야 했다.

그 말을 들은 직원은 살짝 울먹이는 표정을 짓더니

"이거 나이키 오리지널이에요. 다녀와서 꼭 돌려주세요." 한다.

우리도 엄청 미안했지만 어쩔 수 없이 남편은 그 신발을 신고 호텔로 돌아왔고 다음 날 아침 일찍 그 신발을 신고 험난한 메콩강 투어를 떠났다. 한참을 걷고, 또 걷고 배를 타고 하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슬리퍼를 신고 온 사람은 남편밖에 없다. 나는 모든 상황이 그저 웃겨 웃음이 났다.

나이키 오리지널 슬리퍼를 신고 메콩강 투어 중.


마지막 코스를 앞에 두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장대 같은 스콜이 쏟아진다. 그리하여 나이키 오리지널 슬리퍼는 어쩔 수 없이 진흙에 이리저리....

 오후 5시 무사히 호치민에 도착한 우리는 호텔이 있는 동커이 거리에 들어서자마자 전 날 남편이 구입한 신발가게에 가서 전 날 산 신발과 똑같은 신발을 또 샀다. 직원이 왜 같은 신발을 또 사냐며 신고 온 슬리퍼는 버려도 되냐 물어서 남편은 손 사레를 치며 절대로 버리면 안 된다며 이 속 쓰린 사연을 얘기한다. 듣고 있던 직원은 빵 터져 웃으며 슬리퍼를 잘 싸준다.


  그리고 호텔로 돌아온 남편은 진흙 투성이의 슬리퍼를 열심히 열심히 빨았는데

남편 왈..."이거... 왜 진흙만 나오는 게 아니라 검은 땟물이 계속 나와?" 하며 점점 지쳐가는 목소리다.

깨끗이 빤다고 빤 슬리퍼와
직원과 추억 인증숏.

  아무쪼록. 깨끗이 빤 신발과 그 직원에게 줄 초콜릿 선물을 가지고 전 날의 그 카페에 다시 찾아갔다. 직원은 남편을 보고 어찌나 반가워하는지.

신발을 새로 산 당일 날 잃어버린 우리도 당황스러웠지만 그 직원도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

처음  이방인의 어려움에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믿고 도움을   직원...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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