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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근해 Mar 07. 2024

1. 두 번의 유산 끝에, 찾아온 선물.

내일 그 선물을 만나러 갑니다!!


Ep1. 두 번의 유산 끝에, 찾아온 선물.




2022년 8월.

난 두 번째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알았다.


“야호! 지금 8주래, 내년에 4월에 낳겠는데?

따뜻한 봄날에 태어나는 아이라니 너무 좋다~”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

이제 둘째를 한번 가져볼까라고 생각했던 시점에,

 빠르게 찾아와 준 점이 너무 고마웠고

첫째 아이와의 두 살 터울도,

봄에 태어날 아이라는 것도 너무나 감사했다.     


나는 어느 때와 다름없이 하루하루를 보냈고

시부모님과 함께 여름휴가도 떠났다.

물 좋고 공기 맑은 양양에서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하하 호호 웃고 떠들며 지냈는데..

휴가 막바지에 첫째 아이를 시작으로,

우리 가족들이 하나 둘 아프기 시작했다.


우리는 코로나였다.

보건소에서 양성판정을 받고,

난 임산부라고 하니. 그에 적절한 약을 처방해 주셨다.

나의 증상은 열이 나고 배가 아픈 것.

코로나는 수많은 증상들이 있고,

사람마다 다른 증상이 나타난다고 알고 있어서

나는 그런가 보다 했다.


일주일가량의 격리 생활이 끝나자마자,

나는 남편과 첫째 아이와 함께 산부인과로 향했다.

코로나로 인해 예정된 날보다 일주일 뒤에야 진료를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질 초음파 검사를 실시했는데.. 의사 선생님의 다소 경직된 말이 들려왔다.

“아이 심장이 멈췄네요”


“......?”

잘못들은 줄 알았다.

그리고 남편과 눈이 마주치고는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음. 유산은 누구나 할 수 있어요. 너무 힘들어하지 말아요”

라고 위로의 말을 끊임없이 건네주셨지만..

죄송하게도 내 귀에 들어오는 건 몇 마디 없었다.


“코로나랑 관련 있다고는 보기는 어렵고,

이렇게 임신 초기 유산 같은 경우에는 염색체 이상일 가능성이 큽니다.

계속 갔어도. 아마 10달을 채우기 힘든 염색체였을 수도 있어요.

마음 편하게 가지세요.”라고 말씀하셨다.     


특별한 증상이나 출혈이 발생한 것도 아닌데 유산이라니..

내겐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내 경우는 계류유산에 해당했다.

사실 '계류유산'이라는 단어도 처음 들었고,

유산도 여러 종류가 있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계류유산은 사망한 태아가 유산을 일으키지 않고 자궁 내에 남아있는 경우를 말했다.

내 경우는 병원 방문이 늦어졌기 때문에,

소파술로 긁어내야 한다고 하셨다.     


다음날로 바로 수술시간을 잡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그냥 눈물이 주르륵..

이건 뭐지.. 또 주르륵..

흐르고 또 흘렀다.

가만히 있는데도 자꾸 눈물이 흘렀다.

내 마음이 어떠한 말로도

위로되지 않을 만큼 힘들었던 듯하다.      


그렇게 난 8월 말에. 처음으로 아이를 잃었다.     


3개월 정도가 지나고..     

다시 임신을 시도해 보자는 의사 선생님말에

둘째를 간절히 원하고 있었던 나는 노력하기로 했다

'유산은 누구나 할 수 있다'라는 말에 위로를 받으며..

다시 한번 용기를 내 본 것이다.


     2022년 12월 말쯤.

또다시 임신 사실을 병원에서 듣게 되었다.

“이번엔 괜찮겠지? 제발 괜찮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5주, 6주. 7주, 8주..     

그리고 9주째..

응? 갑자기 새벽에 배가 너무 아팠다.

 잠을 못 잘 정도였다.

'어우 불편해. 일이나 해야겠다' 하고

거실에 앉아 노트북으로 일을 하고 있는데..     


[왈칵]

....?

흥건한 피였다.


난 놀라울 정도로 차분했다.

처음에 경험했던 유산보다 담담했고,

차분하게 거실매트의 피를 다 닦은 후 화장실로 향했다.

변기에 앉아 멍하게 앉아 있었다.

내 몸에서 피가 계속 쏟아지고 있었다.

뚝뚝 뚝뚝..


이게 자연유산인 거구나.라고 생각했고

남편에겐 이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깨우지 않은 채..

무려 3시간 동안 멍하니 화장실에서 덩어리째

나오는 피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아침이 밝았다.


일어난 남편에게

“오빠. 나 유산했어.”라고 담담하게 얘기했다.

그리고 회사에 알린 후 개원시간에 맞추어 병원에 갔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자연유산 되었어요. 이제 일주일~열흘 정도 피를 더 흘릴 거예요.

일단 소파술 시행하지 않고 자연적으로 배출될 수 있도록 지켜보죠”라고 얘기하셨다.     


첫 번째 유산 때.. 인터넷을 통해 많은 지식을 습득해서 인지

이 또한 낯설지 않았다.

 자연유산이 되면 어떤 과정에 걸쳐서 아이가 나가게 되는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정리되는지..

이미 다 알고 있는 느낌이어서 맘이 힘들진 않았다.     


첫 번째와는 다르게 눈물도 흐르지 않았다.

그리고 동네방네 임신사실을 자랑하고

떠들고 다녔던 첫 번째와는 다르게,

남편 말고는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어서..

유산했다고 얘기할 일도 없었기에

2차적으로 오는 힘듦은 없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했던 힘듦이 이 이후에 왔다.

1주일이면 다 배출된다던 피를,

 난 보름 가까이 되도록.;; 흘렸다.

외출했는데,,

 바지가 다 젖을 정도로 피를 흘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피 묻은 바지를 손으로 비비며 빨고, 이불을 몇 번씩이나 빠는

 내 정신상태는 너무나 피폐해져 갔다.

만약 겨울철이 아니었다면.. 롱패딩이 날 가려주지 않았더라면..

난 길거리에서.. 아마 패닉상태가 되지 않았을까..     


병원에 갔더니

 “온전하게 모든 게 배출되지 않은 상태”라고

얘기하셨고

결국 소파술로 깨끗하게 긁어내자고 하셨다..     


그렇게 두 번째 아이를 잃었다.     


첫 번째때는 처음이라서,

생각지도 못한 일을 겪어 마음이 너무 힘들었다면

두 번째때는..

생각보다 너무나 오래도록 진행되는 유산과정 탓에 마음이 너무 힘들었다.     


결국..

이 두 번의 유산 경험을 통해.

아이를 임신하고,

10달 동안 키워내는 것은 정말 어렵고 힘든 일이라는 것.

생각대로 되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아마 경험해 보지 못했더라면,

절대 이해할 수도 없었을 영역이라고 생각되는

유산하고 난임으로 고생하시는 산모분들의

마음을 아주 조금은 알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아이를 가져야 하는 것인가.     

이미 두 번의 실패를 했는데..

해가 지나고 고민은 커져갔다.

또 실패했을 때에는.. 정말 무너질 것만 같았다.

  

그럼 이대로 포기해?

‘첫째만 있어도 되지 뭐. 충분하잖아~‘     

아냐 아냐!

’ 둘째까지 있으면 더 좋을 것 같아. 셋째는 바라지도 않아. 둘째까지만 ㅠ‘

하루에도 몇 번씩 내 마음은

갈대처럼 이리저리 움직였다.      


왜 내가, 무엇 때문에 둘째를 포기하지 못하는 걸까??

왜 계속 이 끈을 놓지 못하고 고민하는 걸까??     


흠. 이대로 포기하면 아주 나중에.

아예 시도도 못할 폐경기쯤 되어서 후회할 것 같았다.     

또한 첫째 아이를 보며 느낀 수많은 감정들.

어떠한 것으로도 대체될 수 없는 아이가 주는 행복감.

누군가를 이렇게 온전하게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이 생긴다는 것 자체가

내게는 큰 것 같았다.     


몸도 마음도 좀 안정을 취한 후,

정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다시 한번 도전해 보기로 했다.      


그렇게 몇 개월이 흐르고...


2023년 7월..

또다시 내게 하늘이 주신 기회,

하늘이 준 선물, 천사가 찾아왔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문이 닳도록

산부인과를 들락날락했다.

5주 때부터.. 16주까지 정말 매주 가서 확인했다.

남편이랑 갔을 때,

또 안 좋은 얘기를 들을까 봐 매주 혼자 갔고,

아이의 태명도 16주까지는 정하지 않았다.


의사 선생님께서도 매주 방문하는 날 보며

 “이제 그만 와라. 왜 또 왔냐”라고 얘기하셨지만.

난 꿋꿋이.;;

불안한 마음을 그렇게라도 달래며

38주 정기산까지 왔다.

(둘째 아이 임신과정 얘기는 다음 편에서 만나요.)


그렇게 내일    

2024년 3월 8일. 10시에

수술방으로 들어가 우리 둘째를 만난다.


드. 디. 어.

비. 로. 소.

  기다리고 기다린 끝에

두 번의 유산이라고 하는 아픔 끝에.

우리에게 온 마지막 선물 같은 아이를

만나게 된다.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아이를 만난다는

설렘과 기쁨만으로

충전한 후

오늘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그리고,

38주까지 버텨준 아이에게

그리고 나에게!!

정말 고맙고 감사하다.

   

곧 만나자.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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