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는 물류창고와 다를까?
오늘은 잘 모르는 분야, 그래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섹터인 데이터센터입니다.
태생부터 문과생인 저에게 여전히 AI와 데이터센터는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 게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새는 저 둘을 제외하고는 어디 가서 '투자나 심사한다고 이야기하기 힘든 현실'이라,
그동안 귀동냥으로 관련 정보들을 모아 나름 리서치 하고 있습니다.

과거에 관련 딜을 보긴 했지만 담당으로 깊게 파보지는 않았기 때문에 부족함을 느꼈던 것도 금번 리서치를 하게 된 원동력이 되어준 듯.
최근 보면 시장에서의 붐은 과거 2000년대 초반의 물류창고와 비슷한 거 같은데, 가만 보니 인허가가 신규 착공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더군요.
스터디 차원에서 하나씩 파악하고 있는 데이터센터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 봅니다.
1. 역시나 중요한 선임차, 선매각 조건
부동산 시장이 좋지 않다 보니 데이터센터뿐만 아니라, 모든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선임차나 선매각은 대세가 되어가는 분위기입니다.
더군다나 분양 물건이 아니니 투자자 입장에서는 선임차나 관련 조건에 더욱 눈이 가는 모양새.
선매각 조건은 아직 보지 못했지만 무엇보다 중소형 자산운용사의 겉만 번지르르한 선매각 계약서는 이제 효력이 없기 때문에 (저는 그런 계약은 믿지 않습니다),

선임차 계약, 혹은 위탁운영계약서가 시장에서 먹히는 현실적인 계약 구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참고로 보통 선임차를 하게 되면 구조상 이들을 '특정 사용자'라고 말하게 되고, 데이터센터에서 일종의 benefit을 제공합니다.
그것은 바로 상면 임대료라 불리는, 서버가 들어가는 공간에 대한 임대료를 타사업자 대비에서 낮춰주는 케이스를 의미하죠.
상업용 건물을 선임차 해줄 때 제공하는 일종의 '렌트프리'와 비슷한 개념이라고 보는데,
가장 좋은 구조는 상면 임대료를 통해 금융비용을 어느 정도 커버할 수 있는 구조가 가장 깔끔해 보입니다. (물론 전체를 커버하는 경우는 아직 보지는 못했습니다만)
데이터센터의 특성상 한번 서버 등이 이곳에 들어오게 되면 이동이 쉽지 않은 구조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더욱 우량 임차인의 '초기'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볼 수 있겠죠?
2. 의외로 중요한 입지여건
'데이터센터에 무슨 입지여건을 따지냐'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과거의 아무것도 몰랐던 내 모습과 똑같다'라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무슨 데이터센터에 Location을 따지냐'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죠.
그런데 계속 리서치를 해보니 이 데이터센터만큼 지리적 위치가 중요한 것이 또 없더군요.

무엇보다 서버의 원활한 사용을 위해서는 서버 사용자와 데이터센터의 거리가 멀지 않게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 부동산 자산이 가지는 핵심 특징중의 하나였습니다.
거리가 멀면 멀수록 데이터를 더 멀리 전송해야 하기 때문에 서비스에 딜레이가 발생한다고 하고, 보안상의 리스크도 있다고 해요.
그래서인지 역시나 데이터센터도 수도권에 집중되는 듯합니다.
3. 수전 용량 파악은 기본 중의 기본
누군가가 '나 데이터센터 투자나 심사해봤어'라고 이야기하는데, 해당 데이터센터의 수전용량에 대해서 모르고 있다면?
그것은 조금 오버해서 말하면 인수금융 심사는 해봤는데 MBK, 한앤코가 무슨 회사인지 모르는 것과 동일하다고 봅니다.

그만큼 수전용량은 데이터센터 투자에서 기본 of 기본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AIDC (AI Data Center)의 경우 고성능 GPU 기반의 연산이 중심이 되기 때문에 기존 데이터센터보다 단위 면적당 전력 소비가 훨씬 크다고 합니다.
아무리 작아도 최소한 네이버가 과거에 엄청난 스케일이라고 자랑했던 춘천 데이터센터의 40MW 정도는 되어야 쓸모가 있다고 하니, 심사할 때 참고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https://blog.naver.com/cmhub/222744035802
4. 꽤나 큰 손인 기업들을 잡느냐, 못 잡느냐가 관건
1번과 연계된 내용이긴 한데 이 섹터를 공부하면서 가장 크게 들었던 의문 중 하나는, '그래서 데이터센터는 누가 가장 필요로 하지?'였습니다.
넘치는 공급만큼 수요가 뒷받침 되지 못하면 역시나 공실 우려가 있기 때문이죠.
조사를 해보니 우리가 흔히 아는 네이버, 카카오, 구글, 아마존 같은 기업외에도 의외로 통신사들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금융회사들도 관련 시설을 진심으로 원하고 있는 것이 느껴지더군요.
최근에 발생하고 있는 각종 보안 사고들과 그에 대한 파급력을 고려할 때,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입니다.
https://www.sedaily.com/NewsView/2GSSNO6UH0
결론적으로 해당 개발사업에 위 언급한 기업들이 자본 출자나 기타 선임차 계약, 선매각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면?
투자에 대한 안전성은 충분히 보완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이들 입장에서는 결국 해당 자산을 매입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되었기 때문입니다.
...
정리하겠습니다.
투자나 심사를 하면서 미래에 대한 예측이 제일 어렵다는 걸 요즘 느낍니다.
그나마 편하게 가는 경우는 바로 관련 산업이 국가 육성 산업에 속해, 흔히 말하는 세금 먹는 구조일 때입니다.
지금은 여당이나 야당 할 것 없이 AI만을 외치고 있고 국가 단위로 AI, 그리고 데이터센터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걸 감안할 때, 해당 섹터 투자가 그리 나빠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과거 물류창고의 무분별한 개발 붐으로 인해 끝도 없이 투자금이 물려 있던 걸 리마인드 해보면, 넘치는 공급만큼 시장에서 무서운 것도 없다는 것은 잊지 말아야 합니다.
위에서 Key Point로 제시한 것들을 기준 삼아 투자의사결정을 한다면, 꽤 괜찮은 대체투자 섹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오늘은 여기까지!
P.S. 서버는 요리사다. 데이터센터는 식당 주방이다. 요리사가 모여 있는 주방처럼 데이터센터에는 서버가 모여 있다. 클라우드는 서버의 서비스를 잠시 빌려 쓰는 것을 일컫는다. - SMIC, 지앤씨에너지 보고서 중에서
주요 참고자료 : SMIC, 지앤씨에너지 투자보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