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험 투자란 이런 것이 아닐까?
오래간만에 개별 상품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보험사에 근무할 때 종종 프런트에서 들고 왔던 커버드 본드를 증권사에서도 보게 될 줄은 몰랐네요.
오늘은 세부적으로 커버드 본드의 정의, 특성, 발행 이유와 투자 근거, 마지막으로 체크포인트에 대해서 살펴봅니다.
그럼 시작.
말 그대로 커버드 본드는 발행사의 신용도를 커버해 주는 채권입니다.
근데 순수한 의미의 채권은 아닌 것이 발행사의 신용 리스크를 커버해 주기 때문이죠.
대상 자산은 대출 채권 같은 담보로 보통 Supported 됩니다.
그렇다면 이런 담보 자산을 많이 가지고 있는 곳에서 발행하겠죠?
그래서 은행들이 주로 발행하는 주체라고 보면 됩니다.
주요 특성은 먼저 발행자 측면에서 낮은 조달 코스트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
신용으로 발행하는 것보다 담보로 커버가 되니 금리가 낮은 것은 당연하겠죠?
국민은행, 유로화 커버드본드 발행…"경쟁력 있는 금리로 외화조달" - 머니투데이
두 번째로 발행자는 비교적 장기의 채권 발행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안에 있는 채권들이 계속해서 교체되기 때문에 장기 채권을 발행할 여건이 되는 것.
이를 통해 은행의 고질적인 문제인 자산-부채 만기 불일치를 줄일 수 있는 요인이 됩니다.
또 일반적으로 Book-off 하는 MBS와 달리 SPC 설립 절차 등이 생략되기 때문에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2014년도에 도입했는데 아직까지 그렇게 활성화되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아요.
여러가지 인센티브를 제공해주는 듯 하지만 (원화 예수금 비율 인정) 무엇보다도 짧은 만기가 발목을 잡는 모양새.
'만기가 짧으면 좋은 거 아니냐?'라고 어떤 분들은 생각하실 것 같은데, 만기가 긴 자산에 대한 수요가 시장에서는 꽤 많습니다.

최근 포스코의 회사채 발행에서도 7년물이 굉장히 인기를 끌었죠.
개인투자자들이 비교적 짧은 만기의 예금을 선호하는 것과는 달리, 보험사를 비롯한 기관투자가 입장에서는 Duration 매칭 자산 중 하나로 장기물에 대한 선호가 큰 편이죠.
다만 국내는 이렇게 괜찮은 장기 투자 대상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일 뿐.
만약 국내 발행 커버드 본드의 장기물이 많아진다면 그래도 조금 활성화 되지 않을까 싶네요.
고정금리 비중 늘리려 도입했는데… 자취 감춘 커버드본드 - 조선비즈
다음으로 투자자 측면에서 보자면 무엇보다 높은 안정성이 매력 포인트입니다.
그러다 보니 은행 Credit 보다 높은 등급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죠.
예를 들어 은행 신용등급이 AA이면 해당 은행이 발행한 커버드본드는 AAA의 신용등급을 받는다는 의미.
이러면 동일 거래 상대방에 대해 투자하더라도 낮은 신용위험노출액으로 인해 자본을 보전할 수 있게 됩니다.
참고로 실무에서는 이걸 '자본을 적게 태운다'라고 이야기 함.
안정성 관련 생각해 볼 수 있는 다른 부분은 '은행이 망해도 채권 쪽에서 다시 손실을 만회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걸 역시 필드에서는 역시 '이중상환청구권'이라 하는데 (dual recourse) 별거 아닙니다.
쉽게 말하면 발행사나 담보물건에 대한 청구를 의미하죠.
은행도 안전한데, 담보물도 안전하니 이거야 뭐... 볼 것도 없습니다.

제가 커버드 본드를 무위험 자산이라고 보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점 때문이죠.
그래서 글로벌 은행들의 경우 커버드 본드는 발행하면 미매각 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추가적으로 체크포인트를 보자면 기초자산의 구성도와 금액을 개인적으로 살펴보는 편입니다.
예를 들어 전체 커버드 본드 발행금액이 100억이라고 하면 supported 되는 기초자산인 Loan 총금액이 얼마인지 보고 동시에 NPL ratio도 같이 보는 것이지요.
또 해당 Loan이 상업용 부동산인지, 주거용 부동산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체크하는 것도 좋습니다.
이런 세부 조건들은 신평사 보고서에 잘 나와 있으니 참고하셔서 잘 읽어보시면 도움이 될 겁니다.
...
사실 위에서 여러 가지 특성들을 쓰긴 했지만 은행의 커버드 본드는 거의 리스크가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제가 모신 어떤 분은 '그거 볼 것도 없잖아!'라고 이야기했죠.
그래도 혹시 불안해하는 C-Level 분들을 위해 (혹은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설득 논리로 기초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시장의 부도율 정보 정도는 가지고 가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금리가 조금씩 하향한다는 의견이 많아지는 요즘.
Spread가 점차 붙는 것을 감안할 때 기존 높은 금리 하에서 발행된 커버드 본드에 대한 투자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Hedge Cost는 미리 검토해 보시길.
커버드 본드 투자를 고민하고 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