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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관리를 하며 드는 생각

바둑과 심사에도 복기가 필요한 이유

by 고니파더

과거에 투자해놓은 것들의 사후관리 업무를 할 때마다 반드시 거치는 작업이 하나 있습니다.


'처음 작성한 투자요청서와 심사의견서'를 다시 출력해서 천천히 읽어보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투자를 요청하고 승인한 이유와 근거를 하나씩 따라가다보면, 가끔씩 Critical Point를 페이퍼가 알아서 알려주기 때문이죠.


이런 저를 보고 어떤 사람들은 (특히 최초 투자와 관련된) 그런 행위 자체를 불편하게 여기기도 하고,


또 다른 사람들은 '어차피 일 터진거 뭐하러 시간 낭비하냐?'고 빈정거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러한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유는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알아야 다음번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죠.


마치 바둑에서의 '복기'와 같은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얼마전 부동산 PF 사업장 사후관리 업무를 맡았습니다.


오래전에 투자한 건으로 시간이 지났지만, 정상적으로 상환이 되고 있지 않았고 만기 시점 엑시트도 요원한 상황.


가서 확인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 역시나 이번에도 현장에 내려갔습니다.


내려가서 보니 흔히 말하는 악성 미분양의 끝판왕을 보여주고 있더군요.


이유는 심사관점에서 '최악'이라고 말할수 있는 조건들은 다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나씩 보자면 1)과거부터 공급물량이 넘쳐나고 있는 지역이었고,


2)전입 인구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3)지방 사업장이었습니다.


더불어 4)주변지역 개발 이벤트에 (전철역 개통과 국제학교 개설 등과 같은 - 예상하셨겠지만 이 중 단 하나도 현재까지 이루어진 것은 없음) 기댄 홍보가 눈길을 끌었고,


당시 뿐만 아니라 지금 생각해봐도 5)너무나 높은 고분양가가 발목을 잡고 있더군요.


6)변변치 않은 시공사 Credit과,


7)메인 상권에서 떨어진 입지조건은 더 말하지 않아도 될 듯 합니다. (입만 아픔)


제 기준 매우 악성이라 할 수 있는 준공후 미분양된 상업시설의 Exit은 그야말로 안드로메다행.


물론 큰 폭의 할인분양이나 공매로 들어가면 어느정도 회수는 되겠지만, 대주단들이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추가로 그때까지의 신경을 쓰다보면 다른 것을 투자하지 못하게 될 겁니다.


기회비용 이야기가 여기서 또 나오게 되네요.


문제는 '최초 투자를 하는 시점에 위에서 지적한 것들의 검토가 제대로 이루어졌는가?' 입니다.


만약 업무 프로세스에서 놓치게 된 거라면 개선을 하면 될 것입니다.


실패는 할 수 있고 완벽한 투자 결정이라는 건 없는 거니까 말이죠.


반복되는 잘못이나 손실이 '특정인' 때문이라면 업무에서 배제하면 됩니다.


회사 돈 가지고 자기 욕심 채우거나 골프치러 가면 안되는 거니까.


하지만 진짜 큰 문제는 바로 '실패에서 배우지 못하고 그대로 덮어버리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같은 실수를 계속 반복하게 됩니다.


상대방의 '이번에는 다르다. 한번만 도와달라'는 사정에 불쌍해서 어쩔수 없다며 의사결정을 반복하는 순간,


본인 평판 뿐만 아니라 회사도 '호구'로 낙인 찍힌다는 걸,


관련 업무를 하시는 분들이 부디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투자나 심사에도 복기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을 다시금 굳게 한 하루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P.S


투자나 심사는 자기 이름 걸고 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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