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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담초이 Madame Choi Dec 03. 2021

Ep9. 그대의 향기를 알 수 있어요.

티엔리꽃(천리향)의 전설

 밤에 산책을 하다 보면 어디선가 바람에 실려 온 황홀한 꽃 향기에 취해서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게 된다.

코를 흠흠 거리며 그 향기가 시작되는 곳을 따라가 보면 늘 그렇듯이 '티엔리 꽃'이 수줍은 듯 피어서 달밤에 향기를 빛내고 있다. 이 작고 작은 꽃이 어찌도 이렇게 진하고 황홀한 향기를 피는 건지... 늘 신기하고 대견하다.

이 꽃은 어찌나 또 수줍음이 많은지 아무도 보지 않는 밤에만 달빛, 별빛을 그늘 삼아 얼굴을 빼꼼히 내밀어 그 향기를 뽐내고 해가 뜨면 꽃봉오리를 수줍은 듯 숨기며 향을 거둔다.

이쯤 되면 대체 이 꽃이 무슨 꽃인지 모두 궁금해할 텐데 이 꽃을 우리나라에서는 야향화, 야래향이라고 부르고 영어로는 'Night Jasmin'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신비하고도 아름다운 꽃이 그 꽃만큼이나 아름답고 향기로운 전설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밤에 수줍게 핀 티엔리 꽃 (출처: 네이버 블로그)

 옛날 베트남에 '리(Ly)'라는 여인과 남편이 살고 있었다.

그 남편은 굉장히 피리를 잘 불기로 소문난 사람인데 어느 날 그 피리 소리를 들은 초록뱀이 그 피리 부는 남편에게 반해서 그의 아내 리와 똑같은 모습으로 변신하여 그 남편을 뺏으려 하였다. 일을 보고 집에 귀가한 남편은 아내가 둘인데 서로 자기가 '리' 라며 싸우는 모습을 보고 누가 진짜 자신의 아내인지 헷갈려 고민하다 마을에 현명하다고 소문난 한 노인을 찾아간다.                                                                          

노인은 한참을 생각하며 두 부인을 보더니 시험을 보자고 제안을 한다.

두 아내 모두 그러자고 동의하고 시험을 허락하고 남편은 초조해하며 기다린다.

첫 번째 시험!

노인은 두 아내들의  눈을 가리고 서로 다른 세 남자의 땀이 묻어 있는 옷을 가져와 이 셋 중에 어느 옷이 남편의 옷인지 알아맞혀 보라고 했다. 그러자 두 아내 모두 같은 옷을 가리켰다.

두 번째 시험!

이번에는 각각 맛이 다른 세 개의 국을 놓고 이 셋 중에 남편이 좋아하는 국을 알아맞혀 보라고 했다 그러자 이번에도 두 아내 모두 같은 국을 가리켰다. 이게 어찌 된 일인고 하니 초록뱀은 교활하고 술수에 능하고 신비한 투시력을 가졌기에 눈을 가린 검은 천을 투시력을 써서 리가 선택하는 옷을, 리가 선택하는 국을 따라 선택했던 것이다. 이렇게 첫날의 시험은 승부를 내지 못한 체 끝이 났다.

 다음 날이 되어 현명한 노인은 두 아내를 다시 불러 세 번째 시험을 보자고 하였다.

노인은 두 아내를 서로 볼 수 없게 돌려 세운 후 세 명의 남자를 한 명씩 멀리서 길을 지나가게 하고 자신의 남편이 맞으면 손을 흔들어 부르도록 하였다.

첫 번째 남자가 지나갔다. 리가 남편을 부르지 않자 초록뱀 가짜 아내도 부르지 않았다.

두 번째 남자가 지나가자 이때도 리는 남편을 부르지 않았다. 역시 가짜 아내도 부르지 않았다.

그때 가짜 아내는 첫 번째도, 두 번째도 아니니 당연히 세 번째 남자가 남편일 거라고 생각하여 세 번째 남자가 지나가자마자 자신 있게 그를 부르며 손을 흔들었다. 그런데 정작 리는 그를 부르지 않았다.

초록뱀과 노인은 이를 이상히 여겨 셋 중에 남편이 있을 것인데 왜 손을 들지 않았냐 물으니 리가 대답하기를 "저는 저의 남편이 천 리 밖에 있더라도 알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 세 사람 중에는 제 남편이 없습니다."라고 대답을 한다.

그 말을 듣고 노인은 그 말이 맞다며 확인을 해 보자며 세 남자를 다 오라고 하며 확인을 했는데 역시 그중엔 피리를 잘 부는 그의 남편은 없었다.

그러자 초록뱀 가짜 아내는 도망가려고 하였으나 마을 사람들에게 붙잡혀 마을의 법대로 곤장 백대를 맞게 되었는데 열 대를 맞고는 너무 아파 다시 원래 뱀의 모습으로 돌아와 도망을 가 버렸다.

그리고 노인은 리에게 새로운 이름을 지어 주었다. 천리 밖에서도 자신의 남편을 알아본 것을 보고 감탄하여  '티엔 리(천 리)'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그렇게 평화롭던 어느 날, 티엔리는 머리를 감고 남편은 피리를 불고 있는데, 새 한 마리가 날아와 머리를 감고 있는 티엔리의 발치에 작은 꽃 한 다발을 떨어뜨리고 날아갔다.

티엔리는 그 꽃을 받아 밤이 되어 창문 옆에 두고 잠들었는데, 다음 날 아침이 되자 그 꽃은 마치 다섯 날개가 있는 별 모양과 같이 많은 모양의 꽃송이들이 한데 뭉쳐서 피어 있었다. 그리고 그 꽃은 밤이 되자 멀리까지 달콤하고 부드러운 향을 풍겼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티엔리의 이름을 따서 '티엔리 꽃'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이 작고도 예쁜 꽃에 이렇게 재미있는 전설이 숨겨져 있었다니...

세상 어디에도 의미 없고,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음을 다시 한번 느낀다.

이 밤에도 요렇게 작은 것이 생기 있게 살아있어 우아한 향기를 뽐내며 제 할 일을 다 하고 있음이 기특하기만 하다.

오늘 밤에도 나는 티엔리 꽃 향을 따라 걸으며

나는 세상에 어떤 향기를 풍기는 사람인지, 그 향기는 어디까지 가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겠다.


참, 그 초록뱀은 아직도 원한을 풀지 못하고 티엔리 꽃줄기에 숨어있다고 하니 조심할 것!



참조: 티엔  꽃의 유래 [Sự tích Hoa Thiên Lý] (낯선 문화 가깝게 보기 : 베트남 문학, 201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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