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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새가 내게 가르쳐준 것

좁아지는 사랑과 넓어지는 사랑

어린 시절 나는 모든 동물을 다 사랑하는 아이였다.


가장 좋아하는 동물은 강아지였고

늘 엄마에게 강아지를 기르게 해달라고 졸라대곤 했었다.

'내 개'가 없는 나에게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개는 사랑 그 자체였다.


고등학교 2학년때

나는 갑작스럽게 심한 수면장애를 겪게 되었다.

몇가지 요인이 원인일 것으로 짐작이 되지만, 

적극적으로 해결할 수가 없었다.

나는 늘 불면증에 시달렸다. 

눈을 감으면 악몽이 시작되었고, 악몽은 하룻밤 수십번 가위눌림을 동반했다.


그렇게 힘든 상황을 겪는 나를 보던 엄마는

내가 늘 바라던 귀여운 강아지를 내게 안겨주셨다.


도도도도 달려왔던 나의 첫 강아지는 순식간에 나를 사랑에 빠지게 했고

그 동시에 개에 대한 나의 광역 사랑은 범위가 매우 좁아져 '내 개'에 한정되었다.

15년을 함께 했던 내 동생이 떠나고 나서, 나는 여전히 개를 좋아했지만

나는 알아버렸다.


세상의 수 많은 개는 내 개가 아니라는 걸.

그 어떤 개도 떠나버린 내 개만큼 사랑스럽지 않다는 걸.

개돌이에 대한 나의 사랑은 좁아졌지만 너무 깊어져서 버려서

아주 좁은 틈 사이로 틀어박히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마음을 닫았고

그 어떤 동물도 사랑하지는 않겠다고 마음을 먹게 되었다.


그러나 결심이란 매우 헛된 것.

개돌이가 떠나고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나는 길에 떨어져 그냥 두면 죽게 될 운명이 닥칠 것이 분명한 새끼 참새를 주워오게 되었다.


사랑하지는 않았지만, 다친 채로 죽어가는 걸 볼 수가 없었기 때문었지만

날벼락처럼 하늘에서 떨어진 나의 참새는 정말 재앙같이 느껴질 만큼 부담스러웠다.

빨리 치료를 해서 내보내줄 생각만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 참새는 아주 허약했고, 움직이는 기능상의 문제는 크지 않았지만 약간의 장애도 남았다.

그리고, 아주 어렸기 때문에 나를 어미로 알아버렸으며 자신이 참새라는 사실은 잊고말았다.


날 줄 몰랐던 그 애는 사람에게 나는 법을 배워 날게 되었고

집에 날아들어온 파리를 용맹하게 찢어발기고 뜯어먹을 만큼 냉혹해졌지만

나는 그 작은 날짐승을 무엇보다 더 사랑하게 되고 말았다.

워낙 허약했기 때문에 일찍 보낼 줄 알았다.

그렇게 8년 반이 지났고, 정말 예상도 못한 어느날 오전 나의 작은 새는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떠나버렸다.


이제 나는 늘 내 새를 그리워한다.

그러나 이전에는 관심이 없던 세상의 모든 참새를 사랑스럽게 쳐다본다.

창밖 남의 집 처마를 드나드는 참새들도 사랑스럽고

풀더미, 나무 덤불 속에서 일시에 날아오르는 참새들도 사랑스럽다.

고속도로 휴게소마다 사람들이 흘린 부스러기를 주워먹기 바쁜 참새들도 사랑스럽다.


나는 내 개로부터 편협하지만 깊어지는 사랑을 배웠고

내 새로인해 아쉬움 가득하지만 넓어지는 사랑을 알게되었다.

그리고 그 사랑들은 모두 내게 그리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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