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일 차. 천천히 달리기
정체기 극복을 위한 막판 스퍼트의 첫날. 누군가에겐 보잘것없는 기록이겠지만, 내게 있어 꼭 기억하고 싶은 날이 되었다. 오늘은 처음으로 쉬지 않고 10km를 달리는데 성공을 한 날이다.
킬로미터 당 9분 26초라는, 정말 부끄러운 속도였지만, 오늘은 꼭 10km를 완주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뛰었다. 어떤 러닝 관련 유튜브 채널에서, 페이스나 시간을 보면서 뛰는 게 아니라 심박수를 보면서 뛰는 게 도움이 된다고 하는 것을 보았고, 이번에는 심박수에 집중해서 러닝을 했다. 내 나이대에서 심박수 기준 '영역 2'의 심박수는 134~146 bpm 정도라는 계산이 나왔고, 이 정도의 심박수를 유지하기 위해 속도를 조절하는 러닝을 목표로 했다.
40분이 지난 시점부터는, 아무리 천천히 뛰어보려 해도 영역 3으로 넘어갔지만, 이 정도는 괜찮겠다 싶어서 그 정도의 페이스를 유지했다. 마지막 1km는 속도를 일부러 올렸기 때문에, 마지막에는 영역 4의 심박수로 러닝이 종료되었다.
정말 엄청난 경험이었다. 매번 숨이 턱까지 차고,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러닝이었다. 하지만 이번 러닝은, 생애 최장거리를 쉬지 않고 뛰었음에도, 중간에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처음으로 숨이 차는 것보다, 다리가 먼저 지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정도로 힘든 수준이라면, 정말 매일 뛰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러닝이 취미인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런 기분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다만 그들과 나는, 똑같이 영역 2의 심박수로 뛸 때의 속도가 다를 것이고, 뛸 수 있는 거리도 훨씬 길 것이다. 괜찮다. 나는 마라톤 선수가 아니고, 42.195km 3시간 대의 주파를 꿈꾸는 사람이 아니다. 그저 매일마다 건강관리를 위해, 달리기를 생활화할 수 있는 체력을 기르는 것이 목표인 평범한 아저씨다. 오늘 같은 러닝만 매일 할 수 있다면 너무나 만족스러울 것 같다.
점심시간에는 식사를 하지 않고, 헬스장에 갔다. 헬스장 회원들 중 몇몇이 벤치프레스 자리에 모여서, 돌아가면서 서로 운동과 서포트를 해 주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내게 허락된 30분 안에 자리가 나지 않을 것 같아서, 하는 수 없이 데드리프트를 10회가 아닌, 5회 X 5 SET로 수행했다. 이후에는 밀리터리 프레스 30kg를 이어서 하고, 남은 시간에 덤벨로 14kg부터 4kg까지 내려오면서 래터럴 레이즈를 하는, 드롭세트로 운동을 했다.
저 사진에 나온 사람은 타 회원이 아닌 내 사진이다. 헬스장에서 사진을 찍는 것은 처음인데, 기구 사진을 찍는 중에 내가 나와버렸다. 헬스장에서는 타인이 찍히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들었다.
퇴근하고 계단을 오르려 했으나, 너무너무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커서 그냥 집에 와버렸다. 합리화 도구는, 이미 아침에 다 채워버린 애플워치 활동 링이다. 아침에 달리기를 마치고 나니, 이미 1,000kcal로 설정된 활동 링이 거의 다 차 있었다. 체중 감량이 끝난 후에도 매일 이렇게 아침에 활동 링을 채우고 시작하면, 꽤 자유롭게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퍼트 첫날, 성공적인 하루를 보냈다. 오늘부터 다시 타이트한 생활을 할 것에 대비해, 어제 꽤 많이 먹어서 아침 체중은 늘었지만, 내일 아침에는 또 낮아진 체중을 기대한다. 공복을 이기는 피곤함으로, 오늘은 21시 30분에 잠자리에 들 예정이다. 매일 계획대로 실천하는 삶, 내일도 이어가도록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