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그림일기를 쓰던 때가 있었다. 나는 무언가를 하면 꾸준히 하는 성격이 아니었어서, 주말 동안 밀린 일기를 몰아서 쓰던 기억이 나곤 한다.
그러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어떤 책을 읽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한 권의 책에 빠져 매일 두 장의 일기를 쓴 기억이 난다.
선생님께서는 일기 마지막 장에 항상 잘 보고 있다는 인사치레의 말을 써주셨던 것 같다.
이 일화만 보더라도 사실 우리 모두는 글을 쓰는 거에 익숙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요즘에는 SNS에 자신의 생각을 적는 사람들도 충분히 많고, 또 그 내용들을 들여다보면 내가 생각해보지 못한 관점을 적은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글은 누구나 쓸 수 있다. 혼자서 간직할 수도, 나와 같이 다수의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공간에 올릴 수도 있고 말이다.
그럼에도 작가라는 단어에 무게감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마음속 한켠에는 작가는 모두에게 공감받아야 하고, 의미 있는 말을 해야 한다는 강박 아닌 강박에 갇혀 있었던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은 말만큼, 듣고 싶은 말을 써야 한다는 이상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사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고, 그걸 읽는 사람이 충분히 자신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좀 더 자유롭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쓸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설령 나만이 하고 싶은 말이고, 공감받지 않아도 요즘은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가 읽고 공감하면 그만한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