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수유, 분유수유 중요하지 않아요
출산을 하면 끝인 줄 알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내게 큰 혼란과
패배감을 안겨준 것이 있었다.
그렇다.
그것은 바로 모유수유다
사실 출산 전엔, 모유수유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도 없다.
나 또한 그랬듯이..
경험해 보지 않으면 모를 일이다.
한때 나도
' 모유수유라고?
말 그대로 엄마가 아기 젖먹이면 되는 거잖아.
그냥 먹이면 되는 거 아니야?'
라고 쉽게만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다.
출산 전에 아무 생각 없이 보았던
‘산후조리원’이라는 티브이드라마에서
표현했던 장면들이 있다.
그 드라마 속에서는
2년 동안 완모(100% 모유수유한 사람)한 사람이
서열 1위에 올라서는 이상한 권력관계를 보여주었다.
심지어 혼합수유나 분유수유를 하는
산모들 중 대다수가
완모 하는 산모를 우러러보았고
완모 하지 못하는 자신을 자책하고 위축되어 있었다.
조리원간호사 선생님께 분유수유를 부탁하고
자신만의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산모에게는
잘못이라도 했다는 듯이
몰아가는 극중 인물도 존재했다.
작가분이 우리네 삶과 현실을 잘 녹여냈다는 것을
출산하고, 직접 경험을 하니 알 수 있었다.
실제로 내가 느낀 바로도
우리 사회에서는 은연중에
엄마의 모유수유가
강요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었다.
적어도 내 주변엔 그랬다.
“모유수유 하지요?”
모유수유를 당연시하는 질문이다.
아니, 모유수유하는 것이 당연한 건가요?
“적어도 모유수유 3개월은 해야지”
아니, 이 기간을 왜 당신이 정하죠?
그리고 그 기간을 정한 기준은 무엇인가요??
“아기한테 좋은 모유 가려면, 엄마가 건강한 거 먹어야지.
그런 거 먹으면 되겠니?”
내가 알아서 할게요.
왜 가장 기본욕구인 식욕까지 제어하시나요
제발 그만 그만!!!!
난 오늘, 이 글을 통해,
이렇게 툭툭 던지는 모유수유에 대한 질문들과 말들이
때론 엄마들을 괜한 죄책감에 빠지게 할 수 있고
힘들게 할 수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
모유수유냐, 분유수유냐 이게 중요한 논쟁거리인가요?
모유수유를 하지 않으면 죄를 짓는 건가요?
분유수유를 하면 엄마 자격이 없는 건가요?
그렇게 생각하시지 않으신다면
제발 모유수유에 대한 질문을 멈춰달라고
말하고 싶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나는 수술로 아이를 출산했기 때문에,
수술 후 3일 정도 뒤에,
아이와 첫 대면을 하게 되었다.
그때,
모유수유를 시도하게 되었는데,
기대와 설렘으로 들어갔던 수유실에서
스쿼트와 런지를 100개씩 한 사람처럼
한 바가지의 땀을 흘리고 나온 그 경험이
잊히지 않는다.
말 그대로 전쟁을 치르고 나온 느낌이랄까.
뭐지?
왜 안 무는 거지?
왜 이렇게 힘든 거지?
분명, 유튜브로
모유수유 자세와 방법을 익혀 왔는데.
잘 적용되지 않았다.
이론과 실전은 다르다는 것을
또 한 번 경험했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기에,
모유수유를 하고 오면
곧바로 다시 영상과 책을 뒤적이며
자세와 방법을 교정해 보고, 다음번 수유텀에서
또 적용해 보고, 또 익히고, 또 시도해 보곤 한다.
이 과정을 반복하며 아이와 합을 맞춰나간다.
또 아이가 젖을 빨다가
쉽게 잠에 빠지기 때문에
먹고 잘 수 있도록 아이를 깨워야만 한다.
이렇게 깨워가며 먹이면
수유시간은 약 30분에서 45분 사이.
수유텀은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사이이다.
이 말은 즉슨,
젖먹이고 돌아섰는데..
한 삼십 분 뒤에 아이가 또 우는 꼴이다..
잦은 수유텀으로 어디 맘 편히 나갈 수도 없고
통잠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아이가 얼마나 먹었는지 알 수가 없으니
수유텀을 잡는 것도 꽤나 오래 걸린다.
방금 젖을 먹었는데도
바로 더 달라고 하는 아이를 보면
젖이 없나.. 하는 씁쓸함도 느껴야 한다.
신생아 때는 하루 12번,
한 달 이후에는 최소 8번 정도의 수유로 인해
목과 어깨에 통증도 고스란히 엄마 몫이다.
이렇게 모유수유는
엄마의 희생을 갈아 넣은 것이다.
이렇게 힘든 길임을 알고도
많은 엄마들은 모유수유를 원한다.
하지만
모유수유를 하기 위해선
여러 조건이 필요하다.
엄마의 의지,
아이의 빠는 힘,
그리고 적절한 젖양과
적절한 유두의 모양 등등.
이 모든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원활하게 모유수유를 할 수 있다.
엄마가 의지만 있다고
완모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의 경우는
아이가 계속 배고프다고 보챘고,
중간중간 분유를 주다 보니
아이가 더 이상 젖을 물지 않아
서서히 단유 하게 되었다.
이처럼,
모유수유는 내 맘대로 되는 게 아니다.
모유수유를 하지 못해
아쉬움도 살짝 있긴 하지만
분유수유를 함으로써
난 더 행복해졌다.
남편과 교대로
새벽수유를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삶의 질이 확 올라갔다.
이 행복감은 고스란히 아이에게 전달된다고 본다.
모유수유고 분유수유고
중요하지 않다.
육아에는 정답이 없듯이
수유에도 정답은 없다.
분유수유하고 있는 나는
더 행복하게 아이를 돌보고 있다.
그러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은
산모들에게 모유수유를 강요하는 듯한 말은
자제해 주셨으면 한다
또한 주변지인이,
또는 사랑하는 내 아내가
모유수유를 하고 있다면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다고
칭송해 주어야 마땅하다.
그리고 분유수유를 하시는 분들께
위축될 필요 없다고, 더 당당해지자고
얘기하며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