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하고 뭐 먹고살지?
학교를 누구보다 열심히 다녔다고 할 수도 없을 것 같고, 사실하고 싶은 게 뭔지 모르겠고 내가 하고자 하는 일 관련 인턴, 심지어는 알바까지 수없이 떨어졌는데 졸업한다고 바로 취업이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가장 졸업 한 달 전부터 머리를 지배하고 있었다.
내가 다니던 학과는 호텔관광경영학과로 부모님은 이왕 4년 동안 공부한 거 전공을 살려서 호텔이나 리조트 등의 관광업계로의 취업을 원하셨지만, 이미 칵테일 바 아르바이트로 크게 데었던 나는 그걸 원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내가 했던 일에 대해 며칠 동안 자기소개서를 쓰며 고민해 보기 시작했다.
이것저것 많이 도전은 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눈에 보이지 않고, 남들이 다 따는 컴퓨터 자격증, 토익 등의 영어 자격증은 물론이고 원하는 분야의 열정만 가지고 있습니다! 한다고 해서 과연 취업이 될지도 의문이었다.
내 주변의 졸업한 대부분의 동기들은 아르바이트하면서 아르바이트비를 가지고 여행 다니고 하고 싶은 일에 투자하며 놀고 있는데 나도 그렇게 놀고 싶다는 생각이 사실 가장 먼저 들었다. 무작정 2월에 제주도를 가고 싶다는 생각에 비행기부터 예약을 끊고 작은 회사들에게 이력서를 돌리기 시작하였다.
사실 기본적인 자격증, 토익 점수가 없던 나는 부모님이 취업부터 해라는 말에 등 떠밀리듯이 내가 갈 수 없는 기준에서 높은 회사들에게 들이대기 시작하였다. 반은 취업되면 좋겠다는 마음과 반은 그냥 보여주기 식이었던 것 같다. 뉴스나 주변 이야기를 들어보면 30군데를 넣어도 연락이 안 오는 곳이 허다하다는 말을 듣고 밑져야 본전이지 하는 맘으로 이력서를 넣기 시작하였다.
왜 연락이 왔지
당연히 아무 데서도 연락이 안 올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매일을 즐기며 미리 캔버스에서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컴퓨터 게임을 하고 놀고 있었는데 한통의 전화가 왔다. "안녕하세요, 이력서 보고 연락드려요 혹시 내일 면접 가능하세요?"라고 말이다. 처음에는 엥? 이 생각이었다. 지원자가 40명이 넘는 이 회사에서는 특히나 더 연락 올 일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 다 면접 보고 결정하려고 하나 보네. 생각한 뒤 하루 뒤 면접 준비를 급하게 시작하였다. 유튜브를 뒤져가며 자기소개 잘하는 법, 30초 안에 면접관의 시선을 사로잡는 법 등 면접 관련 유튜브르 하루 종일 보며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편에는 에이, 그래도 안될 텐데 기대는 하지 말고 그냥 내 생각만 잘 정리하고 오자고 생각하며 잠이 들었었다.
집에서 40분 정도 거리의 회사에 20분 정도 일찍 도착해서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회사에 들어갔다. 처음 들어갔을 때 약 10명 정도의 직원분들이 나를 바라보시는 게 느껴졌고 잠시 앉아서 기다려달라고 하셔서 차분히 마음을 가다듬었다. 잠시 후 모자를 쓰고 머리가 긴 예술가적인 스타일의 남자 면접관님이 들어오셨다. 제본을 뜬 포트폴리오를 전달해 드리며 준비한 자기소개를 했다.
그 면접관님은 나에게 한마디 물어보셨다. 이렇게 경력이 없는데 포트폴리오도 준비해 오고 뭔가 열정은 넘쳐 보이네요. 근데 회사는 일을 하는 곳이지 일을 가르쳐주는 곳이 아닌데 괜찮겠어요? 저희 회사 야근도 많고 밖에서 보이는 것보다 훨씬 힘들 수도 있어요라고 말이다. 전 힘들 것 알고 왔고, 힘든 거 좋아합니다.라고 대답하니 웃으셨다. 그러면서 포트폴리오 수정해야 할 점과 업계에 대한 현실 등 면접을 50분 정도 봤다.
면접관님께서는 최대한 빨리 면접 결과에 대해서 알려주신다고 하시며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는 회사 출근해서 뵈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리고 진이 빠진 채로 나는 회사에서 나와 근처에 맛있는 밥을 먹으러 갔다.
그 회사에는 결국 붙었고,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 그러나 힘든 거 좋아한다는 내 말에 맞게 일은 정말 힘들었고, 3개월 후 회사에서 도망치듯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