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우승 비법>사람을 키워야 한다-사장의 역할3

- 인터넷 신문에 기고하기 위해 준비했던 열일곱번째 이야기

by 유진

“구단 운영이 잘 되고 있다고 평가받는 국내외 프로야구단 대표들을 찾아가거나 기사를 검색해보세요. 그들이 지향하는 프로야구단의 경영 방향이나 세부적인 실행전략 등을 관찰할 수 있을 거예요. 거기서 얻어지는 시사점들을, 우리 구단의 상황에 맞게 적용시켜 보세요.”

구단주의 세번째 숙제를 받은 것은 두번째 숙제를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첫번째와 두번째 숙제는 프로야구단의 야구라는 서비스와, 이를 수요하는 팬들을 이해하는 것이었다. 세번째 숙제는 프로야구단의 수요와 공급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구단의 경영방향성을 만들어가라는 것이다.

나는 국내 프로야구단중에서 비교적 경영이 잘 되고 있다고 평가받는, 구단 사장들을 만나기 위해 약속을 잡았다. 굳이 현직 사장들만이 아니라 전직 사장들도 만났다.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조언을 한 것이 있었다. 그중 한 사장의 이야기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선수들뿐 아니라 프런트나 사장들도, 모두 성적에 의해서 평가받는 것이 현실이에요. 그래서 좋은 선수를 스카우트해오고, 훌륭한 감독을 임명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죠. 더 나아가 육성시스템을 견고하게 만들어야 되요.”

전현직 사장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프로야구계의 현실을 깨달아갔다. 하지만 뭔가 중요한 포인트가 빠져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나의 뇌리에서는 자꾸 같은 질문이 떠올랐다.

‘결국 훌륭한 프로야구단을 만들어가는 주축은 프런트 구성원들인데, 왜 이들의 성장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는걸까?’

선수나 감독은 기껏해야 몇 년간 해당 야구단에 머무른다. 육성시스템을 비롯한 모든 시스템은 일을 잘하기 위한 뼈대 역할은 할 수 있다. 하지만 일 자체를 실제로 진행하는 것은 프런트 구성원들이다. 결국 지속적으로 좋은 프로야구단을 만들기 위해서는, 역량있는 구성원들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성원들을 키워내기 위해서는 많게는 십수년의 세월이 필요하다. 하지만 프로야구단 사장들은 보통 2~3년마다 바뀌기 때문에, 구성원들의 육성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다. 자신들을 평가하는 항목에도 들어가 있지 않다. 이것이 프로야구계의 발전이 더딘 근본적인 이유중의 하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와 같이 스포츠 마케팅의 토양이 척박한 곳에서는, 각 구단들이 자체적으로 구성원들의 육성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구성원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사장의 꾸준한 관심과 지원이 필수적이다. 사장은 국내외 프로 스포츠구단의 구성원들과 비교해서도 제일 유능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구성원들을 교육시켜야 한다. 설령 구성원들이 다른 구단으로 스카우트 되어 간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프로야구계를 발전시키는 길일 것이다.


보통 KBO리그에서 특정 시기에 왕조를 구축했다고 평가받는 구단들은, 3~4년 정도를 연속해서 우승한 경우를 말한다. 4년 연속 우승을 하면서 왕조시대를 구가했던 S구단의 전임사장을 만났을 때였다. 이 분은 왕조시대를 구축했던 사장답게, 구단을 운영할 때 필요한 요소들을 이것 저것 짚어 주셨다. 약속된 미팅시간이 거의 다 되어서, 나는 마지막 질문을 했다.

“프로야구단 사장이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자세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눈을 감고 한참을 생각하더니, 이분은 뜻밖의 대답을 하였다.

“항상 참을 인(認)자를 3번 되뇌세요. 야구단에서 가장 큰 스트레스는 야구 경기에 져서 성적이 좋지 않을 때입니다. 저는 그때마다 경기가 열리는 야구장 근처 성당에 가서, 기도를 하면서 마음을 추스리곤 했답니다.”

그때는 이것이 무슨 말인지 잘 몰랐다. 한번도 야구시즌을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즌을 치르면서, 그분의 말씀이 의미하는 바를 알게 되었다. 이기는 경기가 팬들을 야구장으로 끌어들이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프로야구단 사장들도 승부에 집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야구경기의 승부가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팀 성적이 하위권으로 떨어질 때는 잠을 제대로 못 이룰 정도로 스트레스가 심하다. 이것은 사장뿐 아니라 프런트 구성원들, 감독과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팀 성적이 좋지 않을 때에는 팀내 갈등도 많이 생기면서 좋지 않은 사건들이 발생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성적이 좋지 않을 때, 프로야구단의 제일 어른인 사장의 역할이 더 중요해지게 된다. 참을 인(認)자를 새기면서 매 경기에 일희 일비하지 않고, 꾸준히 대표로서의 역할을 해나가야 한다. 특히 프런트 구성원 육성과 같이, 장기간동안 꾸준히 정성을 기울여야 하는 일은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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