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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의지박약사 Jul 18. 2024

나를 변화시킨 세 가지 습관

  조약사님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 대해 배웠지만 내 식견이 짧아 다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일곱가지 습관 중에 세 가지라도 코비가 말한대로 내 삶에 적용하려고 애썼다. 코비의 말에 따르면, 습관을 내 몸에 장착시키기 전에 내가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그것은 습관을 닮는 그릇인 내적 성품을 함양하는 일이었다. 신뢰할만한 내적 성품을 갖추지 못한 사람은 사람을 설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설득력 있는 의사전달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겉만 화려한 언변이 아니라 언행일치의 진정성이다.


  물론 씨를 뿌리지 않고도 과일을 수확하는 방법도 있다. 다른 사람이 심은 나무의 열매를 수확하는 것이다. 그러나 내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의 열매로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기는 힘들다. 사람들은 본인만의 고유한 스토리를 듣고 싶어한다. 스토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열며, 신뢰할 수 있는 관계를 쌓아올릴 토대를 제공한다. 스토리가 나무의 열매라면 씨는 패러다임이다. 


  패러다임은 쉽게 말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다. 특히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은 코비가 성공을 보장하는 좋은 씨앗이자, 패러다임이다. 만약 코비의 말이 사실이라면 누구든지 척박한 땅을 갈아엎고 7가지 씨앗을 심을 때 '성공'이라는 매력적인 열매를 수확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코비의 말을 믿어보기로 결정했다.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가 아니라 자립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부끄럽지만 28살의 나는 공부하는 법만 알았지 홀로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 법에는 무지했다. 그 당시의 나는 스스로 나이가 많다고 생각했다. 무엇인가를 시작하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최대한 빨리 정서적, 지적,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지름길을 찾고 싶었다. 그러나 성숙한 어른이 되는데 지름길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어린 나무가 아름드리나무로 자랄 때 한해한해의 성장과정이 축적되어 더 큰 원의 나이테를 그려나가는 것처럼, 나 또한 자립할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해 다음 단계의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직면한 중대한 문제들은 그 문제들이 발생한 때 갖고 있던 사고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가장 먼저 나는 나의 패러다임부터 바꿔야만 했다.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사고방식이 바뀌면 나의 태도가 바뀌고, 나의 태도가 바뀌면 나의 행동이 바뀌고, 나의 행동이 바뀌면 내 인생 스토리도 바뀌게 될 것이다.

 

  가장 먼저 바꿔야만 하는 나의 사고방식은 무엇이었을까? 첫째로, 수동적인 사고 방식이다. 나는 내 인생의 주도권을 아버지에게 내주었다. 나는 끊임없이 아버지 때문에 고통받았다. 아버지는 주기적으로 자해, 도박, 사기, 대출 같은 큰 사고를 쳤다. 아버지는 자신의 행위에 대한 대가를 치를 능력이 전혀 없었다. 사고뭉치 아들을 홀로 감당하시던 할머니는 지금 연세도 많으시고, 몸도 편찮으셨기 때문에 이제 그 대가는 이제 아들인 내가 온전히 치러야만 한다. 아버지와 엮인 내 인생에 비전은 없다고 스스로 판단했다. 내가 대학 졸업 후 도망치듯 서둘러 원주에 정착한 이유도 사실 이런 나의 사고방식 때문이었다. 


  둘째로, 비관적인 사고방식이다. 나는 결코 결혼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우리집은 정말 찢어질 정도로 가난했다. 또한 연세가 많으신 할머니께서는 편찮으셨고, 아버지께서는 조현병 환자이였기 때문에 돈을 모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아무리 내가 근면성실하게 돈을 벌어도 결국에는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것 같았다. 이런 나의 비참한 상황을 그 어떤 여자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스스로 단정했다. 그리고 나는 무엇보다 내 아내가 될 사람에게 내 아버지 같은 시아버지를 모시는 부담감을 절대 주고 싶지 않았다. 


  셋째로, 근시안적인 사고방식이다. 졸업 후 나의 현실이 졸업 전과 크게 달라진 것 없는 시궁창인 것을 깨닫고 나는 좌절했다. 재학시절 나는 서울대만 졸업하면 내 미래에 뻥 뚫린 고속도로 같은 길이 깔리고, 고속도로 양 옆에는 꽃들이 활짝 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왠 걸. 내 손에 대학졸업장과 약사면허증만 들려있을 뿐, 내 미래는 여전히 험한 비포장도로였다. 나는 앞으로 어떻게 이 비포장도로를 헤쳐나가야할지 도무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냥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만 자꾸 들었다.


  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 이야기가 생각났다. 농장 주인은 거위가 황금알을 최대한 많이 생산할 수 있도록 거위를 돌보아야만 했다. 그러나 농장 주인은 생산 능력을 가진 거위가 아니라 생산물인 황금알에 집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농장 주인은 황금알에 점점 집착하게 되었다. 농장 주인은 한 번에 많은 황금알을 가지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러나 이를 이룰 방법이 없자 그의 기쁨은 곧 걱정근심으로 바뀌었다. 결국 농장 주인은 거위를 죽여 뱃속에 있는 황금알을 한꺼번에 꺼내기로 결정했다. 농장 주인은 거위를 죽였다. 농장 주인의 예상과 달리 거위 뱃속에는 황금알이 없었다. 그리고 그의 농장은 다음날부터 황금알을 생산하지 못했다. 생산 능력을 가진 거위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약학대학 졸업후 내 모습은 거위를 죽인 어리석은 농장 주인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었다. 나에게는 황금알을 매일 생산할 수 있는 거위가 한 마리 있었는데, 그 거위의 이름은 약사였다. 나의 거위는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기거위였다. 이 거위를 잘 먹이고 잘 키우면 더 크고 더 많은 황금알을 가지게 될 터였다. 그러나 나는 욕심이 났다. 내 마음은 자꾸 조급해졌다. 나는 오직 황금알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대학교를 다닐 때는 몰랐었는데, 막상 대학을 졸업하자 내가 대학교를 황금알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 앞에 당장 황금알이 놓여져있지 않음에 화가 났다. 내 황금알보다 친구들의 황금알이 더 커 보였다. 내 마음은 시기, 질투, 분노, 걱정, 두려움으로 채워져갔다.


  불안하고 조급한 마음은 어리석은 선택을 하게 만든다. 나는 농장 주인처럼 거위의 배를 갈라 황금알을 모조리 꺼내 빨리 부자가 되고 싶었다. 최대한 빨리 약사 트레이닝을 마치고 100% 급여를 받고, 능력 있는 약사로 성장하여 매니저 약사로 승진하고 싶었다. 그러나 수습기간이 끝나는 시점도, 승진도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이 일들의 주도권은 매니저 약사님과 약국장님께 있었다. 내가 황금알에 욕심을 내면 낼수록 내 인생의 주도권을 그들에게 빼앗길 것이다. 주도권을 빼앗긴 나는 매일 노심초사하며 그들에게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동료들과 경쟁할 것이다. 결국 내 마음은 피폐해지고, 나의 자존감은 무너질 것이다. 날마다 더 많은 황금알을 요구 받는 나의 소중한 거위는 감당할 수 없는 스트레스 속에서 스스로를 자책하며 서서히 죽어갈 것이다. 

  

  지금까지 나는 나를 무가치하게 여기고, 가족을 원망하고, 세상을 두려워했다. 조약사님은 이런 나의 마음을 읽으신 것일까? 아니면 약국에서 매년 새내기 약사들을 만나 그들과 관계를 맺고, 업무를 가르치시면서 자연스럽게 터득한 교육법일까? 그 이유가 어찌 되었든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라는 책은 그 당시 나의 어린  사고방식을 깨어 부수고, 나로 하여금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되어 주었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프레임이 잘못되어 있음을 깨달았다. 코비의 가르침은 나로 하여금 수동적이고, 비관적이고, 근시안적인 사고방식으로부터 해방시켜주었다.     

  

  코비가 제안한 7가지 습관은 다음과 같다. 

  

  습관 1. 자신의 삶을 주도하라. 

  습관 2. 끝을 생각하며 시작하라 

  습관 3. 소중한 것을 먼저 하라. 

  습관 4. 승-승을 생각하라.

  습관 5. 먼저 이해하고 다음에 이해시켜라

  습관 6. 시너지를 내라. 

  습관 7. 끊임없이 쇄신하라.

  

  코비는 습관 1-3을 통해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내면의 변화를 강조했고, 그리고 습관 4-6을 통해 시너지효과를 내는 관계형성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습관7에서는 앞에서 말한 모든 습관들을 평생동안 쇄신할 것을 독자들에게 권면했다. 나는습관 1-3을 초급과정으로, 그리고 습관 4-6을 고급과정 또는 관리자용으로 보았다. 그래서 나는 모든 사람이 꼭 갖추어야 할 습관 1-3을 내 것으로 만들고자 결심했다.

  

  습관 1 - 자신의 삶을 주도하라


  우선 나는 수동적인 인생에서 벗어나 주도적인 인생을 살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가난하고 비정상적인 가정환경을 나의 일부로 받아들여야만 했다. 나는 알콜중독에다 사고뭉치인 아버지를 더이상 원망하지 않기로 했다. 한 번에 아버지를 향한 내 인식이 바뀔 수는 없겠지만, 나는 아버지를 조현병 환자로 대하려고 노력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함으로 나의 상황을 조금씩 더 개선시키는 데 삶의 중점을 두었다. 아버지가 문제를 일으킬지라도 아들인 내가 책임지고 부양하는 게 아들된 도리라고 생각했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내 의도와 상관없이 수많은 문제들을 직면해야만 했다. 신혼시절 아버지는 월급을 받으면 그날 술집에 가서 다 써버리셨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다투셨고, 결국 어머니는 집을 떠나셨다. 어린이집에 다닐 무렵부터 나는 할머니와 단 둘이 살게 되었다. 아버지가 집에 계신 날이면 난 공포에 떨었다. 아버지의 레이더에 하나라도 걸리면 나는 혼나고 매맞았다. 어른이 되어서도 나는 언제 아버지로부터 공격이 쏟아질까 걱정하며 가슴 조마조마한 하루하루를 보내야만 했다. 내 평생에 문제가 없는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스스로에게 왜 하필 나에게 이런 문제가 생긴 걸까?'라고 질문할 때마다 나는 그럴듯한 정답을 찾을 수 없었다. 이 난제를 풀기 위해 몰입하면 할수록 나는 상처받았고, 주위 사람들을 원망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질문을 바꾸기로 했다.'선하신 하나님께서 나에게 이런 문제를 주신 이유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오직 하나님만이 알고 계신다. 하나님은 선하신 분이시기 때문에 내 인생 속에서 내가 정답을 찾을 수 있도록 나를 도와주실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한 답을 깨닫게 되었을 때, 나는 하나님께 원망이 아니라 감사하게 될 것이다. 


  기독교인인 나는 성경말씀에 근거해 이렇게 믿기 시작했다. 나는 문제 그 자체에 매몰되지 않고 문제보다 더 크신 하나님을 바라보려고 노력했다. 거짓말 같이 내 마음의 고통이 수그러들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나는 고통이란 사건 그 자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사건에 대한 반응 때문에 발생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나는 매일 아침 말씀 묵상 시간에 사건에 바로 반응하지 않는 연습, 하나님 보시기에 가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분별하는 연습을 했다. 시간이 자나자 자연스럽게 아버지를 위해 나 자신을 희생하겠다는 결단을 하게 되었다.

  

  내 인생은 이제 더 이상 아버지에게 끌려다니는 수동적인 인생이 아니었다. 나는 다시 태어나도 아버지의 아들로 태어날 것이라고 다짐했다. 나에게 주어진 모든 문제들조차도 나의 선택으로 이루어진 나의 인생임을 받아들였다. 나는 완전하진 않지만 주도적으로 그 문제들까지 포용하고 사랑하게 되었다. 이제 모든 책임은 나 자신에게 있었다. 이 상황을 하나님께서 기뻐하실만한 상황으로 바꾸기 위해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았고,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 일을 실천했다.

  

  습관 2 - 끝을 생각하며 시작하라.


  코비가 내게 가르쳐 준 두 번째 습관은 "끝을 생각하며 시작하라"이다. 나는 '끝'이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죽음을 떠올렸다. 끝을 죽음이라는 단어로 바꾸면 이렇게 다시 말할 수 있다. "죽음을 생각하며 시작하라." 죽음은 인생 모든 것들의 종착점이다. 죽음 앞에서는 모든 인간이 그토록 탐하는 돈,명예,권력도 빛을 잃고 만다. 그러나 죽음 앞에서도 온전히 빛나는 무엇이 있다면, 나는 그 보석을 위해 생애를 걸어도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내가 그 보석을 찾지 못했다는 데 있다. 아니, 나는 내게 좋은 것들을 찾고 싶은 의지도 없었다. 


  나는 어릴 때부터 60살이 되면 죽어야지라고 생각했다. 이제보니 20년도 채 남지 않았다. 30년 전에 내가 했던 그 말을 취소한다. 퉤퉤퉤. 어릴 때에는 삶이 즐겁지 않았다. 하루하루 마지못해 사는 인생 같았다. 그렇다고 미래가 밝아보이지도 않았다. 내겐 소망도 희망도 없었다. 초등학교 고학년의 머리로는 아무리 생각해도 노답 인생이었다. 그래서 죽을 때 되면 얼른 죽어야지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어릴적 내가 그토록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던 이유는 가까운 가족의 죽음은 물론 애완동물의 죽음도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내가 유일하게 슬퍼한 죽음은 게임 속 캐릭터의 죽음이었다. 그러나 게임 캐릭터는 100원만 넣으면 다시 살아났다. 어쩌면 나는 게임 속에서 매일 반복되는 생과 사에 익숙해져버린 건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내가 현실 속에서 아무런 경험을 하지 못했다는 얘기는 아니다. 나는 죽음 대신 헤어짐을 경험했다. 엄마와 헤어졌고, 아빠와 헤어졌고, 새엄마들과와 헤어졌고, 이복동생들과 헤어졌다. 서울에 올라온 뒤로 할머니와도 헤어졌다. 나는 사람들과 헤어질 때마다 가슴이 무너지는 큰 상실감을 느꼈고, 그 상실감은 마음 속에서 그들이 죽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가족들과 헤어지는 경험은 어릴적 나에게 다시는 기억하지 싫은 아픔이었을 것이다. 그 뒤로 나는 사람들과 관계 맺는 것을 두려워하게 된 것 같다. 언제 찾아올 지 모르는 이별이 아마 두려웠으리라. 나는 사람들을 알게 되고, 그들과 친분을 쌓을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이별을 대비했다. 이별을 대비하는 방법은 이별시에 속상하지 않도록 깊은 관계를 맺지 않는 것이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상처 받은 기억 때문에 사람들을 마음껏 사랑하지 못하고 있었다. 언젠가 관계가 끝나면 서로가 서로에게 마치 죽은 사람처럼 되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나는 사람들과 관계를 시작하는 방법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우정을 지속하는 방법과 관계를 끝맺는 방법에 대해서는 무지했다. 나는 점차 서로 상처를 주지도 받지도 않는 일만 찾게 되었고, 주변 사람들과는 피상적인 관계 수준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나는 확실히 '인간관계'가 아니라 '혼자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훨씬 편했다. 인간관계가 길어질수록 내게는 감당할 수 없는 불안감이 엄습했기 때문이다. 되돌아보면, 수능 공부도 관계가 아니라 일이었다. 나는 대학 생활도 관계가 아니라 일로 여겼다. 그동안 나는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3개월-6개월동안 일에만 몰두하면 끝낼 수 있는 프로젝트만 골라 시작했던 셈이다.


  나는 '시작'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며, '시작이 반이다'라고 스스로를 설득하였다. 자기 합리화 패치 다운로드가 끝난 뒤 나는 탁구, 볼링 같은 운동들을 동호회에서 배우기 시작했다. 그 당시 나는 무슨 운동이든 마음 먹고 몇개월만 열심히 연습하면 눈에 띄게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완전한 오판이었다. 가뜩이나 운동신경이 둔한 나는 아무리 연습해도 실력이 잘 늘지 않았다. 매일 반복되는 기본기 훈련은 언제나 지루했고, 난 그 지루함을 이기지 못해 도중하차했다. 나는 볼링장 사물함에 나의 새 볼링신발을 두고 나왔지만, 차마 부끄러워 그 신발을 되찾지 못했다. 나는 이 경험을 통해 끝을 생각하지 않는 성급한 시작은 투자 대비 아무 성과도 내지 못하는 부끄러운 중도 포기로 끝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코비는 내게 이렇게 질문했다. 

  

  "장례식장에서 사람들이 당신을 어떻게 기억하길 원해요?"

  "장례식장에 어떤 사람들이 오길 원해요?"


  이팔청춘이었던 나는 그 때 처음으로 나의 죽음을 상상해보았다. 나는 내가 결혼을 하지 못할 것이라 판단했다. 나의 가정 환경을 다 이해하고 받아줄 여자가 이 세상에 존재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나는 평생 혼자 살면서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약국에서 일하고, 영혼의 평화를 위해 교회에 다니는 삶을 살게 될 거라고 예상했다. 결국 나의 죽음은 외롭고 비참한 고독사가 될 것만 같았다.

  

  코비는 질문 하나를 추가했다.

  "사명선언문을 써 보셨나요? 사명선언문을 쓰는 순간 인생이 바뀐답니다."

  

  나는 처음으로 사명선언문을 썼다. 첫째, 하나님께 순종하는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둘째, 빠르고 정확하게 약을 조제하고 투약하는 약사가 되는 것. 셋째, 지혜로운 사람이 되는 것을 나의 사명으로 삼았다. 그러나 나는 이 사명을 이루기에는 너무 어리석고 부족한 사람 같았다. 롤모델은 조약사님이었다. 나는 조약사님처럼 지혜로운 사람이 되고 싶었다. 인생, 약, 성경에 대해 누가 무슨 질문을 해도 지혜롭게 대답할 수 있는 현자가 되고 싶었다. 목표 달성시점은 조약사님의 나이보다 조금 더 많은 50살로 잡았다. 조약사님처럼 많은 책을 읽고, 사색하고, 글을 쓰려면 최소 20년은 필요할 것 같았다. 내 인생 처음으로 끝을 생각하며 시작한 20년짜리 장기 프로젝트였다.

  

  습관 3 - 소중한 것을 먼저 하라

  

  코비가 말한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중 최고봉은 단연코 습관3이라고 말할 수 있다. 습관3은 우선순위와 관련된 습관인데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바로 삶의 우선순위를 세우는 습관, 우선순위가 더 높은 일에 시간을 투자하는 습관이다. 습관3은 사명을 이루기 위해 반드시 체득해야 할 라이프스타일이다. 


  흔히 우선순위라고 말하면 긴급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나 또한 그랬다. 나는 학창시절 시험을 칠 때마다 벼락치기 공부를 했다. 평소에 준비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나는 독서실에서 밤새도록 내일 시험칠 과목을 공부해야만 했다. 가장 긴급한 시험공부 때문에 다른 중요한 일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친척이 한국에 놀러왔을 때에도 나는 시험공부를 하느라 그 친척을 만나지 못했다. 그 때 만약 내 삶에 습관3이 장착되어 있었더라면 나는 시험공부 대신 그 친척을 만나 소중한 추억을 만들었을 것이다.   


  코비는 일의 긴급성과 중요성을 기준으로 일을 사분면으로 나누었다. 간략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사분면) 긴급함 + 중요함 

 -위기 

 -급박한 문제 

 -기간이 정해진 프로젝트


2사분면) 긴급하지 않음 + 중요함 

 - 예방, 생산능력 계발

 - 인간관계 구축 

 - 새로운 기회 발굴 

 - 운동 

 - 중장기 계획, 오락


3사분면) 긴급함 + 중요하지 않음

 - 작업의 흐름을 방해하는 사소한 일들 

 - 일부 전화, 우편물, 보고서 

 - 일부 회의 

 - 눈 앞의 급박한 상황 

 - 인기 있는 활동 


4사분면) 긴급하지 않음 + 중요하지 않음

 - 바쁜 일, 하찮은 일 

 - 일부 우편물

 - 일부 전화 

 - 시간 낭비거리 

 - 즐거운 활동  


  일반적으로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일들은 2사분면 안에 들어있다. 예를 들어, 가족 간의 사랑표현은 모든 사람들에게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소중한 일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긴급한 문제로는 인식하지 않는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긴급하지 않기 때문에 나중으로 미루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이들은 좀처럼 사랑을 표현하지 않기 때문에 서로에게 점점 무관심해진다. 반면에 긴급하지 않지만 소중한 일이기 때문에 따로 시간을 내어 식당을 예약하고 선물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정기적으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사랑을 표현하기 때문에 가정이 화목해진다.


  이처럼 2사분면을 어떻게 관리하냐에 따라 우리 삶의 질은 달라질 것이다. 코비는 2사분면이 가장 효과적인 자기 관리의 심장부라고 강조했다. 2사분면에는 긴급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일들이 모여 있다. 사명을 이루기 위해 중요하지만, 아직 시간적 여유가 남아있기 때문에 자칫하면 소홀할 수도 있는 일들을 총칭해서 2사분면이라고 표현하겠다. 2사분면에 집중하는 사람은 사명을 이루기 위해 멀리 내다볼 줄 아는 사람이다. 우리는 2사분면에 집중투자함으로서 기존의 생산능력을 계발하고, 리스크를 관리하며,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조약사님은 내게 2사분면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당장 성과가 보이진 않지만, 가치 있는 일에 꾸준히 투자한다면 네 인생은 지금과 180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적용에 앞서 롤모델이신 조약사님은 어떻게 2사분면에 투자하고 계신지 분석해보았다. 그 시절 나는 최대한 조약사님과 비슷한 사람이 되고 싶어했기 때문이다. 나와 조약사님은 직장과 교회가 동일했기 때문에 거의 매일 마주칠 수 밖에 없었는데, 나는 조약사님의 모든 언행을 유심히 관찰했고, 따라하려고 노력했다. 조약사님의 2사분면에 담긴 일들은 다음과 같았다.  


  - 성경묵상(그에게 성경은 길을 비추는 등불이었다.) 

  - 기도(매일 새벽, 아침, 저녁으로 골방에서 기도하셨다.) 

  - 달리기(마라톤 풀코스 3시간대 완주에 성공하셨다.) 

  - 인문교양서 읽기(그는 엄청난 책벌레였다.)

  - 글쓰기(주로 설교문을 작성하셨다.)


  솔직히 처음에는 조약사님의 생활 패턴을 이해하지 못했다. 대형약국을 경영하는 성공한 사업가가 왜 저렇게 매일 새벽같이 일어나 기도하고, 성경 읽고, 달리고, 독서하고, 글을 쓰시는건지. 도무지 이해하지 못했다. 왜 저렇게 치열하게 사시는걸까? 왜 저렇게 피곤하게 사시는걸까? 


  그러나 코비가 말하는 2사분면의 의미를 깨닫게 되면서 나는 오히려 조약사님의 그런 치열한 삶이 당연하게 여겨졌다. 그때부터 나도 20년 후를 바라보며 2사분면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나는 시간이 없어 취침 시간을 2시간 줄였고, 출퇴근시간, 점심시간, 자투리시간이 생길 때마다 2사분면에 해당하는 일들을 했다. 


  - 성경묵상(매일 20분씩 집중해서 성경을 읽었다.)

  - 기도(새벽 또는 아침, 출근하면서 기도하기도 했다.)

  - 달리기 또는 걷기(퇴근 후 가까운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운동했다.)

  - 인문교양서 읽기(점심시간에 읽고, 퇴근길에 읽으면서 걸었다.)

  - 일반약공부(자기 전 온라인 강의 듣기, 후반에는 약국에 비치된 모든 일반약의 정보를 메모하기 위해 밤 늦은 시간 약국에 가서 새벽 2시까지 있곤 했다.)

  - 글쓰기(보고서쓰기, 약 정보 정리하기)


  나는 여전히 직장에서 한명분의 업무도 감당하지 못하는 사회초년생이었지만, 그 시절 나의 사명만은 분명했고 원대했다. 나는 지혜로운 그리스도인 약사가 되고 싶었다. 나는 이 사명을 이루기 위한 일들 중에 우선순위를 정했고, 2사분면에 속한 일들을 먼저 하려고 노력했다. 물론 쉽지 않았다. 약국 업무시간과 교회 예배시간을 제외하면 남는 시간이 별로 없었고, 약국에서 배워야할 내용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틈날때마다 2사분면에 투자했고, 이 일만큼은 14년이 지난 지금까지 멈추지 않고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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