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는 왜 물만 먹는가...>
베트남의 대부분 집, 음식점, 가게, 병원 등의 입구 한쪽에는 어김없이 작은 신당이 있다. 그 신당에는 대체로 조상의 사진이나, 자신이 섬기는 신의 모양이나 사진, 그리고 향을 피우는 분향대? 그리고 꽃과 과일을 비롯한 음식들이 풍성히 놓여있다.
이렇게 진심을 다해 그들이 섬기는 신들은 참으로 다양하다. 그 많은 신들 중에 오늘 소개할 신은(사실은 신은 아니고 사람이다.) 우리나라 아이돌 출신, 예능에 자주 나오는 방송인을 좀 닮았다. 이 신은 좀 특이한 게 다른 신들처럼 많은 음식과 화려한 공물을 거부하고 오직 물만 먹는단다. 그런데 베트남 어느 한 지역에서는 이 신을 믿는 사람들이 유독 많다는데 그 이유가 참 가슴이 아프다.
베트남 남서쪽 캄보디아 국경에 맞닿아 있는 동탑성의 '푸끄엉 면'은 3 모작 벼농사를 짓지만 많은 사람들이 끼니를 거를 정도로 가난하다고 한다. 조사를 해 봐도 별 자료가 없어 자세한 사정은 모르겠으나 몇 안 되는 자료를 통해 유추하기를 잦은 홍수로 인한 수해 때문이 아닌가... 조심히 추측해본다. 그리고 한 뉴스에 의하면 '방탄소년단'의 '뷔'의 글로벌 팬 클럽이 이곳 주민의 안전을 위해서 '사랑의 다리'를 지어 주었다고 하는 걸 보면 수해가 잦은 지역이 아닐까 싶다.
2019년 5월,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큰 딸은 당시 미션스쿨을 다니고 있었는데 학교에서 수학여행을 관광지가 아닌 동탑성의 푸끄엉 마을로 가게 되었다. 워낙 시골 마을이고 가난한 동네여서 숙소도 변변찮고 음식도 낯설었을 텐데 그 여행이 당시엔 무척 고생이었을 테나 지금은 우리에겐 그 감동이 또렷한 기억으로 남는다.
아이를 통해들은 수학여행기는 이렇다.
그 마을엔 유난히 장애인, 병든 사람, 노인분들, 부모가 없이 조부모와 사는 아이들이 많이 사는데 무너질 듯 한 집이 아니라 '이미 무너진 집'에 사람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아이들이 사랑의 쌀도 나누고 사랑의 집도 지어주었는데 (사실 지었다기보다는 짓는 것을 조금 거들었다는 표현이 맞겠다.) 푹푹 찌고 습한 날씨에 고사리 손으로 모래와 시멘트와 물을 섞어 반죽을 만들고, 벽돌을 나르고 쌓고 하는데 마을 분들이 자기 집을 만들어 주는 것도 아닌데 함께 기뻐하고 고마워하며 음료와 식사를 잘 대접해 주시고 집으로 데려가 그늘 한쪽에 해먹을 설치해 주시며 쉬게 해 주셨다고 한다. 이때 아이들은 가난해도 이웃의 좋은 일에 자기 일처럼 기뻐하고 도와주는 모습에 감동을 했다고 한다.
고사리 손으로 누군가를 위해 집을 짓는 아이들
그리고 다음 날 '사랑의 쌀 나누기' 시간에 마을 사람들의 '평생 한 가지 소원'을 듣는 시간이 있었다고 한다. 그분들의 소원은 '하루에 밥 세끼 먹어 보는 것' 그리고 어떤 할머니께서는 '깨끗한 물을 하루에 한 병씩 아까워하지 않고 실컷 마셔보는 것'이라고 하셨단다. 자신들은 정작 이렇게 굶고 있으면서 손님이 왔다고 풍성히 대접해 주셨다는 사실에 오히려 자기가 간 것이 그분들께 폐가 된 것 같다고 딸은 얘기했다. 그리고 감사함을 모르던 자기 자신에 대한 많은 반성도...
사랑의 쌀 나누기..
쌀뿐 아니라 사랑도 가득 나누어졌기를...
마을 순방 시간...
한 친구가 갑자기 "ㅇㅇㅇㅇㅇ의 000 다!" 라며 웃더란다. 그래서 아이들 모두 그 손 끝을 바라보니 어떤 집에 신당이 있는데 그곳에 걸려있는 사진이 정말 2000년대 후반에 인기를 휩쓸었던 보이그룹 출신이자 예능 프로에서 재치있는 입담을 뽐내는 000 씨가 퍽 인상을 쓴 모습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아이들은 웃음을 억지로 참느라 숨죽여 웃고 있는데 가이드 선생님께서 이 사람은 '호아하오' 교를 창시한 '후인 푸소'라는 사람인데 이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이 종교를 숭배한다고 한다. 그 이유는 진짜 이 종교를 진심으로 믿어서라기 보다는 이 마을 사람들은 너무나 가난하다 보니 '이 신은 물만 먹는다고' 해서... 그래서 이 종교를 믿는다고 설명을 해 주었다고 한다.
물만 먹는다고 하는 호아하오교의 창시자
'후인 푸 소'와 신당
참,,, 신앙마저도 빈부격차가 있다니... 씁쓸하다.
그리고 어떤 마음으로 이 종교를 선택했을지.. 내가 감히 함부로 판단할 순 없지만 정말 바칠 것이 없어서 그랬다는 마을분들의 마음을 헤아려보니 참 슬프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내가 뭘 바쳐야 나한테 잘해주고 자꾸 나에게 뭘 비우고 자신에게는 달라고 하는 그런 신 말고 이런 의식에서 자유해지고, 나의 어떠함과 상관없이,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사랑으로 나를 사랑해주고, 품어주고 오히려 채워주는 그런 신을 그분들이 만났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부터도 오늘의 나의 생명과, 삶과, 시간과, 모든 것이 나에게 그냥 거저 주어지고 당연히 주어진 것이 아님을 기억하고 감사해야겠다. 그리고 주변에 어려움에 처한 이웃들을 돌아보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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