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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할 수 없는 저축은행

오케이저축은행과 최윤

by 고니파더 Feb 13. 2025

미등록 고리대부업체 조직원이 무더기로 검거되었다는 소식입니다.


'연이율 20,000%'…미등록 고리대부업체 조직원 무더기 검거


관련 뉴스를 보니 과거 심사했던 건이 떠오르는 오늘입니다.


그러고 보면 은행 심사역 생활을 돌이켜보면 윗분들이 지시하는 건에 대해 많이 부결했는데, 반대로 '재는 왜 저런 걸 승인해 주냐?'라는 건을 승인했던 적도 꽤 많았습니다. 


오늘은 과거 주변인 모두가 다 반대했지만 (특히 윗 어르신들) 기업만 보고 승인해 준 난이도 높은 건에 대한 심사 이야기입니다.


바로 최근 상상인저축은행 인수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OK 금융 그룹 산하의 '러시앤캐시'가 그 주인공.


https://www.etnews.com/20241206000233

먼저 이 건은 기업 자체보다는 외부 인식이 문제였던 건으로 기억됩니다.


다들 알다시피 대부업은 영화와 드라마의 영향 때문인지 사람들의 시각이 매우 부정적이죠.


그런데 사실 높은 금리만 제외하면 은행이나 대부업이나 하는 일은 똑같습니다. 


문제는 너무 높은 금리이지만. -.-;


저 역시 러시앤캐시에 대한 운전자금을 요청하는 프런트 요청에 '이제는 하다 하다 대부업에까지?'라며 한숨을 쉬던 기억이 납니다.


아래는 대화 내용 중 일부입니다.


"이런 걸 올리면 어떡합니까? 본부장님"


"이 심사역. 그래도 한 번만 나와줘. 애네 이제 대부업 안 한데!"


"아니 누구나 다 아는 대부업 업체인데 본업을 안 한다니요? 말이 됩니까?"


"나도 정확히 모르고 업체 말이니까 잘 판단해 줘요. 그리고 당신 말 잘 듣는 거 알잖아. 그러니까 실사만 나와줘"


'당신 말 잘 듣는 거 알잖아. 실사만 나와줘'

결국 이 말에 이끌려 OK금융 그룹을 파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리서치를 하면 할수록 '이거 내가 알던 것과는 다르게 꽤 괜찮은데?'라는 생각이 계속 들더군요.


역시나 어설픈 선입견이 가장 무서운 법이죠.


호기심이 발동해서 1차로 조사를 하고 업체 면담을 갔습니다.


일이 되려고 그랬는지 당시에 막 금융위원회에서 '대부업 프리미어리그' 제도도 도입했던 시점.


'잘하면 재밌는 일이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집중적으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1033111193422725

사실 러시앤캐시는 OK금융의 국내 사업 첨병 역할을 했지만 외부의 부정적인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최윤 회장은 저축은행으로 즉각 사업을 확장합니다. 


어찌 보면 같은 업인데, 대부업이라는 명칭을 떼고 '서민금융업'이라는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것이죠. 


대부업 1위 ‘러시앤캐시’ 철수…OK저축은행 사업 양수


그리고 대부업은 약속대로 철수합니다. (그래서 저도 승인을 낼 때 승인조건 중 하나로 대부업 철수 시 전액 상환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던 것 같네요)


대신 위에서 이야기 한대로 저축은행 인수합병을 강화하면서 서민금융업계의 큰 손이 되죠.


재밌던 것은 자산운용 쪽은 본인들 역량이 부족하다고 느꼈는지 외부 인사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더군요. 


인상적인 인사 전략이었는데 제 기억이 맞다면 H 금융그룹 출신의 심사역들과 프런트 분들이 당시 꽤 많이 넘어간 걸로 들었습니다.


더 흥미로운 것은 당시에 투자 대상도 부동산에만 집중한 것이 아니라 항공기 금융도 다각도로 검토하더군요. 


저축은행에서 이런 투자를 한다니 신박한 투자.


뭐 지금은 부동산 금융 때문에 고생을 좀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대형사도 흔들… OK‧웰컴, 건전성 악화에 신용도 추락 [저축은행 진단 ②] - 조선비즈


재밌는 것은 이런 연체율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증권사까지 넘보고 있다는 겁니다.


그야말로 무서운 기세입니다.


‘한양證 인수자금’ 한숨 돌린 KCGI… 오케이금융-메리츠 투자자로 참여|동아일보


추가로 이들은 외부 지분 투자회사에도 적극적인데, DGB금융지주와 JB금융지주의 지분도 5% 이상 보유하고 있는 나름 큰 손입니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정말 무섭긴 하네요.


아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OK금융그룹의 최윤 회장은 재일교포 2세라고 해요. 


일본에서 고깃집으로 성공한 사업가죠.


아래 기사처럼 그의 어머니는 일본에서 버려지던 양곱창을 깨끗하게 손질해서 명품 요리로 탈바꿈시켰다고 합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듣고 최 회장의 경영 스타일도 그의 어머님을 닮은 듯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대부업이라는, 남들이 꺼려하는 사업에 들어와 서민금융업으로 탈바꿈시켰으니 말이죠.


[He 스토리] 버려지던 양곱창을 日 명물 요리로… 어머니 혜안서 사업 배워 - 조선비즈


개별 그룹이나 기업은 웬만해서는 다루지 않으려고 하는데, 이 건은 주식 투자와도 관계없고 제가 투자할 일도 거의 없기 때문에 다뤄봤습니다.


지금의 높은 부동산 연체율은 종합 금융그룹으로 변신 중인 OK저축은행에 분명히 골칫거리가 될 것 같긴 합니다. 


다만 부실 사업장 매각 이후의 다음 스텝이 꽤 궁금해지는데, 위기만 잘 극복한다면 그룹의 위상이 크게 바뀔 것 같습니다.


주목하고 있는 것은 자회사 라인업이 괜찮기 때문입니다. 


한 번 더 점프할 수 있는 여력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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