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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담초이 Madame Choi Dec 08. 2021

Ep10. 달랏에 간다면...

<호치민을 떠나 휴양지 달랏으로>

 푸른 향기 가득한 달랏에 간다면

나는 투옌람 호숫가 근처에 숙소를 잡고

솔향 가득 깨끗하고 상쾌한 공기를 다 누릴 거야.

그리고 호숫가 따라 늘어진 소나무 숲 산책길에서

조금은 쓸쓸한 느낌으로 사색을 즐겨보려 해.


꽃향기 가득한 달랏에 간다면

한 송이가 내 얼굴보다 큰 수국이 아름 드러진 수국 밭을 보며

꽃도 함박, 내 미소도 함박 차오르겠지.

길가의 장미와 갖가지의 화려하거나 소박한 꽃들로

내 마음 또한 얼마나 화려하거나 소박해질까?


커피 향기 가득한 달랏에 간다면

일 년 내내 우리나라 늦가을 날씨라 제법 싸늘한데

난 어느 작은 커피숍 한 구석에 앉아

카디건과 스카프로 한껏 가을 기분을 내며

핀으로 내린 향기롭고 진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내가 마치 마거릿 미첼이라도 된 마냥

분위기 잡고 글을 쓰고 싶어.


정다운 웃음 가득한 달랏에 간다면

해 질 무렵 저녁노을을 친구 삼아 야시장에 슬슬 가 보는 거야.

기분 좋은 찬 바람에 실려오는 군옥수수 냄새와

호객하는 아주머니의 웃음이 그냥 포근해.

모든 호객 행위가 반가운 건 아니지만

그래도 오며 가며 서로 웃는 얼굴에

나도 그냥 따라 웃어볼래.

그럼 어느새 군 옥수수를 받아 든 내 손보다

내 마음이 더 따뜻해져 있어.

투옌람 호수와 옆으로 난 소나무 산책길을 따라 즐겁게 산책하는 우리집 삼남매


 다딴라 폭포가 멋진 달랏에 간다면

아이들은 또 루지를 탄다고 성화겠지?

그럼 난 또 못 이기는 척 태워주고

아이들은 숲 속을 지나 폭포를 넘어 멋진 구경을 하고

나는 고요한 숲길을 걸어 내려가

곧 마주하게 되는 다딴라 폭포에 감탄하며

물이 부서지는 소리에 한참 귀 기울이며 있을 거야.

다딴라 폭포와 달랏 시가지 풍경(출처:달랏 홍보 인스타그램)


동화 속 마을 같은 달랏에 간다면

어느 동네 높은 곳에 올라가 말 그대로 예쁜 느낌 가득한

보통 사람들의 삶이 있는 달랏 그 자체를 느껴볼래.

옛날 프랑스 귀족들의 휴양지였던 만큼

그 당시 지어진 집들이 그대로 많이 있는데

가슴 아픈 역사와 달리 그게 그렇게 아기자기 예뻐.

어떤 사람들은 그러더라. 달랏이 프랑스 남부 어느 마을 같다고.

달랏 기차역과 기차, 기차내부 모습. 그리고 수국밭과 초콜릿 카페

 베트남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차역을 가진 달랏에 간다면

난 또 그곳에 마치 처음 온 듯 한참을 서서 그 예쁨에 반해버릴 거야.

샛 노란색의 옛 식민지 시절 기차역 안으로 들어가면

그 옛날 19세기에 탔을 법한 나무 기차를 타 볼 거야

겉모양도, 기차 내부도 마치 나를 19세기 달랏으로 데리고 갈 듯해.

얼마나 고풍스럽고 예쁜지 몰라.

그리고 기차역 옆 초콜릿 카페에서 아이들에게 줄 초콜릿을 사야겠지?

그럼 아이들은 또 얼마나 좋아할 꺼고.

투옌람 호수의 노을

 별빛이 가득한 달랏에 간다면

나는 어디 있던 해 질 녘 오후에는 다시 투옌람 호숫가에 있는 숙소로 돌아가

드뷔시의 '달빛'을 들으면서

노을을 바라보며 저녁 산책을 할 거야.

제법 찬 바람에 옷을 따뜻이 입고, 한 손엔 따뜻한 재스민차 한 잔이면 돼.

어느덧 하늘이 깜깜해지면 하늘엔 은빛 가루들이 흩뿌려져 있어.

그 별들이 다 호수에 비쳐서 더 많아 보이는데

마치 호수로 쏟아져 내릴 것만 같아.


그래서...

그래서 난 또 달랏에 갈 거야.

그리고 호호 할머니가 돼서도 달랏에 갈 거야.

그땐 카디건이나 스카프가 아니라

내 살아온 시간들의 이야기와 향기를 따듯이 입고

백발 무성한 채로 글을 쓸 거야.

그때도 드뷔시를 들으며

달랏처럼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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