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낯선 사람들의 등장

by 웰시코기 바람이

오늘은 조금 시끌벅적합니다.

아침부터 낯선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서울에서 왔다고 했던가요?

사람 몇 명이 뜬장 앞에 서서 주인 아저씨와 이야기를 나누더니, 우리 쪽을 향해 카메라를 들이댔습니다. 찰칵 찰칵

렌즈가 나를 향할 때마다 심장이 쿵 내려앉았어요. 나는 그저 조용히, 눈만 굴리며 사람들을 바라봤습니다.

만져 달라고 꼬리를 흔들 힘도 나지 않았어요. 혹시… 저분들이 보신탕집 사장님은 아닐까요? 가슴이 꽉 막히고, 몸이 떨렸습니다.


며칠이 지났을까.

그 사람들이 다시 왔습니다. 이번엔 표정이 다르더군요. 낯선데도 따뜻했어요.

아저씨 몰래 조심스레 우리 쪽을 보며 속삭였습니다.

“조금만 참아요. 우리가 데리러 올게요.”

그때서야 알았습니다. 그 분들은 “허그코기”라는 단체 사람들이었어요.

나 같은 웰시코기들을 구조하는 곳이래요.

정식으로 등록된 ‘한국웰시코기구조협회’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처음으로 희망이란 단어가 머릿속에 스쳤습니다.


그들은 뜬장 주인에게 돈을 주고 사가는 척하며, 우리를 몰래 구해 준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아무 일 없는 척해야 해요.”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꼬리를 움찔했지만, 꾹 참았습니다.

기쁨이 터질 것 같았지만, 한 마디 짖는 순간 모든 게 무너질까 봐 숨죽였어요. 기쁨의 눈물조차 흘릴 새도 없이, 나는 조용히 가만히 있었어요.


며칠 뒤면 데리러 온다고 했습니다. 그날이 오기 전까진 마음을 다잡아야겠지요.

아직은 낯선 냄새와 무거운 공기 속이지만, 이제는 두렵기만 하지는 않습니다.


오늘, 저는 처음으로 희망을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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