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수학 수업 - 봄 (4)
초등학교 시절 아이들에게는 자연수가 수 세계의 전부였지만, 전혀 부족함을 못 느꼈지요.
자연수의 세계는 아이들의 세계와 닮았습니다.
아이들의 세계가 그렇잖아요.
자기를 중심으로 한 조그만 세계가 전부이지만, 그 조그만 세계 안에서 충분히 즐거우니까요.
사실 고대의 수학자들도 그랬습니다.
피타고라스도 ‘0’을 알지 못 했고,
심지어 르네상스 시대의 수학자들도 ‘양수’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는데도,
자신들이 이 우주 내에 존재하는 모든 종류의 수를 알고 있다고 하늘같이 믿고 있었거든요.
중학생이 된다는 것은,
때론 쓸쓸하고, 때론 억울하고, 때론 슬플 수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알게 된다는 것이지요.
세상에 햇빛 비치는 양지(陽地)만 있을 수는 없다는 걸,
어두운 음지(陰地)도 있다는 걸 이제는 아는 나이가 중학생인 것이지요.
중딩들아~ ‘마이너스(-) 세계’에 온 것을 환영해.
어린이의 밝기만 한 양지(+)에서 나와서
세상의 밝은 면의 이면인 음지(-)가 있음을 알고 인정하게 되는 시기, 중학교 청소년기.
학생들은 음수를 아주 쉽게 받아들입니다.
3월에도 가끔 영하의 날씨가 있는데, '오늘 3월 이른 봄의 기온이 영하 3도라니... '
'우리 학교 건물의 지하 1층에는 무엇이 있을까?'
'어제 친구에게 돈 1천원을 빌렸는데...' 등등
음수는 양수보다 훨씬 더 추상적인 개념이지만,
영하, 지하, 빚, 손실 등등 으로 일상 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음수 개념을 이해합니다.
반면에 수학사에서 음수는, 0보다 훨씬 늦게 아주 힘겹게 받아들여졌습니다.
천년 넘게 수학자들에게 0보다 작은 수라는 개념은 아예 불가능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서양 수학의 뿌리는 그리스 수학의 기하학이었기 때문에
변의 길이나 도형의 넓이가 음수일 수 없듯이,
고대 그리스에서는 방정식에서 음수의 해가 존재한다는 것이 전혀 용인되지 않았습니다.
대수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디오판토스(200?~284?)에게도
2x + 7 = 5 와 같은 방정식은, x = –1 아니라, 해가 없는 방정식이었습니다.
17세기 프랑스 수학자 데카르트(1596~1650) 조차도
음수를 방정식의 해로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가짜 답(false root)'이라고 불렀더랬습니다.
'실제 세계에서의 길이, 면적, 부피에 어떻게 음수를 적용할 수 있겠는가' 라며,
음수의 해를 얻은 들, 그것을 어디에 사용할 곳이 없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이와 달리 음수를 오래 전부터 수로 인정한 곳은, 인도였습니다.
고대 인도의 대표적인 수학자 브라마굽타(598~668)의 저서에서 '0'을 도입한 것은 잘 알려져 있지요.
그런 브라마굽타는 재산을 양수로, 빚을 음수로 나타내면서 음수 또한 적극 도입했습니다.
인도 뿐만 아니라, 동양에서는 음수가 일찍이 받아들여졌습니다.
음수가 처음으로 등장하는 문헌은,
기원전 2세기~1세기 무렵에 간행된 중국의 <구장산술(九章算術)> 이라는 수학책입니다.
이 책에서 검은색 막대(산가지)는 양수를 나타내고, 붉은색 막대(산가지)는 음수를 나타냈습니다.
이렇듯 동양에서는 일찍이 음(陰)을 양(陽)과 동등하게 인정했습니다.
해와 달, 양지와 음지, 둘 다 모두 중요한 것이었지요.
세계의 양면을 둘 다 인정하는 동양의 사상에서,
음수는 감소, 손실, 하락, 부족 등등의 부정적인 이미지만은 아닙니다.
음수는 자연의 변화와 조화를 위해서 양수와 아울러 반드시 있어야 할 필수적인 것이었지요.
현대 사회에서 음수 개념은 더욱 필요해 졌습니다.
거대한 주식 시장에서 주가가 오르고 내릴 때,
금윰에서 채권 및 마이너스 통장이 일반화 되고,
냉동 기술의 발달로 영하 온도 유지가 필요하고,
지하 5층, 지하 6층에도 주차장이 있고,
병원에서 정상 수치보다 아래인 경우를 표시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컴퓨터의 프로그램과 알고리즘이 음수 개념 없이는 작동하지 않습니다.
우리에게 이토록 당연하게 받아들여져 있는 음수 개념이
서양의 수학사에서 받아들여지기 까지는 꽤 오래 걸렸답니다.
영국의 수학자 존 윌리스(1616~1703)는 1685년 수직선에서 음수에게 '자리'를 주었습니다.
수직선 위에서 0을 기준으로 할 때, 왼쪽으로 가는 방향을 음수로 인정했습니다.
그리고 미적분학을 정립하면서 음수는 이제 더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습니다.
아이작 뉴튼(1642~1727) 또한 음수를 반대 방향으로 측정된 양으로 정의하면서,
동쪽으로 가는 것이 양수(+)라면, 서쪽으로 가는 것은 음수(-)라고 인식했고요,
고트프리트 라이프니츠(1646~1716)는 음수에 대해서 여전히 회의적이면서도,
음수를 도입한 계산의 규칙, 음수×음수 = 양수 를 활용했습니다.
학생들에게 (-5)×2 = -10 를 이해하게 하기는 쉽습니다.
5원을 두 번 빌리면 빚이 10원이 되니까요.
그런데 학생들에게 (-5)×(-2)= +10 을 어떻게 이해하게 해야 할까요?
학생들의 여러 창의적(?)인 답변들이 속출합니다. ^^
그 중에서 수직선에서 방향으로 설명하는 답변이 가장 설득력 있기도 합니다.
왼쪽으로 다섯 걸음을 가려고 했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방향을 바꿔서
다시 오른쪽으로 다섯 걸음씩 두 번을 가서 오른쪽으로 열 걸음이 되었다는 것이지요.
여기에 학생들이 이의를 달 수 없는 설명이 있습니다.
(-5)에 곱하는 수가 2, 1, 0 으로 1씩 점점 줄어들 때,
오른쪽 계산 결과가 -10, -5, 0 으로 5씩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 보이지요.
그렇다면 곱하는 수가 -1, -2, -3 으로 1씩 점점 줄어들 때,
오른쪽 계산 결과도 5씩 늘어나야 하므로, 계산 결과가 5, 10, 15 가 되는 것이지요.
이제 (-5)×(-2)= +10 를 인정할 수 있겠나요!
음수×음수 = 양수, 맞습니다.
‘없는 수’라고 여겨졌던 음수가 수학사에서 받아들여지면서,
수 체계는 비로소 보이지 않지만 상상할 수 있는 수들로 점점 더 확장할 준비를 마쳤습니다.
음수의 인정은,
단순히 새로운 수의 발견인 것만이 아니라,
인류가 눈에 보이지 않는 개념을 사고하고 다룰 수 있는, 지적 도약을 했다는 의미이기도 했지요.
수학이 왜 중요하냐고요,
수학이 단지 현실 세계에서 보이는 수치에만 국한되지 않고,
모든 가능성을 포괄하는 보이지 않은 세계에 대한 개념과 이론 체계를 만드는 데 큰 기여를 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학문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