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수학 수업 - 봄 (8)
3월 14일,
수학 마니아에게 아주 특별한 날, 바로 ‘파이(π, 원주율) 데이’입니다.
π(파이) = 3.14159265358979323846...
'파이 데이 기념 행사'는 3월 14일 오후 1시 59분 2초에 시작합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과학관에서 열린다고 해요.
3월 14일은, 파이(π) 데이이기도 하고, 세계 수학의 날이기도 하고, 아인쉬타인의 생일이기도 합니다.
학교에서도 ‘파이 데이’를 그냥 넘어갈 수는 없죠.
수학동아리 중심으로 파이(π)와 관련한 여러 행사를 합니다.
파이(π)에 관한 수학사 신문을 만들기도 하고요,
파이(π, 원주율)에 관한 삼행시 짓기도 합니다.
원: 원래 수학 별로 안 좋아하는데
주: 주위에서 파이데이 재밌다 하여 참여했다가
율: 율동까지 하며 파이값을 외웠다네
원 : 원 하나에 수천년의 비밀이 있으니
주 : 주위를 재서 지름으로 나누면 끝없이 이어지는 수가 나오니
율 : 율곡 선생님도 다 외우지 못할 파이, 3.1415926536...
원 :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빨가면 사과, 사과는
주 : 주(쥬)스! 주스 싫으면
율 : 율무차~
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행사 중 하나는, '파이(π)m 신발 던지기 대회'입니다.
운동장에 3.14m 길이를 표시해 놓고,
여기 3.14m에 가장 가까이 신발을 던지는 학생을 뽑는 대회이지요.
그러면 운동장 여기저기에 3.14m에 닿지 못한 신발들이 가득합니다.
그러다가 3.14m의 선에 닿은 신발이 등장하면 운동장 떠나가도록 와~!!
여러 행사들 중 단연 가장 인기있는 것은 ‘파이(π, 원주율) 외우기’ 행사입니다.
학급에서 예선을 거치고 난 후, 강당에서 수학 동아리 주도로 전교생이 모여서 진행됩니다.
각 반의 대표 학생이 나와서 원주율을 외울 때마다 격한 탄성이 나오지요.
100자리를 훨씬 넘겨서 외우는 학생이 꼭 나타나곤 하는데,
학생들의 놀라운 기억력에 감탄할 따름입니다.
어떤 학생은 네 자리씩 끊어서 외우기도 하고,
어떤 학생은 4,4,2로 10자리씩 묶어 외우기도 하는 등 자기만의 방법으로 외우는데, 신통방통합니다.
친구들의 환호를 받으면서 파이값을 암기하는 오늘, 3월 14일,
그 학생에게는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을, 수학이 깊이 각인되는 하루일 것입니다.
'세계 원주율 외우기 대회(Pi Recitation)'가 있다는 것도 알려주지요.
기네스북 기준으로 현재 세계 공식 기록은, 인도 라지비르 미나의 소숫점 아래 70,000자리 암기입니다.
외우는 데만 10시간이상 걸렸다 하네요.
이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외우는 동안 화장실도 갈 수 없어서, 기저귀를 차고 대회에 출전했다고 합니다.
먼 훗날 3월 14일,
학창 시절의 '파이 데이' 행사를 기억하며,
한번쯤 수학을 유쾌하게 떠올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원주율, 이 세상에 있는 어떤 원이라도, 원 둘레를 지름으로 나누면, 항상 같은 값을 갖고,
그 값은 순환하지 않는 무한 소수라는 것을 지금은 잘 압니다만,
계산기도 컴퓨터도 없던 시절에는 파이(원주율)값을 어떻게 구했을까요?
파이값을 정밀하게 처음으로 구했던 수학자는, 2천여년 전 수학자 아르키메데스(BC 287~BC 212) 입니다.
그는 하나의 원에 내접하는 정다각형과 그 원에 외접하는 정다각형의 둘레의 길이을 이용하여
파이값의 상한과 하한을 구하여 파이값의 근사치를 얻었습니다.
아르키메데스는 정5각형, 정6각형.... 급기야 정96각형을 사용하여 둘레를 계산함으로써
놀랍게도 파이의 소숫점 아래 둘째자리까지의 정확한 값을 얻었습니다.
이는 서양 역사상 처음으로 π = 3.14로 정확하게 추정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아르키메데스의 이 방법에는 극한과 미적분의 선구적 사고가 들어있다는 것입니다.
중국의 유희(220~280)는 3세기에 독자적으로 아르키메데스와 같은 방법으로
정192각형을 이용하여 π = 3.14159를 얻었고,
중국의 조충지(429~500)가 5세기에 이와 같은 방법으로
파이값을 π = 355/113 = 3.1415929 로 소숫점 7자리까지 제시하였는데,
이 정확도는 1000년 이상 깨지지 않았습니다.
파이값과 관련하여 독일 출신 수학자 루돌프 판 쾰렌(1540~1610)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는 평생을 바쳐 파이값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했습니다.
아르키메데스의 다각형법을 사용하여, 그는 무려 소숫점 아래 35자리까지 정확하게 구했습니다.
자신의 묘비에 이 35자리의 숫자를 새겨달라고 유언을 남기기도 했지요.
이 모든 계산이 계산기나 컴퓨터가 등장하기 이전에 이루어진 것이니,
그야말로 '인간 계산기'라고 할 만 합니다.
파이 'π' 라는 기호의 도입은,
윌리엄 존스(1675~1749)가 둘레를 의미하는 그리스어에서 따와서 처음으로 사용하였다고 합니다.
파이가 무리수라는 증명은, 람베르트(1728~1777)에 의해서,
파이가 초월수라는 증명은, 린데만(1852~1939)에 의해서 이루어졌습니다.
파이가 초월수임이 증명되자,
고대 부터 '원의 넓이와 같은 정사각형을 작도하는 것이 가능할까?'라는 의문은,
가능하지 않은 것으로 결론내려졌습니다.
원과 넓이가 같은 정사각형은 어떤 방식으로도 작도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근대 수학에서 파이값과 관련하여 패러다임을 바꾼 수학자로, 존 매친(1680~1751)이 있습니다.
그는 파이값을 획기적인 새로운 방식, 즉 무한급수를 이용하여 계산하여,
긴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1706년 파이값을 소숫점 아래 100자리까지 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현대에는 컴퓨터가 여전히 파이값을 계산하고 있습니다.
'인간계산기'에서 기계로 바뀌면서, 1949년 에니악(ENIAC) 컴퓨터가 소숫점 아래 2037자리까지 계산했고,
현재 기네스 세계 기록 공식 인증으로는, 소숫점 아래 300조자리까지 계산되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 아마도 315조자리를 넘어서고 있겠지요.
미래에 우리는 파이값을 얼마나 더 정확하게 알게 될까요?
영국 수학자 오거스터스 드 모르간(1806~1871)은,
"신비로운 π=3.141592... 는 모든 문 앞에서, 창문 앞에서, 굴뚝 밑에서 불쑥불쑥 나타난다"고 말했습니다.
'파이 데이'를 마무리 하면서,
파이 값을 구하기 위한 당대의 노력들이 때로는 이해받지 못했기도 했겠지요.
하지만 구분구적법, 무리수, 초월수, 무한급수, 극한, 해석학, 원적문제, 컴퓨터 알고리즘 등등...
수학사의 정말 중요한 많은 순간들이, 2천여년의 파이값의 여정에 오롯이 들어가 있답니다.
사실 우주 공학 NASA에서 오류를 피하기 위해서는
파이값의 소숫점 아래 40자리 정도만 정확하면 된다고 합니다만,
여전히 파이값을 수백조자리까지 구하고 있는 이유는,
하나, 컴퓨터의 한계를 시험하는 '슈퍼컴퓨터의 시험대'이고도 하고요,
또 하나, 지금은 전혀 상상하지 못하지만, '수학의 미지의 영역에 대한 열려 있는 실험'이기도 합니다.
파이값은, 수천년 동안 여러 문명에서 수학자들이 점진적으로 계산해 오면서 누적해 온
'수학적 유산'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