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사찰로 들어가는 굽이 산길

사찰기행-강진터미널~장흥 보림사

by baekja

6시 50분에 기상하여 준비를 마치고 7시 50분에 강진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간밤에 비가 와서 깨서 피로함이 가신 상태는 아니었으나 당장에 비가 오지는 않아서 오늘 하루도 무난히 지나가겠거니 싶었습니다. 보림사 가는 첫 버스의 시간까지 장흥에 도착하는 것이 아슬아슬했기에 장흥 가는 버스를 초조하게 기다리는데 갑자기 여수 가는 버스가 무엇이냐고 누군가 말을 걸어왔습니다. 아직 열 살 미만으로 보이는 아이들의 보호자로 보이는 남자였는데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것으로 봐서는 전라도 사람으로 보였습니다. 경기도 사람에게 전라도 사람이 강진에서 여수 가는 버스를 묻는 꼴이라니. 순간 웃음이 터져 나올 뻔했지만, 간신히 참고 장흥 가는 버스가 장흥을 거쳐 여수까지 간다고 말을 해주었습니다.


초조한 몇 분이 지나고 8시 4분에 장흥 행 버스에 탑승할 수 있었습니다. 버스의 맨 뒷자리에는 이미 해남에서 버스를 탑승해서 두 다리 쭉 뻗고 자는 대학생들인지 고등학생인지 모를 남자아이들이 있었습니다. 피식 웃으며 그들의 전투적이었을 밤을 상상해보고 제 자리를 찾아 앉았습니다. 해남에서 강진까지의 버스비는 2400원이고 강진에서 장흥까지의 버스비가 2200원임을 생각해보며 그리 길지 않을 것이라 예상하고 차분히 자리에 앉아 장흥에 도착하기를 기다리는데 어느 순간 장흥 군내가 나타나며 꽤 넓어 보이는 시가지가 드러났습니다. 시가지 가운데로는 장흥을 가로지르는 영산강이 보였습니다.


전라남도 장흥. 역사책에서도 보기 쉽지 않고, 현대의 뉴스로도 보기 쉽지 않은 전라남도에서도 유명하지 않은 고을입니다. 하지만, 장흥은 조선시대 꽤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였는데요. 바로 정남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영산강의 하구에 위치한 항구인 정남진은 제주로 들어가는 배가 조선시대부터 운영되던 곳으로 제주도로 귀양을 가는 모든 유배객들이 거쳐야 했던 곳이기도 하죠. 그래서 조선시대 당시에는 강진이나 해남보다 큰 고을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현재의 장흥은 해남이나 강진보다 발전했다는 느낌을 크게 주지는 않았습니다. 시가지가 꽤 넓은 편이긴 했지만, 신도시로 발전할 모습은 전혀 느끼지 못했습니다. 당장에 도착한 장흥터미널도 해남과 강진의 터미널보다 작았지요. 8시 30분경 발을 내딛은 장흥 터미널의 모습은 어느 촌구석의 정겨움이 그대로 묻어나고 있었습니다. 매점 주인은 모포를 피고 혼자서 고스톱을 치고 있었고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버스를 기다리며 평상에 앉아 있었습니다. 잠시 들린 화장실에선 담배 냄새가 배어나와 이곳이 얼마나 현대와 멀고 과거와 가까운지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화장실을 갔다 와서 표를 사서 받아드는데 목적지는 안 적혀있고 가격만 적혀 있었습니다. 해남과 강진의 표는 목적지 정돈 적혀있거나 교통카드가 사용했는데 말이죠. 가장 낙후된 지역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보림사 가는 버스가 도착했고 버스에 탑승했습니다. 버스에는 총 기사님과 저를 제외한 승객 4명이 탔고 종점인 보림사에 갈 때까지 승객은 더 탑승하지 않았습니다. 두 명의 젊은 여성은 저와 같은 배낭여행객으로 보였고 나머지 두 명의 나이 드신 여성은 주민으로 보였습니다. 조용하던 버스는 이내 젊은 여성 두 분이 기사님께 말을 걸면서 약간 소란스러워졌습니다. 그 두 분도 보림사 근처로 가시는 분들이었는데 저처럼 절을 보러 온 것이 아니라 보림사 근처의 계곡으로 놀러왔다고 하더군요. 이때 당시 일기예보로 꽤 큰 비가 예고되었었기에 주민 한분과 기사님들이 조심히 놀라고 이야기하시는 것이 매우 정다웠습니다.


보림사가 위치한 유치면으로 가는 길은 매우 험했습니다. 계속 굽이치는 산길을 거대한 버스가 돌아가는 것이 매우 신기할 정도로 길이 좋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탐진강의 거대한 물줄기와 산이 어우러지는 풍경이 나타나는 곳이 있었는데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산 속에서 흐르는 강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유폭과 그를 에워싼 낮은 봉우리들의 어우러짐이 마치 무릉도원으로 들어가는 길임을 말하고 있는 듯했습니다. 다시 탐진강에서 벗어나 유치면사무소로 돌아서 보림사 가는 샛길로 빠지자 길은 다시 험해졌고 몇 분쯤 지났는지 모를 때 이곳이 계곡이라면서 배낭여행객들을 내려주는 기사님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퍼뜩 정신이 들은 저는 그제야 보림사에서 내려달라고 기사님께 말씀드렸습니다. 얼마 안 가 버스는 보림사에 저를 내려주고 돌아갔습니다. 주민으로 보였던 두 분 중 한 분이 저와 함께 내렸습니다. 이야기를 해 보니 주민이 아니라 근처 사시는데 아는 분을 만나러 보림사를 오셨다고 하시더군요. 그렇게 내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보림사로 바로 들어갔습니다.


133795848_1546601365533405_402855123001569472_n.jpg


keyword
이전 23화돌담에 소색이는 햇발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