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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보대출은 안전할까?

오픈상가와 임금채권

by 고니파더 Feb 17. 2025

“대충해도 된다. 그건 심사도 아니야. 신용대출도 아니고 담보대출을 무슨 2주나 붙잡고 있어?”


주니어 시절, 경기도 인근에 위치한 지하 오픈 상가 담보대출을 심사하며 끙끙거리던 제게 지나가던 선배가 하던 말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선배란 사람에게 무언가를 배우려고 시도했다는 사실이 소름 끼칠 정도인데 그만큼 형편없는 사람이었다는 뜻. 


당시 저는 심사 경험도 적고 어리고도 했지만, 걸려야 하는 사람을 거르지 못한 잘못이 그런 사람을 선배로 두게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참고로 오픈 상가라고 이야기하면 감이 안오시는 분들이 있을텐데, 강변역에 있는 테크노마트나 용산 전자상가를 머릿속에 그려보면 쉽게 이해가 될 듯 해요.


브런치 글 이미지 1

당시 대출의 기본적인 구조는 집합상가 지하에 위치한 오픈상가를 대기업 산하의 슈퍼마켓 체인이 전체 공간의 70% 정도를 임차하여 사용하는 형태였습니다. 


대략적인 감정가는 100억 정도였고 대출금액은 70억, 연간 금융비용은 5억 정도였던 걸로 기억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오픈 상가의 일부만 담보로 취득하는 건은 정식 담보로 인정받기 힘들다는 것을, 당시에 준비하면서 깨닫게 되었죠.


구체적으로 해당 사례분석을 하기 전 '담보' 라는 두 글자가 주는 매력은 투자를 검토하는 입장에서 꽤 크게 다가온다는 것을 부인하기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여기에는 '투자 의사결정이 잘못 되어도 마지막에 가서 건질 것이 있다' 라는 심리가 깔려 있죠. 


하지만 세상이 늘 공식처럼 흘러가지는 않는 것처럼, 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의 위험성에 대한 판단도 사실 판단하기 나름입니다.

문제의 핵심은 사실 담보대출의 리스크를 잘 모르면서 관련 리스크를 과소평가 하는 것에 있습니다. 


경험이 쌓이면서 더욱 깊게 느끼는 것은 투자에 있어 가장 큰 실수가 '담보대출이 신용대출보다 리스크가 덜하기 때문에 신경쓸 것이 많지 않다' 라는 오해에서 비롯된다는 점입니다. 


이런 생각이 마음속에 비집고 들어오는 순간, 해당건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지게 되죠. 


그 결과는 결국 최선의 노력을 다하지 않는 행동으로 귀결됩니다.  


결국 이것이 사고가 나는 첫 출발점이 되버리는 것. 

다양한 투자를 검토한 제 경우를 예를 들어보면, 사실 가장 큰 부실은 ‘담보대출’ 에서 발생했습니다. 


물론 부실의 원인에 여러가지 대외 변수를 고려해야 하겠지만, 신용대출보다 담보대출에서 많은 부실이 발생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이제 위에서 이야기 한 심사 사례를 중심으로 담보대출이 만만치 않다는 것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먼저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근저당권이 설정되면 무조건 담보대출이다’ 라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위에서 이야기 했듯 오픈 상가도 근저당권이 정상적으로 설정되지만 질이 좋지 않은 담보물입니다. 


결론적으로 이런 오픈 상가 대출은 가급적 취급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담보로서의 가치가 매우 불안정하기 때문이죠. 


위에서 이야기 했듯이 오픈상가는 말 그대로 각 공간의 구획이 벽면으로 되어 있는 것이 아닌, 오픈되어 있는 상가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지분관계와 소유권도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경매로 해당 담보물이 넘어가게 되면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기가 어렵습니다. 


물론 여기에도 예외는 있습니다. 


오픈상가 전층을 한 사람이 소유하고 그 전부를 담보로 제공하는 경우라고 한다면, 일반적인 집합상가와 동일한 가치를 인정받을수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경우가 매우 드물다는 것.


뭐 분양하는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일면 당연합니다. 


왜냐하면 여러 장소를 여러 사람에게 Bidding 붙여야지만 높은 분양 매출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죠. 


두번째로 담보대출을 취급하면서 많이 하는 실수가 ‘차주보다 임차인에 큰 비중을 두는 것’ 입니다.


아무리 훌륭한 대기업이 마스터 리스 계약을 제공한다고 하더라도 담보물이 경매로 넘어가는 것은 또다른 문제. 


어떤 분들은 ‘임차인이 대기업인데 무슨 문제냐?’ 고 이야기 하는데, 삼성전자에 대출을 해주는 것과 삼성전자가 임차인인 건물에 대출을 해주는 것은 구별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임대인이 도박장을 운영하는 개인사업자이고 해당 임차인이 이마트라고 가정해보겠습니다. 


대기업인 이마트가 임차료를 연체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습니다. 


(사실 대기업이 임차료를 연체한 사례도 직접 경험했습니다만...) 


하지만 개인사업자 ‘이독사’는 도박장에서 큰 손실이 나면서 이마트가 임차로 사용하고 있는 사업장의 대출금을 연체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아무리 임차료를 제대로 납인한다고 해도 그 사업장은 부실 사업장이 되어버리죠. 


따라서 훌륭한 임차인이 항상 좋은 대출을 의미한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다만 부동산 담보가치에만 매몰되어 의사 결정을 하는 것보다는 임차인의 실질을 보고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기는 합니다. (이 부분은 다양한 의견이 가능한 부분이기 때문에 딴지는 걸지 마시길)


세번째로는 담보물건보다 앞서는 권리가 현실에서는 생각보다 매우 많다는 걸,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르거나 너무 쉽게 생각한다는 겁니다. 


공매 - 당해세를 주의하라!? 당해세가 뭔가요?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보통 근저당권설정일을 기준으로 후순위에 있는 권리들은 무시하곤 하는데요. 


문제는 설정이 되어 있지 않아도 근저당권보다 앞서는 권리들이 담보대출의 가치를 사정없이 깍아 내린다는 데에 있습니다. 


이건 국세기본법을 조금만 공부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는 내용인데, 가장 대표적인 예가 임금채권입니다. 


참고로 3개월 임금채권과 3년 퇴직금 채권은 근저당설정 시점과 관계없이 항상 권리가 우선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금융기관에서 이러한 임금채권을 선순위에서 차감하지 않는다는 데에 있습니다. 


하긴 이런 임금채권까지 선순위 금액으로 차감하면 사실 대출해 줄 수 있는 금액이 매우 작게 되기 때문에 이해가 되는 부분이긴 하지만, 이러한 리스크를 알고 심사를 하는 것과 모르고 심사를 하는 것은 그야말로 큰 차이라고 볼 수 있죠.


예를 들어서 설명하겠습니다.


만약 차주가 직원을 100명 정도 둔 중소기업이고 직원 한명당 월 급여가 30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3개월 임금채권 금액은 약 9억 정도입니다. 


퇴직금까지 계산해보면 금융기관 근저당권보다 앞서는 금액이 약 10억 이상이 됩니다. 


위에서 이야기 했던 감정가 100억 건물이 두번 유찰되어서 70억에 경매에서 낙찰되었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처음에는 대출금액이 70억이라고 안전하다고 생각하고 심사했겠지만, 설정일보다 앞선 선순위 임금채권과 퇴직채권이 10억이기 때문에 그만큼 손실로 잡히게 됩니다.


같은 맥락에서 당해세 (상속세, 증여세, 종부세)도 법정기일이 설정일보다 앞서는 경우 해당 권리가 우선하게 됩니다. 


이 경우 법정기일이라는 것은 부동산 등기부등본에 들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상속세의 경우 법정기일은 상속이 개시된 때인데, 사망시점이라는 것이 등기부등본에 찍힐리 만무하죠.


이러한 당위세들이 선순위 권리금액이 되면 그만큼 경매에 들어갔을 때 보전받는 금액이 줄어들게 됩니다. 


국세의 강제징수비용과 공과금은 무조건 선순위이니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네번째로는 담보대출 취급 시 챙겨봐야 하는 부분이 생각보다 많다는 겁니다. 


일전에 심사사례에서 소개했던 것처럼, 국고보조금 지원 여부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면 아무리 근저당권을 설정했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된 채권보전 조치가 될 수 없습니다. 


일전에 관련 글을 올린 적이 있어서 블로그 이웃들은 아시겠지만, 국고보조금을 지원받은 사업장의 경우 담보 제공시 반드시 국가 및 지자체에서 사전 동의서를 징구해야만 담보로서의 가치를 온전히 인정 받을수 있습니다. 


쓰다보니 생각보다 긴 글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실무적으로 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사실 글은 이렇게 썼지만 저 역시 심사를 할 때 '이 건은 담보가 커버해 주니까' 라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다만 '담보대출은 안전하고 신용대출은 위험하다'는 이분법적인 생각은 지양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런 글을 올려봅니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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