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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담초이 Madame Choi Nov 10. 2021

Ep3. 우기(Rainy season)

<비 개인 아침의 커피와 도넛>

 내가 사랑하는 시즌, '우기'가 끝이 났다. 이곳의 우기는 한국의 주적 한 장마 시즌과는 다르게 열대 대류 영향으로 하루 중 새벽 시간이나 꼭 아이들이 하교하는 3시쯤 맞춰 20~30분간 세차게 스콜이 쏟아진다.

 비 개인 호찌민 아침은 밤새 요란한 천둥소리를 내며 비가 세차게 내린, 무섭고 사납던 그 시간과 느낌과는 다르게, 살짝 낮게 낀 구름에 출근하는 오토바이가 내뿜는 스모그가 섞인 제법 운치 있는 풍경이다. 그런 날엔 동네의 예쁜 집의 마당이 내려다 보이는 프로방스풍의 카페에 앉아 레이스 커튼 너머로 들어오는 간지러운 햇살과 함께 그 예쁜 집 앞마당을 내 마당인 양 내려다보며 나지막이 흘러나오는 피아노 선율과 함께 따듯하고 향기로운 아메리카노한 잔과 달콤한 오리지널 후라이드 도넛 한 입이 나를 마냥 행복하게 한다.

카페 창문 너머로 보이는 남의 집 마당에 행복해한다.

 개일 듯 말듯한 날씨에 마음이 말랑말랑 해지는 느낌이다. 게다가 몇 시간 지나지 않아 곧 쨍하고 따갑게 얼굴을 드러낼 환한 햇빛을 기다리는 그 마음도 즐겁고...


 어찌 보면 참 많이 닮아있다.

풀 냄새와 젖은 흙냄새가 섞인, 햇빛이 나올 듯 말듯한, 아주 컴컴하지도 않고 적당히 운치 있는 그 날씨는 따뜻 쌉쌀 하지만 혀끝에 분위기 있는 여운을 남기는 핫 아메리카노 닮은 것도 같고, 그 높이를 알 수 없을 만큼의 새 파란 하늘에 따갑도록 환한 햇빛이 드러나는 시간들은, 잘 튀겨져 황금빛의 달콤한 도넛과 같지 않은가.

 

 그래! 혹시라도  인생 여정의 어느 , 꿉꿉하고 회색빛의 천둥번개를 동반한, 아무리 피하려 해도 피할  없을  같은 새찬 폭풍 속을 지나게 되더라도  머지않아 언제 그랬냐는  모든 구름이 걷히고 새파란 맑음 사이로, 따갑도록 찬란한 환한 햇빛이 나를 비출 테니 모든 삶의 순간을 감사함으로, 기대함으로 나를 채워가야겠다. 따듯한 아메리카노  잔과 달콤한 도넛  , 그리고 나를  다독여 주는 포근한 피아노 선율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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