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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근해 Mar 21. 2024

3. 엄마랑 같은 날 태어날래?

이것도 선택할 수 있다고?


공교롭게도

선택권이 생겼다.


우선 3월 출생이라는 점과

첫째 때 제왕절개를 했기 때문에 두 번째 출산에서는

제왕절개 수술로 확정된 상황이었고,

응급상황을 대비하여 38주쯤에,

진통이 오기 전에 꺼내야 한다고 하셨다.


그래서

의사 선생님이 제시하신

월요일부터 금요일중에..

내 생일이 속해 있었다.


만약. 아이와 생일이 같을 수 있다면..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처음 이 소식을 듣고,  

비교적 단순하기로 소문난

나는 신이 났다>_< 꺅.      

"우아! 이럴 수가. 이건 운명이야!!!!"

 

엄마와 아들이 365일 중,

 같은 날 태어나면,

 얼마나 의미 있어~~

정말 좋다아아 아~~

아들내미랑 생일이 같으면,

생일상도 같이 차리고,

같은 날 같이 축하해 줄 수 있으니까

 좋지 않은가?^-----^     

생일이 같아도,

나쁠 건 딱히 없을 것 같았다.

     

보통 제왕절개로 수술날짜를 잡아야 하면,

작명소 같은 곳, 사주 보는 곳에서 날짜를 받아온다고 하던데..

 나는 그런 곳에서 데인게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하진 않기로 하고, 주변사람들과 의견을 나누는데 그쳤다.

     

나의 고민거리를 가지고

직장 동료분들, 친구들을 동원해 투표도 해보았는데

내 생각과는 다르게

"생일은 따로 해야 한다"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우선, 아들이나 엄마 모두가 불쌍해질 수 있다는 것.

자신 만의 온전한 생일잔치가 아닌

엄마랑, 아들이랑 곁들여서 하는 생일잔치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

 1년의 한 번뿐인 생일을 같이 한다는 건,

 온전하게 그날을 누리는데 무리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아들이 점점 커갈수록

불만이 커질 수 있다는 것..

자기 생일을 맞이해서

 친구들이랑 또는 여자친구랑 어디 놀러 가고 싶고 그런데.;;

 같은 날이면 엄마도 챙겨야 하니까.;;;

 그날은 꼼짝없이 집에서 보내야 하는 것 아니냐.. 는 의견이 다수..

 같은 맥락으로 아들의 며느리 입장까지 나와서.;;

 거리가 먼 경우, 남편생일에

가족끼리 오붓하게 보내거나 여행을 가고 싶을 수도 있는데.;;

 어머님 생신이다??

그럼 시댁에 가야 하는 사태가 올 수 있지 않냐라는 것.....


응??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의

며느리까지 생각해야 하는 건가 ㅋ

안 와도 되는데.;; ㅋㅋ

난 내 남편이랑 보내면 되지 뭘 그렇게까지..

그냥 며느리입장은 불편하다는 것.;;;      

수많은 현실 며느리들이 입장을 대변했다.


그리고 점점 엄마가 묻히지 않겠냐.

엄마의 생일은 그냥 지나가는 느낌이다.

또 무던한 성격의 네가

생일을 챙기려고 들것도 아니니.

아들이 좋아하는 음식, 아들의 선물 등으로 이루어진

아들 위주의 생일파티를 하고,

초만 더 꽂아 노래 부르는 정도로 끝나지 않겠냐..

하는 나의 성향을 파악해 말해주는 지인도 꽤 있었다.ㅎㅎ

지금은 괜찮을지 몰라도~ 나이 들어가면 얼마나 서럽겠냐고..      


음... 모든 부분이 공감되는 건 아니었지만,

나 또한 생일은 같아야 한다는 것에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지 않았기에

"좋아! 다르게 가겠어!

1년 중에 한 번뿐인 날이니까

 내 날을 챙길 테야!!"

라고 결정했다.


그럼 아이를 내 생일

앞에 낳을까, 뒤에 낳을까ㅋㅋ

선택의 여정 속에서 허우적허우적ㅋㅋ

     

일단 난, 최대한 아이를 늦게 낳고 싶었다.

왜냐하면, 첫째 때 40주를 다 채웠는데..

겨우 니큐를 면할 만큼의 작은 아이를 낳았기에..

가능하다면 조금이라도 더 내 뱃속에서 키우고 싶었다.


게다가..

이왕 이렇게 된 거,

엄마의 생일 먼저 챙기자.

아들내미야. 하는 욕심이 생겼다. ㅋㅋ     


우리 첫째 딸아이를 보니까

이번 연도 생일날을 기점으로

 3일간의 파티를 열었다.;;

하루는 시댁식구들과,

그 당일에는 우리 가족끼리,

그다음 날에는 아이 친구들끼리 등등..ㅋㅋ     

어차피 이렇게 오래 할거..

이 중에 하루를 나의 생일로 보내면서,

나부터 챙겨라 이거지! 훗.     

일주일을 가족 파티 주간으로 만들자!!

라고 생각했다.


또.. 올해

내 생일날,

특별하게 하는 건 없어도

         병원에 누워있고 싶진 않았다.          


그렇게 내 생일 바로 다음날.

38주에 낳는 걸로..

수술날짜가 정해졌다. 

나름 심사숙고해서 내린 결론이었다.

남편은 묵묵히 그냥 결정에 따라주었다.


이젠 아이가 버텨주는 일이 남았었다.

계속 배가 뭉치고, 가진통이 난무했던 36주부터

나는 아이가 예정일보다 빨리 나올까 봐 노심초사했고

틈날 때마다 누워있으며,

밤마다 "아이야. 좀 나중에 보자"하며 기도하며

그렇게 버텨왔다.     


결국. 다행스럽게도(?)

예정일에, 예정된 시간에 나는

수술실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나중에 자신의 생일에 대한

아들의 반응이 어떨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ㅎㅎ


만약, 당신이었다면

어떤 선택을 하셨을까요??

당신의 선택도 궁금해지네요.


저의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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