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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주 VS 임차인

부동산 사업성 분석의 Key

by 고니파더

처가 쪽이 인천이라 부천을 가는 길에 들렀습니다.


맛집을 찾으러 갔는데 과거 심사했던 대상 물건을 우연히 만나게 되었습니다.


옛 생각이 나던 순간.


참고로 심사했던 건은 부동산 경기가 확 꺾이던 시점에 중견 건설사를 차주로 하는 대출이었습니다.


당시 분위기는 '건설과 임대부동산'이라는 말만 나와도 투심위에서 '안돼!'를 외치던, 말 그대로 이 시장에 대한 험악한 분위기가 형성되던 시기였죠.


그도 그럴 것이 과거에 땅값만 보고 거침없이 투자했던 것들이 엄청난 연체율과 충당금으로 되돌아오고 있었어요.


갑자기 '내가 그 지역 잘 안다 안카나?'라고 이야기하며 200억 대 브릿지론을 막 승인하라고 압박하던 부행장님의 음성이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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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분위기에서 과연 '통과가 될까?'라는 부정적인 의견을 지점장에게 전달했더니 일단 와서 한 번만 만나달라고 하더군요.


이 지점장님은 예전에 블로그에서 한번 말씀드렸던 저의 사용설명서를 잘 아는 분으로, 안된다고 하면 군말 없이 포기하던 괜찮은 리더였습니다.


부탁도 하시고 해서 '만나기나 해보자'는 생각으로 부천에 갔습니다.


외관상 건물은 나쁘지 않았어요.


인터뷰 1시간 전에 미리 사업장에 도착해서 여기저기 싸돌아다녀보니 스타벅스 DT도 10분 거리에 있고 프랜차이즈 버거집도 3곳이나 되더군요.


참고로 주거용 오피스텔 심사할 때는 주변에 이런 프랜차이즈 입점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해당 건물의 가치에 대해서 역 추적해 볼 수 있는 소중한 근거 자료가 되죠.


제 습관 중에 하나인데 나름 이제까지 잘 먹힌 것 같습니다.


나중에 실사 자리에서 지점장님을 만났습니다. 제가 1시간 전에 미리 도착해서 주변을 조사했다는 이야기를 하니, 한마디 하더군요.


"너. 나도 못 믿니?"


"아뇨. 지점장님은 믿지만, 차주를 못 믿어요. 차주를!"


한 대 맞고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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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심사 건으로 돌아와서 이야기합니다.


부천에 직접 준공한 오피스텔 100채 이상을 통담보로 하는 건으로 분양이 안되어서 임대로 전환한 물건이었어요.


재밌는 것은 임차인이었습니다.


임직원의 사옥 용도로 약 80채 정도를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70 정도에 장기 임차계약을 맺은 겁니다.


당연히 임대 보증금은 근저당권의 후순위라서 LTV는 큰 문제가 없었어요.


다만 여기서 조심해야 할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장기 임대차 계약을 했으니 이자는 내겠다고 생각하고 앞뒤 안 가리고 투자하면 하수입니다.


무엇보다 책임 임차인이 이걸 중간에 파기하지 않고 끝까지 납부할 만한 힘을 가진 주체인가에 대해 파악해야 진정한 실물 투자심사라고 할 수 있죠.


참고로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절, 책임 임차인이 CGV였던 지방의 영화관 실사를 한번 한 적이 있었습니다.


책임 임차인이 CJ그룹이라 아무 문제없다고 자신만만하던 지점장에게, 실사 자리에서 임대료 미입금된 내역을 제시했더니 아무 말 없이 자리를 뜨더군요.


https://dealsite.co.kr/articles/60295

당시 CJ CGV의 임대차 계약서에는 예외 조항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천재지변으로 인한 임대차 계약 해지 가능'이라는 것이었죠. 지금 생각해 보면 무시무시한 예외 조항입니다.


암튼 코로나를 천재지변으로 해석한 법률 자문을 제공한 법무 법인을 칭찬하게 된 계기가 되어 주었죠.


결론은 책임 임차인이 어떤 주체인지 정확한 확인이 필요하다는 것.


부천의 통 담보 오피스텔의 책임 임차인은 '온세미컨덕터'라는 곳이었는데, 처음에는 무슨 '듣보잡이지?'라고 생각했습니다.


문과생이 이렇게 무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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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조사해 보니 나스닥에 상장된 전 세계 1위의 전력반도체 생산 업체더군요.


https://view.asiae.co.kr/article/2024073009443266040

이들에게는 부천에 한국 공장이 하나 있었고 거기에 종사하는 직원들을 위한 기숙사를 제공한다는 것이 이 딜의 핵심이었습니다.


이후 투심위를 거의 1시간 넘게 진행했습니다.


핵심은 온세미컨덕터를 전혀 모르던 위원들을 설득하는 작업에 있었죠.


힘들긴 했지만 결국 어렵게 해당 딜을 통과시켰던 기억이 나는 오늘입니다.


최근에 보면 부동산의 가치, 즉 유형자산의 담보 가치만으로 투자를 결정하는 시대는 이제 지난 것 같습니다.


심사를 하면 할수록 트렌드가 '현금흐름'에 맞춰지는 느낌이랄까.


옳은 방향이긴 합니다만, 그만큼 더 많은 능력을 요구하는 시대가 되는 듯합니다.


저를 포함해서 심사하시는 분들이 뒤처지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늘도 공부뿐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P.S : 오래간만에 만드는 강의 자료 진도가 나가지 않아 괴로운 하루입니다... 아... 언제 끝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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