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둥근해 Feb 27. 2024

[육아일기] Ep51. 무한 역할놀이

엄마는 이제 더 이상 할 말이 없어..

엄마 인생 3년 차, 
매일 감사함을 느끼며 살아갑니다.
소중한 일상, 그곳에서 얻는 행복과 배움을 공유합니다.

Ep51. 무한 역할놀이







언제부터인가

아이는 

역할놀이에 빠졌다.


그 덕에 우리 집은

역할놀이 굴레 속으로

들어갔다.


무한 역할놀이의 시대.


"엄마는 삐약이 하고,

나는 꼬꼬댁하고"

이 말을 하루에 족히

 10번은 듣는 것 같다. 


나는 몇 번이고 

삐약이가 되어

상상력 제로인 엄마가.;;

삐약이 역할에 돌입해 본다. 


(엄마가 하는 말)

"삐약삐약"

"삐약이는 자고 싶어요 삐약"

"삐약삐약. 누워있고 싶어요 삐약"

(역시나.. 다양하게 만들지 못하는

상황 설정들...)


그런데

역할놀이 하면서 

또 느끼는 건.


아 내가.

이런 말을 아이에게 

참 많이 했었구나. 하는 점이다.


아이는 부모에게서 

자신이 들었던 이야기를

고스란히 전한다.


(아이가 역할놀이 중

내게 하는 말)

"삐약이야. 어린이집 갈 시간이야~"

"삐약이야. 양치하고 자야지요~"

"밥 안 먹으면, 젤리 안 줄 거예요~"

"야채, 브로콜리를 먹어야 키가 쑥쑥 크는 거야."

"엄마 회사 다녀올게~ 친구랑 사이좋게 놀아요~"


주로 행동의 지침에 대해 

내가 아이에게 한 얘기들이

되돌아온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엽기도 하지만

음. 한편으로는

내가 이런 말들밖에 안 했나?

라는 생각도 든다.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어린이집에선 어떤 놀이가 재밌었는지

어떤 친구와 놀 때 행복했는지 

왜 기분이 안 좋은지 등


아이와 감정을 나누는 말은

부족했음을 깨닫는다.


이따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면,

"얼른 손 씻고, 양말 빨래통에 넣고, 

패딩 걸어놓고~"

이런 말보다는

"오늘 어린이집에서 재밌게 놀고 왔어?"

라고 먼저 말해봐야겠다. 


역할놀이를 통해

이런 부족한 점을 발견하기도 하지만

역시나 역할놀이를 하는 건 

 말주변도 없고 

상상력도 없는 

내겐 너무나 힘든 과제 같다. 


우리 집에 있는 모든

장난감들은

역할놀이의 소재가 되어

돌아오니.;;


무궁무진한 

이 역할놀이 세계에서

언제 헤어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이 또한 지나가겠지...

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거북이와 토끼가 되어

상어와 오징어가 되어

환자와 의사가 되어

사장님과 손님이 되어

물고기랑 고양이가 되어

도마뱀과 브라키오사우르스가 되어

아이와 대화를 나눈다. 


 

 



이전 20화 [육아일기] Ep50. 엄마 좀 쉴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