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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담초이 Madame Choi Nov 29. 2021

Ep7.사이공에서 들려주는 아직 끝나지 않은 미스사이공

<아직도 어딘가에 살고 있을 킴과 크리스를 생각하며...>

 

전쟁의 참혹함과 소녀(사이공 전쟁 박물관)


 고작 17세 소녀 `킴`은 전쟁으로 부모와 가족을 모두 잃고 고아가 되었다.

그녀가 어떻게 사이공의 미군 클럽 '드림랜드'에 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드림랜드의 포주인 '엔지니어'는 그녀가 순수한 처녀라며 '미스 사이공'으로 내세워 미군에게 그녀를 팔아버렸다. 그 불쌍한 소녀 킴은 그렇게 미군 병사 '크리스'와 만나게 되었고 그렇게 둘은 하룻밤 상대에서 연민으로, 연민에서 사랑으로 이어져 결혼을 하게 되고 둘은 곧 전쟁의 불길이 거센 사이공을 떠나 미국으로 갈 '아메리칸드림'을 꿈꾸고 있었다.


 그러나 1978년, 사이공이 함락되고 크리스는 급하게 부대로 복귀하게 되면서 집에 혼자 남겨진 킴이 걱정되어 자신의 총을 주며 곧 돌아올 테지만 무슨 일이 생기면 이 총으로 킴 자신을 지키라고 한다.

그러나 부대에 복귀하게 된 크리스는 급박한 상황 속에 상부의 명령으로 강제로 본국에 가게 될 상황에 놓이는데 킴을 데려 오려고 아무리 연락을 해 보아도 닿지 않는다.

한편 그 시각, 킴은 불안해서 참지 못하고 집에서 나와 미 대사관에 가서 '자신은 미군의 아내'라고 남편이 안에 있다고 들어가게 해 달라고 사정해 보지만 이미 몰려든 수많은 인파에 밀려나고 크리스를 태운 마지막 헬기는 그렇게 사이공과 킴을 떠나버린다.


 그 이후의 킴의 삶은 비참하기만 하다.

미군의 여자였고, 미군의 아이를 낳은 킴은 숨어 살며 언제 들어도 슬픈 넘버 'I still believe'를 부르면서 크리스가 언젠가는 꼭 다시 올 거라고 믿는다. (뮤지컬 넘버를 소개할 새 매거진에서 자세히 설명할 예정이다.)

그 당시 혼혈아들을 부르던 말이 있다. 'Bui Doi' 부이도이... 바로 '먼지 같은 인생'이라는 뜻이다.

이 단어만 봐도 그들이 얼마나 힘든 삶을 살았을지 짐작이 간다.

 

 킴의 바람대로 크리스가 다시 돌아왔다.

그의 미국인 아내와 함께...

킴은 믿을 수 없었다. 처음 만난 날의 기억, 사랑한 기억, 결혼식의 기억, 어쩔 수 없이 헤어지던 그날의 기억, 그 무엇보다 그의 아들 '탬'의 존재가 여기 이렇게도 또렷한데, 아무리 자신이 그의 아내라고 외쳐보지만 이제 현실은 그게 아니다.

크리스 역시 킴을 무척이나 그리워했었지만 킴을 그리면 그릴 수록 전쟁의 상흔이 함께 그려져 괴로워했다. 그런 그를 지켜준 그의 아내 '엘렌'. 이젠 그녀가 크리스의 아내로 그의 옆에서 그의 상처를 보듬고 있다.

그렇게 킴과 크리스는 그들이 사랑하던 시절에 부르던 노래 ' Sun & Moon'처럼 해와 달이 되어 하늘에서야 그 사랑이 이루어지길 바래야 할까? 해와 달이 되어 낮이든 밤이든 서로를 비춰주자 했건만...

그때는 몰랐겠지... 해와 달이 서로 만날 수 없듯이 그들도 각자의 하늘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을...


 결국 킴은...

아들 탬만큼은 아빠인 크리스에게 보내기 위해 크리스가 전에 킴을 지키기 위해 킴의 손에 쥐어 준 그 총으로 스스로의 생을 마감하고 만다.

뮤지컬 미스 사이공은 이렇게 끝이 난다.


     


 하지만 이 이야기, 미스 사이공은 사실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아직도 많은 이들이 킴과 크리스로 살아가고 있고 또 탬으로 살아가고 있다.


 2019년 9월에 소개된 뉴스도 그랬다.

베트남전 당시 사이공 옆 '동나이'에 주둔하던 미군 병사 '켄'과 사병클럽 여 종업원 '란'의 사랑이야기다

50년 만에 만난 란과 켄 (출처-베트남넷)

켄은 란에게 첫눈에 반해 계속 구애를 했고 둘은 사랑에 빠졌다. 켄은 란에게 함께 미국에 가자고 제안했으나 가족을 두고 갈 수 없었던 란은 거절을 했고, 켄은 미국으로 다시 돌아갔지만 미국에 가서도 계속 편지를 보냈다. 하지만 미국에서 계속 편지가 오는 것이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한 란의 가족들은 그 편지들을 란에게 전달하지 않고 모두 태워버려 둘의 운명도 거기까지인 듯싶었다. 이후 그들은 각자 가정도 가졌었지만 헤어지고 혼자 지내게 되었고 계속해서 란을 잊지 못했던 켄은 베트남의 지인에게 란을 찾아 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그 지인이 SNS에 올리자 단 하루 만에 란을 찾게 되었고 두 사람은 마침 2019년 9월 12일 사이공(현재 호치민시)에서 50년 만에 만나 부둥켜안고 한참을 울었다고 한다. 그리고 앞으로의 일들은 흘러가는 대로 둘 것이라 했는데 2020년부터 터진 팬데믹으로 그들의 만남은 어찌 되었는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이런 이야기들이 가득한 사이공, 사이공 시대...

나는 그 시간들을 함께 담고 있을 이곳의 오래된 건물들. 컨티넨털 호텔, 실제로 객실에 폭격을 맞은 카라벨 호텔, 미군 정보국으로 쓰였던 렉스호텔, 그리고 페인트가 벗겨진, 나무로 만든 빗살 창문과 곰팡이와 푸른 이끼로 뒤덮여 세월의 흔적이 켜켜이 쌓여있을 것만 같은 사이공의 오래된 건물들과 아파트들을 보면 왠지 그곳엔 그 시절의 앳된 킴이 있을 것만 같아 마음이 술렁인다.

사이공(호치민)의 오래된 건물들

 그곳 어느 한 자락에 묻어 있을 수많은 킴과 크리스의 숨결들, 그 시절 수많은 킴과 크리스가 불렀을 'Sun & Moon'을 비롯한 사랑의 노래들, 크리스가 떠나고 남겨진 킴들이 눈물로, 그리움으로, 원망으로 불렀을 수많은 'I still Believe', 그리고 엄마가 된 킴들이 탬을 지키기 위해 마음을 토해내며 불렀을'I'd give my life for you'가 그곳들 어디에선가 묻어져 나와 이제 시간에 가려져 나지막하고 여트게 들리는 듯하다.

그리고 이곳에 남아 무척이나 고단했을 수많은 킴과 탬에게 말을 걸어본다. 얼마나 아팠냐고...

   

 아직도 이곳 어딘가엔 크리스를 기다리고 그리워하는 킴이 있을 것이고,

지구 반대편 어딘가에도 킴의 생사를 궁금해하며 그리워할 크리스가 있을 것이다.  

지금 그들의 마음은 어떨까?

그들의 사이공과 사이공 시대는 어떻게 추억이 될까?

그저 전쟁의 상흔으로 또는 이별의 아픈 추억으로 기억되는 슬픈 사이공일까?

아님, 단 한 조각이라도 사랑한 시절이 생생한 낭만 사이공일까?

전쟁당시 해외 기자들 숙소로 쓰이고 실제로 객실이 폭격 피해를 입은 '카라벨 호텔'에서 찍은 사이공 시내. 프랑스 식민지 시대부터 있었던 컨티넨털 호텔.

 사랑은 언제나 아름답고 낭만적이다. 그러나 전쟁은 언제나 끔찍하고 비극일 뿐이다.

전쟁은 언제나 끔찍하고 비극일 뿐이다. 그러나 사랑은 언제나 아름답고 낭만적이다.


 


 베트남엔 여전히 베트남  당시 남겨져 많은 고생을  `따이한`가족들이 많지만  글은 뮤지컬 `미스 사이공` 부친 나의 다분히 주관적 느낌을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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