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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Sep 03. 2024

<농촌에서 살아보기 퇴고글>횡성군으로 귀농하기까지

- '농촌에서 살아보기'과정에 대한 스물 여덟번째 글

  “귀농을 하게 되면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나요?”

  “횡성군으로 이주하려는 외지인이 특히 주의해야할 점들이 뭔가요?”

  나와 동료들은 횡성군 농정과장님 일행에게 이런 저런 질문을 했다. ‘농촌에서 살아보기’ 프로그램중에 횡성군 농정과장님과의 대화시간이 있었다. 프로그램이 시작된 지 두 달이 다 되어가던, 2022년 5월 마지막 주 어느 날 오후였다. 나와 동료들은 산채마을의 1765 카페에 둘러 앉아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과장님 일행이 도착하였다. 5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과장님과 40대의 계장님, 그리고 젊은 주무관 이렇게 3명이었다. 과장님은 김대표님과 원래 알던 사이인지,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귀농창업자금을 장기 저리로 융자받을 수 있어요. 그 외에도 농사를 지을 때 필요한 비닐하우스 등 다양한 시설을 구입할 때 보조금 제도도 있고요.”

  과장님이 큰 틀에서 답을 하면, 옆에 앉아있던 계장님이나 주무관이 자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많은 질의 응답이 오가다 보니까, 2시간이 훌쩍 넘어서야 회의가 끝났다.


  사실 몇 해전부터 아내와 수차례 논의를 통해서, 강원도로 ‘귀촌’하기로 결정했었다. 그때 당시에는 평창군이나 홍천군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귀촌 지역을 정하기 위한 몇 가지 기준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첫째는 해발 고도가 높아야 한다. 그만큼 공기가 신선하면서도 파리나 모기 같은 해충이 많이 없기 때문이다. 

둘째는 경치가 좋아야 한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마음을 정화시킬 수 있을 정도의 뷰가 있는 것을 원했다. 

셋째는 집 주위에 산보 등 가볍게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 집 주위에 논밭이거나 높은 산으로 둘러 쌓여 있으면, 집 이외에 발길을 옮길 수 있는 곳이 없을 것이다.  

  그 뒤 아내와 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평창이나 홍천에 가보곤 했다. 

  횡성군을 후보 지역중의 하나로 생각하기 시작한 것은 2022년 ‘농촌에서 살아보기’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부터였다. 횡성이 평창이나 홍천에 비해 산이 높거나 풍광이 좋은 곳은 아니었다. 그다지 높지 않은 산들 사이로, 논밭들이 펼쳐져 있었다. 오히려 평범한 농촌마을의 모습이었다. 이런 평범한 모습이 나에게는 편안하게 다가왔다. 내 고향인 전라도의 시골모습과 닮은 부분이 있어서 그런가?

  유명한 관광지가 많은 홍천이나 평창에 비해서, 횡성군에는 귀촌이나 귀농한 사람들의 숫자가 많지 않은 것 같았다. 2021년 평창군에 있는 한옥학교에 다닐 때 머물던 마을에는, 귀촌한 사람들이 마을 주민의 70%가 넘었다. 마을의 문화나 편의시설이 토착민보다는 귀촌한 사람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실내골프장이 여기 저기 눈에 띄었던 것이 한 예이다.

  ‘농촌에서 살아보기’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횡성군 둔내면 삽교리는 경치가 아름다운 곳이었다. 주위에 1천미터가 넘는 태기산과 청태산 사이에 자리잡고 있고, 해발 600미터 정도로 꽤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이것이 횡성군의 다른 지역보다 삽교리에 귀촌하거나 주말 별장으로 사용하는 집이 많은 이유일 것이다. 

  귀촌인이 많다고 해도, 마을의 문화를 이끌어가고 있는 사람들은 토착민이나 귀촌한지 적어도 2~30년이 지난 사람들이었다. 중요한 이벤트나 회의는 주로 마을회관에서 이루어졌다. 마을 사람들간의 다양한 모임(국궁클럽이나 동창회 등)도 활성화되어 있었다. 실내골프장은 웰리힐리와 같은 관광지에만 1~2개 있을 뿐이다. 귀촌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도시 문화보다는 시골 사람들의 인심이 살아 있었다. 


  “50평 규모의 스마트 팜을 만드는데, 2억원이 소요됩니다.”

   스마트 팜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과장님이 우리를 안내하고 있었다. 40대 후반이나 50대 초반쯤 되어 보이는 인심좋은 아저씨의 모습이었다. 2022년 6월 어느 날, 나는 ‘농촌에서 살아보기’에 참가한 동료들과 함께 횡성군 농업기술센터를 방문하였다. 농사를 짓게 되면 가장 많은 도움을 받게 되는 곳이 농업기술센터이다.  그래서 ‘농촌에서 살아보기’ 프로그램의 하나로 방문하게 된 것이다. 기술센터의 한 켠에 토마토가 심어져 있는 커다란 스마트 팜이 설치되어 있었다.

  “아직 농가에 보급하기에는 너무 비싼 장치들이에요. 시험적으로 기술센터에서 운용해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스마트 팜의 입구에 있는 작은 방에는 여러 가지 컴퓨터 장비가 설치되어 있었다. 토마토 재배에 필요한 다양한 조절 장치들이었다. 적절한 온도, 습도, 일조량 등을 조절할 뿐 아니라, 토마토의 상태에 따라 물이나 비료를 자동으로 공급해준다. 제어장비를 처음 보는 우리들에게, 과장님은 스위치 하나 하나의 기능을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그리고 토마토가 성장하는 시기별로 적당한 온도, 습도, 일조량 등을 그래프로 보여주기도 하였다. 횡성군에서 토마토 재배를 잘한다고 평가받고 있는 여러 농부들로부터 데이터를 받았다고 한다.  

  횡성군 공근면에 위치한 농업기술센터는 생산성을 높이는 전문적인 농사 기술을 가르쳐 주기도 하고, 병충해에 강하고 생산량이 많은 종자를 개량하는 사업도 한다.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것은 농민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도와주고 있다는 것이다. 

  농사짓는 전답의 토질 분석과 처방에서부터 시작해서, 농산물을 기를 때 필요한 각종 미생물을 배양해서 나눠주고, 농기계를 저렴한 가격으로 임대해준다. 수확한 농산물을 활용해서 가공품을 만들고자 할 경우에는, 비치된 각종 기계를 가지고 냉동, 건조, 추출 등 다양한 과정을 실험할 수 있도록 해준다. 

  기술센터에서 진행하는 모든 서비스들은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것이다. 농민 개인이 하기 어려우면서도 꼭 필요한 역할을 기술센터에서 진행하고 있었다. 농사를 짓는 농민들과 보완이 잘 되는 사업들이다. 

  기술센터의 직원 두 분이 나와서 모든 업무를 설명해주기도 하고, 업무와 관련된 다른 직원 분들에게 소개를 시켜주기도 했다. 그동안 봐왔던 공무원들의 딱딱함이나 관료적인 태도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보통은 자기가 하는 일과 관련된 공무원을 만나려면 관공서를 찾아가야 한다. 그런다 해도 과장을 만나기는 어렵다. 그런 공무원, 그것도 과장님을 현장에서 만나는 것이 생소하면서도 감사했다. 횡성군이 귀농, 귀촌에 대해 얼마나 진심인가를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특히 농사가 주요 경제활동인 횡성군에서 농정과장은 군수 다음으로 중요한 직책이라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내가 최종적으로 횡성군에 정착하기로 결정한 이유중의 하나가 바로, 횡성군 공무원들의 이런 진심어린 모습이었다. 군민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려고 노력하였고, 권위적이거나 관료적인 모습은 발견하기 어려웠다. 더군다나 현장에서 발로 뛰는 행정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었다. 

  또한 다른 지역과 다르게 횡성군의 귀농 귀촌에 대한 홈페이지가 따로 있었고, update도 충실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홈페이지가 따로 존재할 만큼 프로그램도 다양하였다. 홈 페이지 하나만 봐도, 횡성군의 귀농 귀촌 정책에 대한 진심이 느껴졌다. 농정과장님 일행과의 미팅, 농업기술센터에서 만나본 공무원들의 모습은, 나에게 횡성군의 신뢰도를 높여주기에 충분하였다. 


  ‘농촌에서 살아보기’ 프로그램을 하는 동안 나는 ‘귀촌’보다는 ‘귀농’을 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뚜렷하게 하는 일없이 지내기에는 아직 내 몸이 건강했다. 더군다나 생산적인 일을 하고 싶은 욕구가 강했다. ‘농촌에서 살아보기’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동안, 농사에 대한 자신감이 생긴 것도 한 요인이었다. 

  당초 귀촌을 고려하던 내가 귀농을 하기로 마음을 바꾸면서, 횡성군이 더욱 더 나에게 적합한 지역으로 생각되었다. 평창이나 홍천에 비해서 다양한 농산물들이 재배되고 있었고, 특히 내가 희망하던 토마토 재배의 가장 중요한 산지였다. 

  그만큼 토마토 재배를 위한 관공서의 지원체계가 잘 되어 있었다. 각종 지원금뿐 아니라, 토마토를 전담하는 부서가 따로 존재하였다. 토마토를 재배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밭으로 직접 나와서 문제의 원인을 진단하고 처방을 내려주기도 한다. 8대 작물의 재배 농가중에서 우수한 농가를 선정해서, 나 같은 초보 농부들에게 멘토링을 해주기도 한다.  

  우리나라가 수출중심의 개방경제체제로 발전을 하면서, 농업부문의 희생이 컸다. 그 대신 농업에 대한 보조금을 많이 늘려왔다. 하지만 단순하게 중앙정부가 지자체의 예산을 많이 준다고 해서, 그 혜택이 고스란히 해당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지자체의 공무원들이 얼마나 열정을 가지고 효율적으로 예산을 활용하느냐 하는 것도 중요한 요소이다. 횡성군 공무원들이 어떻게 군민들에게 잘하고 있는 지를, 몇몇 공무원과 군청 및 관련 기관의 역할을 보면서 잘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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