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이제 더 이상 할 말이 없어..
엄마 인생 3년 차,
매일 감사함을 느끼며 살아갑니다.
소중한 일상, 그곳에서 얻는 행복과 배움을 공유합니다.
언제부터인가
아이는
역할놀이에 빠졌다.
그 덕에 우리 집은
역할놀이 굴레 속으로
들어갔다.
무한 역할놀이의 시대.
"엄마는 삐약이 하고,
나는 꼬꼬댁하고"
이 말을 하루에 족히
10번은 듣는 것 같다.
나는 몇 번이고
삐약이가 되어
상상력 제로인 엄마가.;;
삐약이 역할에 돌입해 본다.
(엄마가 하는 말)
"삐약삐약"
"삐약이는 자고 싶어요 삐약"
"삐약삐약. 누워있고 싶어요 삐약"
(역시나.. 다양하게 만들지 못하는
상황 설정들...)
그런데
역할놀이 하면서
또 느끼는 건.
아 내가.
이런 말을 아이에게
참 많이 했었구나. 하는 점이다.
아이는 부모에게서
자신이 들었던 이야기를
고스란히 전한다.
(아이가 역할놀이 중
내게 하는 말)
"삐약이야. 어린이집 갈 시간이야~"
"삐약이야. 양치하고 자야지요~"
"밥 안 먹으면, 젤리 안 줄 거예요~"
"야채, 브로콜리를 먹어야 키가 쑥쑥 크는 거야."
"엄마 회사 다녀올게~ 친구랑 사이좋게 놀아요~"
주로 행동의 지침에 대해
내가 아이에게 한 얘기들이
되돌아온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엽기도 하지만
음. 한편으로는
내가 이런 말들밖에 안 했나?
라는 생각도 든다.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어린이집에선 어떤 놀이가 재밌었는지
어떤 친구와 놀 때 행복했는지
왜 기분이 안 좋은지 등
아이와 감정을 나누는 말은
부족했음을 깨닫는다.
이따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면,
"얼른 손 씻고, 양말 빨래통에 넣고,
패딩 걸어놓고~"
이런 말보다는
"오늘 어린이집에서 재밌게 놀고 왔어?"
라고 먼저 말해봐야겠다.
역할놀이를 통해
이런 부족한 점을 발견하기도 하지만
역시나 역할놀이를 하는 건
말주변도 없고
상상력도 없는
내겐 너무나 힘든 과제 같다.
우리 집에 있는 모든
장난감들은
역할놀이의 소재가 되어
돌아오니.;;
무궁무진한
이 역할놀이 세계에서
언제 헤어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이 또한 지나가겠지...
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거북이와 토끼가 되어
상어와 오징어가 되어
환자와 의사가 되어
사장님과 손님이 되어
물고기랑 고양이가 되어
도마뱀과 브라키오사우르스가 되어
아이와 대화를 나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