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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화 Nov 05. 2024

여기는 코리빙하우스 입니다 2

한밤중에 울리는 [학교종이 땡땡땡]     

지금 시각 밤 12시 10분을 지나고 있는데,  복도에서 울리는 멜로디 학교종이 땡땡땡. 이건 도어락 오류 나는 소리다. 도어락에 건전지가 얼마 없을 때도 이 알림음이 들리지만 그때는 한 번만 울리고 꺼진다. 그런데 지금 이 소리가 30번째 들리고 있다. 술 취한 누군가가 저 도어락을 못 열고 있나? 근데 원래 도어락 계속 오류 나면 잠깐동안 잠기는 거 아닌가? 아. 이래저래 오늘도 일찍 자긴 렀구나.


그렇게 50번째 그 소리를 듣다 보니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사람이 누르는 게 아니라 기계 자체의 에러인 것 같은데. 대체 어느 집인 걸까? 주인이 없는 집인가. 아니야. 갑자기 이런 소리가 나는 것은 지금 저 집에 문이 열려 있는 상태라는 건데. 그럼 주인은? 집주인은 어디 있는 거지?


나는 추리 소설 작가로 빙의해서 소리만으로 밖의 상황을 유추하기 시작했다. 현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집주인은 약 20분 전 집을 나왔고 도어락은 닫히지 않은 채 계속 알림 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근데 무엇보다 놀라운 건 이 새벽에 학교종이 땡땡땡이 50번 구간 반복될 동안 나 포함 아무도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뭐지 이 사람들. 시끄럽다고 한번쯤 나올 법도 한데. 어떻게 한 번을 안 나오냐.



나도 방구석에 있으면서 어떻게 사람들이 나오는지 안 나오는지 아느냐고? 여기 방금 오지게 구려서 조용하면 남의 집 현관문 여는 소리까지 다 들린다. 그리고 도어락 닫히면 알림음 같은 게 들려서 누군가 나왔다면 모를 수가 없다. 만약 집주인이 돌아오지 않고 이 상태가 계속된다면 저 도어락 배터리가 닳을 때까지 ‘학교종이 땡땡땡’을 2만 번은 더 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젠장. 왜 여기는 새벽마다 조용할 날이 없는 것인가.


예사롭지 않은 이웃들

참고로 내 주변 이웃들의 루틴 또한 예사롭지가 않다. 새벽 1시부터 ‘딱딱’ 거리는 쇳소리는 내는 붙박이 옷장을 10번 넘게 여닫는 옆집 이웃부터 밤 12시에서 새벽 1시 사이에 청소기를 돌리는 위층 이웃, 비슷한 시간에 드라이기로 머리 말리는 앞옆집 이웃. 그리고 새벽 2시만 되면 비명을 지르며 재채기하는 옆옆집 이웃까지. 이쯤 되면 이건 뭐 서로서로 잠을 안 재우겠다는 의지인가.  

혹시 나도 그들에게 똑같은 존재일까?

     

이 와중에 눈앞에 날아다니는 날벌레가 신경 쓰인다. 여기는 창문이 있어도 바람과 햇볕은 안 들어오면서 방충망이 있는데 날벌레는 잘만 들어온다. 정말 미스터리한 곳이다. 여기가 드라마 속인지 소설 속인지 웹툰 속인지 모르겠다. 작가 지망생의 관점에서 볼 때 소재 천국이라 할 수 있겠다. 이걸 럭키비키라 해야 하나. 써글.      


아. 제발 집주인이 이제 그만 돌아와서 저 도어락을 풀든, 부시든, 문을 뜯든 어떻게 좀 해줬으면 좋겠다. 노이즈 캔슬링되는 이어폰을 끼고 자야겠다는 생각이 들 무렵 누군가 복도를 지나는 소리가 들리더니 현관문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30분 동안 복도에 울려 퍼진 학교종이 메들리도 끝이 났다. 새벽에 울리는 학교종이가 이렇게 무서울 줄이야.

아니지, 이보다 더 무시무시한 소리가 있었으니, 그건 다음 대나무 숲에서 외쳐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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