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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EGS VS 가짜 ESG

ESG와 투자심사

by 고니파더 Mar 17. 2025

ESG 테마는 과거 은행에서 근무할 때 꽤나 신경을 썼던 주제 중 하나였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었고 당시 시멘트 기업 하나를 심사 하면서 예상되는 노이즈 중에 하나였기 때문입니다.


또 막 떠오르고 있던 주제라 심사에 있어 하나 더 챙겨야 할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둘러봐도 주변에서 제대로 된 정의를 내리고 투자/여신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주지 않더군요.


당시 ESG 관련 팀도 조직에 생겼지만, 다들 승진에만 관심이 있고 일에 진심인 사람들은 없었던 듯 해요.


그래서 제가 직접 ESG 관련 심사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이후 많은 조직에서 ESG 관련 팀을 구성하고 관련 지침들도 나오는 것 같긴 합니다만, 제대로 알고 한다는 느낌은 받은 적 없었던 듯해요.


이와 관련 과거에 쓴 글들은 참고하시길. 


ESG와 여신심사 : 네이버 블로그


최태원 회장의 '행복 경영' 끝판왕이라고 생각하는 ESG 테마가 국내에 소개된 지도 이제 꽤 된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관련 개념과 이해도 상당히 발전한 모양새이지만, 눈길을 사로잡는 Report는 드문 듯 합니다.


이런 와중에 간만에 '나름 괜찮은 보고서' 하나를 만났습니다.


한화투자증권에서 발행한 '트럼프의 시대, ESG의 미래'가 바로 그것입니다. (박세연 애널리스트, 김예인 RA)


시간을 들여서 차근차근 읽어보니 준비가 잘 된 보고서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ESG의 업그레이드 버젼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듯.


기본 개념부터 시작해서 응용까지 커버하는, 논리구조가 꽤 탄탄한, 잘 쓴 글들이 많아서 여기에서 소개합니다. 


아래는 인상적인 문구 몇가지를 정리해 본 겁니다.


1. ESG투자는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서 재무요인뿐만 아니라 환경, 사회, 지배구조 요인을 고려하는 것이다.  


2. 트럼프가 싫어하는 것은 E/S/G 각 개별 요인이라기 보다 'ESG투자'일 가능성이 높다.


3. 트럼프가 ESG를 싫어하는 이유는 ESG 활동 전반을 민주당과 좌파의 아젠다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4. 트럼프가 ESG를 싫어한다고 하지만 기업이 존속하는 한 E/S/G 요인은 없앨 수 있을까?


5. 트럼프는 바이든 정부의 핵심정책이었던 IRA를 폐지하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왔으나, 법안을 철회할 가능성은 낮다. (중략) IRA의 기후 투자가 공화당 성향이 강한 주에 더 많은 혜택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6. 전통적인 석유 기업들도 탄소 포집.활용.저장 및 직접 공기 포집 등 저탄소 기술 개발을 위한 보조금 활용을 원하고 있다.


7. 무조건 친환경 산업이라고 해서 재생에너지만을 떠올리며 배척하기보다는, 전통 산업기반의 '전환'이라는 관점에서 저탄소 기술을 활용한 전환 금융의 기회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8. 텍사스는 트럼프가 주도한 석유 및 가스 확대 정책의 혜택을 받은 반면, 이전 정권의 경제적 인센티브로 인해 풍력 및 및태양광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9. 미국의 수입 정책에서 해외에서 제조된 제품에 탄소 배출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략) 미국 상무부는 한국 정부가 현대제철에 탄소배출권을 100% 무상 할당한 점을 문제 삼아 이를 보조금으로 간주했다.


10. 트럼프는 반도체 및 AI 관련 규제가 단순한 경제적 보호주의가 아니라, 중국의 인권 침해를 막기 위한 조치라는 명분을 내세울 것이다. 신장 위구르 지역에서의 강제 노동 및 감시 기술 활용 문제를 근거로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를 정당화 하고 있다.


11. 트럼프가 ESG를 규제로 비판하면서도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저장하거나 활용하는 기술인 CCUS (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를 지지하는 이유는, 기존 화석연료 산업을 유지하면서도 탄소 배출 저감을 달성할 수 있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결국 같은 개념도 '얼마나 알고 있느냐'에 따라 다른 해석이 충분이 가능합니다.


이와 관련 과거 KT&G에 대한 투자를 검토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많은 Conflict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보험회사에서 담배 파는 회사에 투자를 하는 게 말이 되느냐?', '심사를 한다는 사람이 최근 트렌드인 ESG를 놓쳐서 되겠느냐?' 등의 이야기가 바로 그런 것이었죠.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저의 대응은 이랬던 것 같습니다.


"KT&G가 담배만 파나? 홍삼도 파는데? 그리고 시장에서는 고배당주로 분류됩니다. 이 부분은 거버넌스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부분으로 작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대외적인 이미지 때문에 투자를 철회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래와 같은 기사가 보이네요?


"KT&G, 국내 250대 기업 중 ESG 종합평가 1위" | 연합뉴스


물론 평가 주체가 국가기관과 같은 곳이 아니라 공신력 있는 의견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이렇게 해석의 차이가 크게 날 수 있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ESG 때문에 투자 가이드라인을 설정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마칩니다!~


P.S : 인간적으로 ESG 팀에 근무하시는 분들은 '그린워싱' 개념 정도는 알고 일을 시작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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