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개인 아침의 커피와 도넛>
내가 사랑하는 시즌, '우기'가 끝이 났다. 이곳의 우기는 한국의 주적 한 장마 시즌과는 다르게 열대 대류 영향으로 하루 중 새벽 시간이나 꼭 아이들이 하교하는 3시쯤 맞춰 20~30분간 세차게 스콜이 쏟아진다.
비 개인 호찌민 아침은 밤새 요란한 천둥소리를 내며 비가 세차게 내린, 무섭고 사납던 그 시간과 느낌과는 다르게, 살짝 낮게 낀 구름에 출근하는 오토바이가 내뿜는 스모그가 섞인 제법 운치 있는 풍경이다. 그런 날엔 동네의 예쁜 집의 마당이 내려다 보이는 프로방스풍의 카페에 앉아 레이스 커튼 너머로 들어오는 간지러운 햇살과 함께 그 예쁜 집 앞마당을 내 마당인 양 내려다보며 나지막이 흘러나오는 피아노 선율과 함께 따듯하고 향기로운 아메리카노한 잔과 달콤한 오리지널 후라이드 도넛 한 입이 나를 마냥 행복하게 한다.
카페 창문 너머로 보이는 남의 집 마당에 행복해한다.
개일 듯 말듯한 날씨에 마음이 말랑말랑 해지는 느낌이다. 게다가 몇 시간 지나지 않아 곧 쨍하고 따갑게 얼굴을 드러낼 환한 햇빛을 기다리는 그 마음도 즐겁고...
어찌 보면 참 많이 닮아있다.
풀 냄새와 젖은 흙냄새가 섞인, 햇빛이 나올 듯 말듯한, 아주 컴컴하지도 않고 적당히 운치 있는 그 날씨는 따뜻 쌉쌀 하지만 혀끝에 분위기 있는 여운을 남기는 핫 아메리카노 닮은 것도 같고, 그 높이를 알 수 없을 만큼의 새 파란 하늘에 따갑도록 환한 햇빛이 드러나는 시간들은, 잘 튀겨져 황금빛의 달콤한 도넛과 같지 않은가.
그래! 혹시라도 내 인생 여정의 어느 날, 꿉꿉하고 회색빛의 천둥번개를 동반한, 아무리 피하려 해도 피할 수 없을 것 같은 새찬 폭풍 속을 지나게 되더라도 곧 머지않아 언제 그랬냐는 듯 모든 구름이 걷히고 새파란 맑음 사이로, 따갑도록 찬란한 환한 햇빛이 나를 비출 테니 모든 삶의 순간을 감사함으로, 기대함으로 나를 채워가야겠다. 따듯한 아메리카노 한 잔과 달콤한 도넛 한 입, 그리고 나를 늘 다독여 주는 포근한 피아노 선율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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