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수학 수업 - 봄 (6)
중학교 2학년 학생들에게 수 세계는,
자연수에서 정수를 지나, 정수에서 유리수로 확장됩니다.
중학교 2학년은, 중학교 1학년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중학교 2학년에게 학교는 이제는 알만한 곳입니다만,
그런데 이상하게도 걱정은 더 많아집니다.
'1학년 때처럼 마냥 놀면은 안 될텐데...'
자신감은 쥐꼬리만큼도 없는데, 잔소리는 왜 이렇게 듣기 싫은지...
자존심만 불쑥불쑥 불거져서 괜히 부모님께 선생님께 친구들에게 생채기를 내곤 합니다.
그럴 때, 다음 시간이 수학 시간이면 어떨까요, 그야말로 왕 짜증이겠지요~
학생들은, 수업이 시작하면, 곧잘 '오늘 뭐해요?' 하고 묻습니다.
'수학 수업 시간에 뭘 하긴, 당연히 수학 공부 하겠지' 라고 속으로는 생각하지만,
"오호 머리 잘랐구나, 잘 어울린다", "지난 수업시간에 필기 잘하던데", "오늘 좋은 일 생길 것 같은데" 등등
아주 아주 좋은 말로 관심을 표현하면서 수학 수업을 자연스럽게 시작합니다.
'중2병'이라고 세상이 무서워하는 중학교 2학년 학생들에게 도사리고 있는 건,
자신에 대해 엄청나게 쪼그라들어 있다고 느끼는, 불안 가득한 마음이거든요.
학년 말 학생들이 쓴 '수학 수업 소감'에는,
일년 동안 '화 안 내서, 믿어 줘서, 괜찮다고 해 줘서, 웃어 줘서, 잘하고 있어라고 말해 줘서,
천천히 다시 설명해 줘서, 좋게 봐 줘서, 기다려 줘서 ... ' 고마웠다고 합니다.
'중2병'에 대한 약은, 무조건 '환대' 입니다.
중학교 2학년 수학 수업에 온 걸 정말 정말 환영해~!! ^^
학생들에게 자연수가 더 많을까요? 유리수가 더 많을까요? 물으면,
당연히 유리수가 더 많다고 합니다.
그런데 실상은 유리수와 자연수의 개수는 똑같습니다! 못 믿겠다고요, 믿어도 좋습니다.
수학자 칸토어(1848~1918)가 이미 증명하였으니까요.
칸토어의 대각선 방법을 사용하면, 유리수가 자연수와 정확히 1:1 대응됩니다!!
여기 사과 하나가 있습니다.
사과의 반쪽, 사과의 50%를 나타내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지요.
분수로는 1/2, 소수로는 0.5로 나타낼 수 있다는 건 다 알지요.
그런데 고대에는 오로지 분수로만 표시했었습니다.
소수(小數)는 17세기에 들어서야 체계적으로 등장했습니다.
최초로 소숫점을 고안한 사람은, 15세기 이탈리아의 상인이었다고 하고요,
이후 17세기 초, 로그를 발명한 존 네이피어(1550~1617)가 계산의 편의를 위해
소숫점을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소수가 분수보다 2천년 이상 늦게 등장한 것이지요.
소숫점이 만들어지기까지는 꽤 긴 시간이 걸렸네요.
이제 우리가 아는 분수들을 소수로 바꿔서 표현해 봅시다.
1/2 = 0.5 , 3/5 = 0.6 , 21/100 = 0.21 ...
이렇게 끝이 있는 소수를 유한 소수라고 하고요,
유한 소수가 되려면, 분모가 10의 거듭제곱으로 표현되어야 하기 때문에,
분모가 오로지 2와 5로만 표현되어야 한다는 것을 학생들은 쉽게 이해합니다.
다음으로 분수를 소수로 바꿔서 표현할 때,
1/3 = 0.33333.... , 1/15 = 0.06666..... , 4/33 = 0.121212....
이와 같이 같은 수의 배열이 끝없이 계속되는, 순환하는 무한 소수들이 있지요.
이제서야 알았습니다.
몇몇의 분수들은 그 안에 무한을 품고 있었다는 것을요.
반복되는 숫자 배열을 '순환마디'라고 부릅니다.
1/7 = 0.142857142857...
---> 142857 이라는 6개의 숫자로 이루어진 순환마디가 반복됩니다.
1/17 = 0.05882352941176470588235294117647...
----> 0588235294117647 과 같이 무려 16개의 숫자로 이루어진 순환마디가 반복됩니다
1/97은 무려 96자리의 순환마디가 반복됩니다.
참고로 분모가 7인 기약분수의 경우에는, 소숫점 아래 수들은, 142857의 배열을 반드시 포함합니다.
이제 사과를 1/3(=0.33333...)이나 1/7(=0.142857...)로 공평하게는 절대로 자를 수 없다는 것을 알겠지요.
분수 → 소수로 나타낼 수도 있고,
유한소수나 순환하는 무한소수 → 분수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순환하는 무한소수인 0.838383... =83/99 라는 분수로 바꾸는 방법은 아래와 같습니다.
그리하여 0.838383... = 83/99 이듯이 0.999999... = 9/9 =1 이라고 하면
지금까지 잘 이해하던 학생들도 갑자기 의아해 합니다.
위와 같은 방식으로 분명히 증명했는데도,
0.999999...는 1에 한없이 다가가는 수이지만 결코 1이 될 수는 없다고 주장하는 학생들이 꼭 있습니다.
극한 개념을 아직 모르기에 의문이 드는 것이 당연할 수 있습니다.
그 의문이 완전히 해결되는 때는, 아마도 고등학교의 미적분 수업에서 이겠죠.
여기까지는 분수와 소수가 나란히 손잡고 걸어가는 것처럼 보였다면,
이제부터는 다릅니다. 앞으로 등장할 소수들 때문에 분수와 소수는 결별하고 맙니다.
0.01001000100001000001...
이 무한소수는 순환하는 무한 소수일까요? 비순환 무한 소수일까요?
이 소수의 소수점 아래에서 01, 001, 0001, ... 과 같은 규칙성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만,
이 무한 소수는 결코 순환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순환하지 않는 무한소수는 분수로 어떻게 나타내야 할까요?
정답은, 나타낼 수 없습니다! 즉, 분수로 나타낼 수 없는 소수입니다.
소수에는 두 얼굴이 있습니다.
유한소수나 순환하는 무한소수는 자신의 규칙성을 알려주고, 분수로 표현할 수 있는, 즉 유리수입니다.
반면에 순환하지 않는 무한소수는, 언제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예츨불허가 그 특징입니다.
3.14159265358979.... 와 같이
소숫점 아래 수들이 어떤 규칙성도 없이 제멋대로 등장하는 무한 소수도 있습니다.
도무지 이해되지도 않고, 표현되지도 않습니다.
인간의 이성으로 접근할 수가 없어서, 그래서 무리수(Irrational Number) 입니다.
잠깐, 중학교 2학년 수학 수업에서는 유리수까지만 배우기 때문에 여기에서 멈춥니다.
무리수에 대해서는 중학교 3학년 1학기에서 본격적으로 배웁니다.
그러면 마지막 질문을 합니다.
자연수와 유리수는 정확히 그 개수가 같다고 했지요.
그렇다면 유리수와 무리수 중에서 누가 더 많을까요? 아니면 같을까요?
순환하지 않는 무한 소수, 무리수는, 여러분들의 변덕만큼 많습니다.
예를 들어 0.123... 으로 시작하는 순환하지 않는 무한소수들은
0.123 뒤에 그 어떤 숫자들을, 그 어떤 배열로 넣어도 됩니다.
그러니 0.123... 으로 시작하는 순환하지 않는 무한소수만 해도 그야말로 무궁무진합니다.
그렇다면 순환하지 않는 무한소수들을 모두 모으면... 무한의 무한의 무한...
19세기 수학자 칸토어(1848~1918)는 유리수와 무리수 모두 무한개이긴 하지만
무리수의 무한은, 유리수의 무한보다 압도적으로 크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저 하늘에 떠 있는 별은 그야말로 무한히 많습니다만, 그런데도 밤하늘이 어두운 이유는,
별과 별 사이에 비어있는 공간이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인 것처럼,
마치 유리수가 아무리 무한히 많다고 하더라도,
어떤 두 유리수를 선택한다 하더라도,
유리수와 유리수 사이에는 압도적으로 많은 무한한 무리수들이 가득 차 있습니다.
예를 들어 0.1과 0.2 사이에는
유리수 전체보다도 훨씬 많은, 압도적인 무한한 무리수들이 그 사이에 있는 것입니다.
이제 수의 세계에서 거의 대부분의 수들은 무리수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수 세계라는 망망대해에서 오히려 정수와 유리수는 얼마나 희귀하고 기이한 존재인가요.
자연수는 그야말로 정말 정말로 특이한 수인 것입니다.
거대한 우주에서 별들이 점처럼 박혀 있듯이,
수의 세계에서도 정수와 유리수는 점처럼 박혀 있는 듯 합니다.
수의 세계는, 그렇게 표현할 수 없는 수, 무리수들로 가장 많이 채워져 있습니다.
수학을 가르치면서 어깨를 으쓱하게 되는 지점이 여기입니다.
무한을 다루는 유일한 학문은, 수학과 신학이라고 그러더라구요.
가상의 수의 세계가 얼마나 크고 깊은 지, 학생들이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교실을 나갈 때,
등 뒤로 한 학생이 "오늘 수학 수업 재밌었다" 하는 말이 들릴 때가 있습니다.
아마도 수의 매력에 살짝 빠져들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