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나의 바다

우정의 결말

by PNE






나는 성주가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왔다. 성주가 어떤 일을 하고 싶어 하는지 묻고 어떤 것이든 면접을 볼 수 있을지 함께 찾아 주었다. 지금 까지 그 어떤 사람도 묻지 않았던 것이 마치 나의 잘못 같았다. 나는 성주가 어떠한 일이라도 해 집을 나가 혼자의 힘으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왔다. 성주는 근처 자주 가던 카페, 베이커리 등 알바 자리를 알아보았고 근처에 있는 아동 미술학원에 자리를 잡았다. 면접 합격 전화가 올 때 우리는 손을 잡고 날뛰었다. 나의 합격 소식만큼이나 기뻤다. 나는 매일 전화를 해 물었다.

"오늘은 힘들게 하는 학생은 없었어?"

"첫 월급은 어디에 쓸 거야?"

"동료들은 어때? 이상한 사람은 없어?"

나의 질문들은 성주의 일상을 채워갔다. 성주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일에서 마음을 채우는 듯 보였다. 성주는 생각 보다 아이들과 잘 어울렸고. 성주가 아이들을 훈육하는 모습은 내가 깜짝 놀랄 정도로 좋은 선생님의 모습이었다. 정이 많고 따듯했던 성주는 아이들에게 금세 최고의 선생님이 되었고 나는 그 모습이 감격스러웠다. 나는 물었다.

"부모님께는 말씀드렸어? 너 선생님 된 거?"

성주는 곧 말씀드린다고 했다. 나는 좋은 소식은 꼭 빨리 알려야 한다며 성주를 재촉했다. 성주는 마치 부모님께 좋은 소식을 처음 전하는 사람처럼 핸드폰을 잡고 머뭇 거리더니 전화를 걸었다. 성주에 부모님은 오랜만에 걸려온 딸의 전화에 담담한 듯 반가운 목소리로 소식을 들었다. 큰 호응은 없었지만 성주는 기뻐했다. 그 이후로는 성주가 부모님을 종종 찾아뵈었고 사이가 좋아진 듯 보였다. 나는 성주가 무언가를 해내고 그것에 성취감을 느끼는 모습이 자랑스러웠다. '자랑스럽다' 얘기할 때면 목이 메일 정도였다. 성주가 성취하는 모든 것들에서 성주를 기쁘게 해 주고 혼자서도 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었길 바랐다. 성주는 오랫동안 연애를 하지 않았다. 자신을 찾는 듯했다. 성주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많이 외로움을 타는 듯했다. 나는 성주의 허전함을 채워주고 싶어 노력했지만 이뤄질 수 없었다.




내가 성주와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을 오빠는 이해해 주었다. 나는 아주 많이 고마웠다. 나의 연인인 나의 오빠는 나를 많이 배려해 주었고 내가 성주를 아끼는 것 또한 나의 일부처럼 기다려 주고 응원해 주었다.

가끔은 물었다. 나의 성주를 향한 강한 응원의 마음은 어디서 나오는 거냐고.

“이건 당연히 우정이지!”

나는 단언했다.

“아름다운 우정은 서로를 믿고 도와주는 것이지 그게 진정한 우정이지."

나에게는 당연한 말이었다. 아마도 우정보다는 사랑에 가깝지 않았을까. 대가를 바라지 않는 응원을 더한 우정은 말이다. 사랑보다 순수하고 우정보다는 짙은 그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성주가 나에게 주었던 우정은 나의 전부였다. 살아남기 위해서 존재하던 나의 삶에 성주는 행복이란 것을 알려주었다. 내가 걱정 없이 웃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사람이었다. 그런 소중한 성주가 행복하길 바라는 나의 마음은 내가 성주에게 무엇인가를 해준다기보다는 보답에 가까웠다. 내가 받은 수많은 값을 매길 수 없는 소중한 것들 중에 비교할 수 없는 아주 작은 보답이었다. 나는 나의 행복보다 성주의 행복을 빌었다. 나의 행복과 번영은 한 번도 빌어 본 적 없는 내가 성주의 행복을 빌었다. 세상에 소원을 빌 수 있는 단 한 번에 기회가 있다면 나는 그 소원을 망설임 없이 성주가 행복하게 해달라고 빌 것이다. 이것은 단연코 더없이 순수한 우정이었다.


내가 성주를 만나 성주의 따듯함으로 나의 아픔을 치료했듯 성주 옆에 많은 사람들이 성주를 거쳐 따듯해지길 바랐다. 나에겐 성주는 따듯한 바다와 같았다. 내가 춥고 시린 계절에 내 근처 어딘가에서 괜찮다고 소리 내주던 바다. 그 바다에 겨울이 와서 바다가 추위에 몸서리치더라도 그 바다의 본질은 따듯함이기에 나는 그 겨울이 다 가도록 성주 옆에 있었다. 큰 파도에 나의 토닥임은 보잘것없을 지어도 나는 바다에게 괜찮다고 토닥였다.


겨울은 한 해가 가도록 성주를 괴롭혔다. 열등감과 자격지심으로 얼룩진 마음도 겨울과 함께 갔다. 성주의 웃음은 다시 밝아졌다. 근심 걱정 없던 웃음이 돌아왔다. 내가 알던 그 웃음이다. 서른이 다 될 갈 즈음에 우리는 우리의 중학생이던 그 웃음을 되찾을 수 있었다. 나에게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았던 성주와 함께 얘기하고 웃던 그날들이 잠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