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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마음 Jun 12. 2024

평일에 걷는 사람들

원주굽이길 9코스 (구) 18코스




■ 걷었던 장소 : 원주굽이길 9코스 (구:원18코스 ) 스므산 둘레길

■ 설명 : 스므산 자락의  마을길, 등산로, 산책로가 조화롭게 연결되어 있고 스므산 정상에서 사방의 조망과 풍광을 즐길 수 있는 원주굽이길 9코스(구:원18코스) 스므산 둘레길로 갑니다

■ 거리 : 10.2km

■ 소요시간 : 약4시간00분

■ 난이도 : 중




평일에 걷는 사람들



수요일 오전에 걷는 사람들이 있다. 두 번째 참여해 보았다. 평일 오전에 누가 시간을 내서 걸을까? 22년의 일터를 떠나 지금은 1인 사업가로 시간을 맘대로 사용할 수 있음에도 평일 오전에 일이 아닌, 걷기에 시간내는 것이 사치스럽게 느껴져서 한 동안 망설였다. 그러나 주말에는 다른 일정이 생기면 트레킹에 빠지게 되니 고민하다가 지난 주부터 참여해 보고 있다. 평일이니 걷는 이들이 우리팀 외에는 거의 없어 길이 한산했다. “난 직장인이 아니지, 1인 기업인이기에 시간을 선택할 수 있지.”라는 생각에 자유로움을 한껏 느껴본다.


그래서 도대체 누가 평일에 걸을까? 아마 나처럼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분들일 것이다. 나보다는 모두 조금은 연배가 있어 보이신다. 나를 보는 분들마다 “젊을 때부터 걸으니 얼마나 좋아.”라고 말씀하신다. 이제 어느 정도 나이가 먹었다고 생각했는데, 이곳에서는 어린 축에 속하나 보다. 알고 보니, 이 곳에는 은퇴하신 교수님, 목사님, 교사 들이 많았다. 요즘은 나이를 잘 가늠할 수 없다. 먹는 것과 운동으로 관리를 잘하는 분들이 꽤 있으셔서 대화를 나누다 보면 생각보다도 훨씬 나이가 많은 분도 계셨다. 


오늘 걸어야 할 거리는 10km로 길지 않다. 걸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초보지만 이제 10km는 가볍게 걷는다. 걷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 한 통이 와 있다. 걷느라 미처 못 받았는데, 나중에 보니 문자로 다시 와 있었다. 한 도서관 사서로부터 “000 도서관인데, 글쓰기 강의 5주차 해 주실 수 있으세요?” 그런데 알고 보니, 제주도에 있는 도서관이다. 너무 멀어 우선 패스하고. 


책은 다른 곳으로 연결해 주는 길이다. 길은 무수한 다른 길로, 사람들 안으로 인도해 준다. 글쓰기는 종이 위에 나를 쓰는 것이고, 걷기는 길 위에 나를 쓰는 행위다. 글쓰기는 부동의 자세로 나의 과거, 현재, 미래를 오가며 쓰는 행위고, 걷기는 온 몸을 움직이는 현재를 선명하게 느끼며, 과거를 지나 미래로 당당히 걸어가는 행위다. 


한 걷기 강사는 말했다. 앞으로 나아가는 행위 자체가 우리를 치유한다고. 오늘도 무수한 풀밭과 낙엽길, 흙길과 아스파트길, 초록으로 꽃으로 물든 공간, 가끔은 내리 째는 땡볕 속을 헤치고 걸어가며 과거를 흘려보내고 미래를 향해 걸어간다. 



너의 이름을 알고 싶어 



숲길을 걷다 보면, 수시로 멈춰 서는 이들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오디와 산딸기나, 먹을 수 있는 잎들을 발견하고 손 안에 한꿈 모아질 때까지 담는다. 지나가는 식물과 꽃들의 이름을 줄줄이 꿰고 있어 이름을 부르는 사람도 있다. 오늘도 초록으로 가득한 나무 사이를 걸어가며 “밤나무네.”라고 내 앞에 걸어가는 한 분이 말한다. 여름이라 “초록초록한데 밤나무인지 어떻게 알아요?”라고 물었더니, 땅에 떨어져 있는 초록 잎 사이 간간히 보이는 지난 해 밤 껍질을 통해서, 그리고 “밤냄새 나지 않아요?”라고 말하신다. “밤 냄새가 있어요?”라고 나는 묻는다. “결혼했어요? 결혼하면 알텐데요.” “저 결혼했는데도 식물은 잘 몰라요.”라고 웃으며 답한다. 



언제 즈음 나도 식물과 꽃의 이름을 알 수 있을까? 한 세계에 발을 들여놓으면, 또 다른 세계가 보이고, 공부하고 배울 것이 천지다. 친정 엄마는 죽기 직전 식물도 살리시는데, 나는 생생한 식물도 집에 들이면 말라가게 하는 사람이다. 아직 걷기에 급급한 처지지만, 조금씩 숲에 사는 존재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런데 수시로 마주하는 그들의 이름을 알 수 없으니 답답하다. 숲 속의 주인인 그들에게 나는 그저 지나치는 한낱 손님이겠지만, 인사 없이 휙휙 지나친다면 얼마나 서운할까. 정적을 깨고 이름이라도 불러준다면 잠깐의 졸음도 내어쫓을 수 있지 않을까?  



이름을 불러주는 것, 작은 일일 수 있지만, 그때부터는 그들과 또 다른 관계가 형성될 것이다. 오가는 교감 속에서 나의 세계는 더욱 확장될 것이다. 알면 사랑한다고 했던가, 언젠가 주어질 사랑을 생각하니 마음이 벌써부터 설레인다. 길의 세계로 꽃의 세계로 조금씩 들어가 본다.









스므산 사니다까페 제2주차장에 모여서 잠시 준비운동을 하고 길을 떠납니다. 



원래 원주굽이길 18코스였는데, 새로 정비된 길은 9코스로 바뀌었어요. 




이제 신나게 걸어볼까요? 

원래 출발지와 거꾸로 걷기 시작했어요. 첫 길이 푸른 숲으로 이어져 기분이 더욱 좋았습니다. 



진한 초록이 평안함을 가져다 줍니다. 





숲의 주인이기도 한 꽃과 나무는 손님과 같은 우리를  늘 환하게 반겨줍니다. 




 



그 유명한 사니다 카페^^


산이다!! 사니다!! 이름을 참 잘 지었어요^^ 




카페를 지나쳐 걷습니다. 


 





요기서 잠시 전체 사진을 찍었어요. 





다시 걸어갑니다. 





햇볓이 강하지만 초록이들이 우산이 되어 줍니다. 





아, 신발을 벗고 싶었지만, 일행들이 있어서 패스!^^



걷고




걷고 




요런 팻말들 귀여워요!!







원주굽이길 스탬프 찍기!


 


잠시 쉬어가기!! 








다리 밑에서 잠시 쉬어가기





정말 초록초록하죠? 


숲 속의 명징함이 진하게 몰려옵니다. 


이 맛에 걷습니다. 







숲 속의 꽃들은 정말 무공해이자 마음의 치료제입니다. 




토마토 농사를 짓는 비닐 하우스도 보이고요. 




아스팔트 길도 가끔씩 나와요. 






또 쉬어가기!! 


앞선 이와 뒷선 이의 속도를 맞추고, 중간 중간 물 한모금 마시기 위해 자주 쉬어 갑니다. 



걷다 보면 늘 이런 말을 많이 하세요. 


"천천히 가세요." 



빨리 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나와 타인과 속도를 맞추고, 호흡을 온 몸으로 내 들이마시고 내 뱉으며 자연과 교감하며 걸어가면 좋아요. 






쉬어가는 공간에 우리의 그늘이 되어 준 나무는 살구나무였네요. 




다시 걷습니다. 


이제부터는 그늘을 벗어나 햇빛이 강하게 내리쬐는 구간이예요. 




 

그냥 바라보기만 해도^^







슬리퍼 신고 걷는 분도 있어요!!


익숙해 지면 편하다고 하시네요!! ^^





도착지에 와서 근처 칠봉 계곡에 잠시 들리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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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정말 멋진 곳이었는데, 물이 많이 메말라서인지 옛날 느낌이 나지는 않네요. 












목사님 한 분이 사진을 찍어주셨어요. 


나중에 사진을 받았는데 맘에 들어서 하나는 카톡 프로필 사진으로 넣어놓았어요. 


늘 다른 사람의 사진과 영상을 찍느라 정작 내 사진은 많이 없는데, 


제 뒷 모습 찍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참 마음에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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