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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담초이 Madame Choi Nov 10. 2021

Ep2. 목욕탕 의자에 앉아 누리는 길거리 카페

'신또 쏘아이'

'신또 버'

'신또 짠냐이'

.....


 '신또'는 스무디. 뒤에 등장하는 단어들은 차례대로 망고, 아보카도, 패션프룻을 뜻한다. 이곳에 살다 보면 아주 흔히 먹게 되는 과일 스무디. 다양한 과일이 풍요로운 열대의 나라에서 누리는 특권이다.

이곳에서 정착하여 살기 전, 남편의 사업차 1년에 한 두 차례 아이들과 베트남에 오면 무조건 많이 먹고 가야 한다는 신념으로 열심히 챙겨 먹은 베트남식 과일 스무디 '신또'.

그러다 우리가 묵는 호텔에서 큰 도로 하나만 건너서 여행자 거리라 불리는 '데땀' 거리에 아주 맛있는 신또 집이 있다고 해서 위생과 치안이 위험하다는 남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어린 두 아이들을 데리고 골목골목을 헤매다 마침내 도착!

역시 예상한 데로 이곳 특유의 목욕탕 의자를 남의 집 벽을 따라 쭉 늘어놓고 간판도, 테이블도 없이 운영하는 카페였다. 주인이 슬리퍼를 질질 끌고 다가와 허술히 코팅된 한 장 짜리 메뉴판을 무심히 '툭!' 던지고 간다. 엉터리 영어와 베트남어로 쓰여있는 메뉴를 보니 베트남 연유 커피도 팔고, ‘늑엡’이라 불리는 생과일 주스들, 여러 가지 과일 신또를 판다. 나는 마치 배낭여행자가 된 듯, 현지인이 된 듯 목욕탕 의자에 앉자 그냥 그 상황이 마냥 재미있기만 했다. 깔끔하고, 시원하고, 럭셔리한 카페도 좋지만 좁은 골목을 풍경 삼고, 깔깔 거리며 맨발로 지나다니는 어린아이들과 강아지를 보는 것도 정겹기만 하다. 게다가 세련되고 듣기 좋은 카페 BGM은 아니지만 이곳 사람들 말소리도 성조가 6개라 마치 음악?처럼 들린다. 그리고 지붕 아래 새장 속 새들의 노랫소리들도 얼마나 아름다운지... 아마도 그 의자가 마법의 의자인가 보다. 모든 시청각에 관한 나의 관점이 앉는 순간 싸악 바뀌는 걸 보면 말이다.

신또를 기다리는 첫째와 둘째의 어린 시절

그 의자가 마법의 의자인 것이 정말인 게, 평소 깔끔 떠는 우리 애들이 이곳이 너무 좋고 재미있다며 좋아하는 게 아닌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뭔가 오래된 느낌이 시골에 온 것 같다며 말이다. 내가 군데군데 낭만이 묻어있는 이 풍경들을 카메라에 담는 동안 남편은 이 목욕탕 의자에 차마 앉지 못하고 서성이고 있다. 이 마법의 의자에 앉는 순간 주변의 모든 게 따듯하고 재미있게 보이는데 말이다. 내가 계속 앉으라 해도 응가 마려운 강아지처럼 주변을 서성인다.

 갑자기 아이들이 한 곳을 바라보며 웃으며 소리를 지른다.

"신또다!"

아이들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니 아저씨께서 신또를 가지고 가게에서 나오신다. 우리는 한 잔씩 받아 들고 신나게 신또를 마신다. 더운 날씨 덕에 더욱 맛있는 신또다. 우린 한 껏 더 여유를 부리며 골목의 낭만을 느껴본다. 또 신또 색깔도 얼마나 이쁜지...

이따금씩 불어주는 바람에 비록 오토바이 매연이 섞여있을지언정 그 또한 베트남스러우니 이 또한 낭만적이다.

우리가 주문한 패션 프룻 신또, 수박 신또, 망고 아보카도 신또.(왼쪽부터)

한 잔에 우리 돈 800원 이면 이렇게 생과일이 듬뿍 들어간 스무디를 맛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 마냥 맛있고 행복했다.

 다 먹고 여행자 거리를 둘러보려는데 남편의 배에서 신호가 온다. 갑자기 배가 엄청 아프다는 거다. 사실 남편은 우리 주변을 서성이다 우리가 자꾸 권해서 아주 조금 맛만 보았다. 그런데 배탈이라니...

정작 한 잔씩 다 먹은 나와 어린아이들은 멀쩡한데... 이건 누가 봐도 기분 탓일 게다.

그러고 보니 마법의 의자가 시청각만 바꾸는 게 아니라 장도 소독하는 기능이 있었나 보다. 하하하!


 이렇게  역시 여행객일 적엔 길에서 현지인들처럼 그냥 당연스레 노천카페의 목욕탕 의자에 앉자 좋아라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현지에 살고 있는 지금은 아는게 병이라고 아무래도 이곳의 물과, 얼음  위생 상태를   상세히 알기에 오히려 배탈이 날까 겁이 나서 그러지를  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도 지나가다 보이는 노천카페의 마법의 목욕탕 의자에 앉아 커피나 주스를 마시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그때의 기억을 꺼내어 보며 괜히 웃음이 지어지다가 그저 아무래도 괜찮은 그들의 여유가 부러울 때가 있다. 왠지 저들의 시간은 레트로 스타일로   느리고 여유 있게 가는  같아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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