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수학 수업 - 봄 (7)
세상이,
세상에서 표현할 수 없는 수들로 이루어져 있다니
이것은 도대체 무슨 의미인가요...
이걸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던 수학자가 바로 피타고라스 였습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수, 그래서 ‘무리수(irrational number)’라고 불리는 것이지요.
피타고라스는 평생 무리수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세상은 표현될 수 있어서 이해할 수 있는 수, 즉 ‘유리수(rational number)’로만 이루어져 있다고 믿었고,
‘표현될 수 있는 것만이 수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피타고라스가 ‘만물은 수’라고 했을 때, 그 수는 오직 유리수뿐이었던 것이지요.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피타고라스가 발견한, 직각삼각형의 세 변에 관한 유명한 정리인 ‘피타고라스 정리’나
음악에 조예가 깊었던 피타고라스가 찾아낸 ‘피타고라스의 음계’도
오히려 인류가 무리수를 찾아내는 계기가 되었더랬습니다.
무리수의 존재를 처음 밝혀냈다고 추측되는 사람 또한
피타고라스 제자인 히파소스(Hippasus)라고 전해지지요.
히파소스는 한 변의 길이가 1인 정사각형의 대각선의 길이,
그것은 결코 유리수가 될 수 없음을 발견합니다.
히파소스가 피타고라스 학파의 동지들에게 이를 기쁘게 얘기했을 때,
피타고라스는 물론 피타고라스 학파의 동지들도 그녀의 발견을 환영하지 않았고,
심지어 그녀를 학파에서 추방하고,
바다에 빠뜨렸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 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막으려고 해도 어디선가 터져 나오는 것이 바로 ‘진실’,
'임금님의 귀는 당나귀 귀~'
한 변의 길이가 1인 정사각형의 대각선의 길이는 √2,
√2는 유리수가 아니라, √2=1.41421356... 으로 순환하지 않는 무한 소수, 즉 무리수입니다.
중학교 3학년 때, 처음 배우는 무리수
수직선의 원점에서
한 변이 1인 정사각형을 그린 후,
정사각형의 대각선을 그리고,
컴파스를 돌려서 대각선에 해당하는 점을
수직선에서 찾아보라고 합니다.
그 점이 바로 √2의 위치입니다.
"얼마나 놀라운가!!"
학생들은 이게 왜 놀라운건지 의아해 합니다.
이게 왜 놀랍냐고요.
√2 가 분명히 수직선 위에 존재한다는 것을 우리는 방금 목격한 것입니다.
무리수가 수직선에 자기 자리를 분명히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으니까요!!
수직선 위의 무수히 많은 점들을 빈틈없이 채우는 수에는 유리수뿐만 아니라
무리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지요.
하지만 학생들에게는 하품 나는 소리입니다.
수직선이 언제 비어 있었나요?
초등학교 때부터 우리는 수직선을 일직선으로 그렸으니, 끊겨져 있었던 때가 없었던 것입니다만,
하지만 무리수를 몰랐을 때에는, 수직선의 많은 점들은 이름도 갖지 못했던 것이지요.
무리수를 인정하면서 유리수와 무리수로 빈틈없이 채워진, 수직선의 연속성을 드디어 보장하게 되고,
이 연속성으로 인해 세상 또한 끊김 없이 지탱되는 것입니다.
시간은 1.5초에서 1.6초로 점프하지 않습니다.
1.5초와 1.6초 사이에, 조금의 빈틈도 없이 연속해 있는 무한한 수들 덕분에
시간은 조금도 멈춤 없이 흘러 가고, 핸드폰 통화음도 끊김 없이 들리게 되고,
동영상 또한 단절 없이 연속적으로 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수학사에서도 무리수가 완전히 받아들여진 것은, 사실 얼마되지 않았습니다.
수학자 리하르트 데데킨트(1831~1916)는 1872년경, '데데킨트의 절단'이라는 방법으로
어떤 두 유리수이든, 두 유리수 사이에는 반드시 무리수가 존재함을 명확히 하면서
무리수의 존재를 완전히 공식화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유리수와 무리수를 통틀어서 '실수'라고 합니다.
실수에 의해 수직선은 완전히 채워집니다.
학생들에게 물어봅니다.
"혹시 어렸을 때 살았던 동네에 가 본 적이 있나요?"
"혹시 내가 다녔던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다시 가 본 적이 있을까요?"
다시 가 보면, ‘이 곳이 이렇게 작았네’하며 놀라는 경우가 종종 있을 겁니다.
중학교 1, 2, 3학년, 1학기 수학 수업에서는 모두 수의 확장을 다루는데,
수의 확장을 통해 중학교에서 학년이 올라가면서 수학의 넓이와 깊이가 달라짐을 확연히 알 수 있습니다.
중학교 1학년 때, 자연수에서 정수로의 확장,
중학교 2학년 때, 정수에서 유리수로의 확장.
그리고 중학교 3학년 때, 비로서 무리수를 만나면서,
중학교 수학 교육과정의 최종 목표인, '실수'를 배우게 됩니다.
실수에서 보면, 자연수나 정수, 유리수는 수의 극히 작은 일부분인 것이지요.
수집합의 이름을 알파벳 대문자로 약속하는데,
N은 자연수의 집합, Natuaral number에서 N을 사용하게 되었고,
Z는 정수의 집합, 정수의 완벽함을 강조하기 위해 영어의 마지막 글자인 Z를 사용하게 되었다고 하고,
Q는 유리수의 집합, 비율이라는 의미의 'Quotient'에서 Q를 사용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R은 실수의 집합, 세상에서 실제로 존재하는 수라는 의미에서 Real number에서 R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중학교 3학년은,
어쩌면 초등학교 시기와 중학교 1,2학년의 '구체적 조작기'를 마무리 하면서
추상적인 사고의 문을 비로소 열어 젖히는 시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존재한다는 걸 분명히 아는 시기이지요.
그래서 중학교 3학년은,
수학샘이 겉으로는 수학 공부만 중요하게 생각하고, 실수 하나 용납하지 않을 것 같아 보이지만,
속으로는 학생들의 보여주는 겉모습보다도 그 너머의 해 볼려고 하는 마음을 헤아리고,
학생들의 표정 너머의 들려주지 않는 이야기도 짐작하며,
무엇보다 오늘의 성과가 아닌, 내일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걸, 말하지 않아도 알아 줍니다.
그래서 중학교 3학년 학생들과의 대화는,
그 주제가 수학 상담이든 진로 고민이든 연애 상담이든, 이심전심, 즐거울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학생과 교사가 서로 가져야 할 마음은
"배운다는 것은, 자기를 낮추는 것이요,
가르친다는 것은 다만 희망 얘기할 뿐이다." 라고 하셨던 것 같습니다.
수학 수업 시간,
직관적인 구체적인 사물이 없이 추상적인 개념을 직접 얘기해도 되고,
논리로만 수학을 접근해도 되고, 추론도 가능하게 되는 첫 시기가 중학교 3학년 입니다.
수학 공부를 비로소 본격적으로 하게 되는 시기이지요.
중학교 1,2학년 때는 몰랐는데, 중학교 3학년 되니 수학이 좋다, 말하는 학생들은,
당연 수학을 전공할 운명입니다. ^^
그럼 '실수'에서 끝이 나냐고요? 설마요,
실수의 세계의 뒷통수를 칠, 실수만큼 넓은 또 다른 수의 세계, '허수'의 세계가 기디라고 있습니다.
그리고 실수와 허수를 모두 잡아먹고도 여전히 배고픈 '복소수'의 세계도 있답니다.
수학 수업은 2천여년 동안 수학이 발전해온 과정을 모의 체험하고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