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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근해 Mar 28. 2024

4. 둘째가 태어났다.

둘째 출산기


드디어 둘째 아이를 만나는 날이 왔다.

그간 많은 걱정과 불안 속에 보냈던

 38주의 시간이 무사히 지나간,

이날의 아침은 설렘으로 다가왔다.


경건한 마음으로 목욕제개를 하고

어제 싼 출산가방을 챙겨

설레는 마음, 가득 안고 병원으로 갔다.

      

첫째 출산때에는,

 유도분만을 시도하다가..

결국 제왕절개 수술로 진행했기에

굴욕 3종 대장이라고 하는 "관장, 제모, 내진 "

이 모든 걸 다 겪었는데     

둘째 때에는

수술할 부위의 제모 정도로 끝났다..

     

휴.. 여전히 부끄러웠지만

괜찮았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아이를 만나는데 이쯤이야..

아침에 목욕하며,

느꼈던 설렘이 아직까진 남아 있어서

괜. 찮. 았. 다.      


제모후에 다음단계로

태동검사와 자궁수축검사를 진행하니

두근두근 두근두근 하는

우리 아이의 심장소리가 들려왔고,

마지막 태동도 느낄 수 있었다.


아니, 막달인데도..

바깥세상으로 나오기 삼십 분 전인,

이 시점에서도...

아무것도 모른 채 잘 놀고 있구나. ㅎㅎ


웃음이 났다.      


다음진행 사항으로

수액 맞을 곳에 주삿바늘을 꽂은 후,

수술 동의서에 사인을 하고,

아이를 위한 여러 가지 검사에

 대한 안내를 받았다.


국가에서 지원되는 선천성대사이상질환부터,

자부담으로 진행되는 혈액형 검사, 염색체 검사 등.

수많은 검사들이 있었는데...


첫째 때는 과감하게 하지 않았던,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었던~,

 염색체 검사 같은 것에..

계속 눈이 갔다.


이상하게 망설여졌다.

구두쇠로 소문난 내가

 25만 원이 훌쩍 넘는 이러한 검사에..


망설여진다는 건

 내 마음속에 불안감이 있어서이기 때문일 거다.     


두 번의 유산이

내게 남긴 상처와 불안은

 매우 컸던듯하다.


두번의 유산은 모두

10주, 9주에 진행되었다.

이는 염색체 문제가 큰 경우가 많아서 그렇다고 하니까..

"염색체"라는 단어에 꽂혀서..

 간과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모

염색체 이상 검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왜냐하면, 검사결과

염색체로는 아무 문제없다고.

과학적인 수치와 결과로 접근해 준다면.

더 안심이 될 것 같았다.


잘한 선택이라고 구두쇠인

 나를 설득시키며 넘어갔다.

행여나 안 좋은 검사 결과가 나온다면...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기로 하고..    


곧이어, 9시 45분쯤.

난 수술실로 걸어 들어가

    차디찬 수술대 위에 누웠다.     

의학 드라마에서 많이 보았던

큰 불빛들이 나를 비추고 있었고..

나는 두 팔을 뻗고 기다렸다.


설렘으로 가득 찼던 내 마음은.

이제..

두려움과 무서움으로 가득 찼었다.     


첫째 때와 마찬가지로

하반신만 마취하고

아이가 태어나면

보고 자는 걸로

결정했기 때문에..


아이를 꺼내기까지는..

내가 버텨야 하는 시간이다.      

눈이 부시게 빛나는 수술실 조명들을 바라보며

잘될 거라고, 연신 되뇌며 심호흡했다.     


그때,

첫째 출산과, 둘째 임신기간 동안

담당해 주셨던 의사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그 의사 선생님이 오셔서

내 손을 꼭 잡아 주시며 건네주신 말씀.

"많이 무섭죠??

다 잘 될 거니까 걱정 말아요. 곧 아기 봅시다! “

 잡아주신 손이 너무 따뜻하고 감사했다.      


의사 선생님과 짧은 인사 끝에,

마취과선생님이 이제 척추마취를 한다며..

나를 옆으로 눕히고는

새우처럼 등을 말고

 움직이지 말라고 했다.


첫째 때에도..,

 마취주사를 맞을 때,

내가 정말 새우처럼 튀어올라

다들 붙잡아 주셨었는데..


둘째 때에도..

반응은 동일했다..

소금을 쫙 깐 불판에 들어간 새우처럼

난 튕겨졌다


"어어! 안 돼요!!!!!!!"

 수술방에 있는 모든 선생님이 소리칠 정도로..


근데 이게 정녕 내 맘대로..

조절이 가능한 건가??? 힝..

다른 산모분들은 안 움직이시는 건가??

이건 마치 무릎반사와 같은 무조건 반사 아닌가 ㅠㅠ


어쨌든..

나는 다시

내 옆에 있던 간호사 선생님의

 옷자락 끝을 잡고 의지했고,

여러분의 간호사선생님이

더 붙으셔서 내 몸을 꽉 잡아주신 채

몇 차례 등을 찔려야 했다.

 

척추 마취가 시작되었다..

신기하게도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군데군데 찌르시면서 느껴지는지를 물으셨는데.;;

뭘로 찌르는지도 모르겠고,

 어딜 찔렀는지도 모르겠는 그 느낌...

      

그 순간,

내 시야는 큰 초록색 천으로 다 가려졌고,

 내 하체 부분은 더 이상 보이지 않은 상태에서.

"마취 잘 되었네요. 그럼 시작하겠습니다"라는 말이 들렸다.


시계를 보니 10시 05분이었다.     


"시작"이라는 말과 함께,

내 몸은 격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달달달달달달달.....

 하반신 마취였기 때문에,

 마취가 되지 않았던

양 팔의 떨림은 온전하게 느껴졌다.

 손과 어깨가 떨리는데..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

달달달달달달달..

어지럽고 토할 것 같기도 했다.

 

씩씩하게 수술실에 들어왔지만....

알게 모르게 긴장이 많이 되었나 보다..

심호흡을 하며, 날 진정시키려고 노력했고

얼른 시간이 흘러가길 바랐다.     


그러는 순간,

 갑자기

슈웅~~ 와르르르르..;;(?) 하는 느낌..

무언가 빠진 느낌과 함께,

슝슝슝~~ 쓰읍 쓰읍 쓰읍 읍

 하고 무언갈 빨아들이는 소리가 들리더니

저 아래쪽에서     

으아아 앙~ 하고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10시 12분이었다.


아이가 나오는 데까지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 순간. 떨고 있었던 내 손이 멈췄다.

 마음이 놓였다.. 휴.....


이제 끝났다.

아이가 으앙~하고 우니까..

 나의 불안과 걱정이 다 녹아내리는 듯했다.

곧 태지가 덕지덕지 붙은 아이를 내게 보여주셨다.


"안녕 아가. 반가워."


눈, 코, 입이 다 보여서 너무 안심이 되었다.


"도전아, 엄마야~"하니 울지 않았던 아이가  

갑자기 으앙아아아아앙!! 하고 울었다.

그래 너도 반갑구나...ㅋㅋ

하고 내 멋대로 생각했다.

      

난 아까와는 다르게 너무 차분해져서..

아주 패기 넘치게,

마취과 선생님께 

후처리를 하는 동안

 자지 않겠다고 했다.      


근데.. 시간이 지날수록..

후회했다..

 아잇. 잔다고 할걸 그랬다...


난 눈을 뜬 채로,

수술방에서 오가는 모든 소리를 다 들으며

오만가지의 생각을 하며 30분가량을 버텨야 했다.


가려짙 천 뒤에 내 몸에 대해서도 상상해 보고

'자궁은 어떻게 있고, 아이는 어떻게 뱃속에 있었던 거지??

지금 이 느낌은 뭐지? 뭘 하고 있는 걸까?? '

별의별 생각을 끊임없이 다하니..

몸이 다시 떨리기 시작했다..

덜덜 덜덜..

무서웠다..

얼른 이 수술방에 나가 남편을 보고 싶었다..     


염치없지만, 죄송한 감정을 담아..

"선생님. 죄송하지만 저 자도 될까요.. 그냥 쟤워주세요.."라고 얘기하니

다 끝났다고 했다... 휴...     


곧이어 난 회복실로 옮겨졌다.

회복실에서 남편을 눈 뜬 상태로 만날 수 있었다.

몸이 이때도 계속 떨려서,

따듯한 남편 손을 꼭 잡았다.


남편과 수술실 상황에 대해서,

수다를 떨고 있었는데,

깔끔해지고 모자까지 쓴

우리 둘째가 나와

내 옆에 누웠다.


내 옆에 누운 둘째 아이를 바라보았다.     

둘째 아이는 눈을 뜨고 있었고,

아아아 아아아아으아아앙~ 하는

아기공룡 같은 소리를 내면서 우릴 바라보았다.     


너무 귀여웠다

그리고 내 새끼라 그런지..

정말 이뻤다..

     

간호사 선생님이 손가락 발가락 다 있고.

양호한 상태라고 말씀해 주셔서 안심이 되었다.     


무사히 나온 아이에게

정말 고마웠다.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나는 두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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