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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화강고래 Apr 15. 2024

여행자의 특권_먹거리 탐험 1

하와이 여행기 3

하와이에 다시 가게 된다면, 

여행을 결심한 순간 제일 먼저 떠오른 건,


"치즈케이크팩토리의 치즈케이크"


치즈케이크를 좋아하는 내가 처음 방문했던 치즈케이크팩토리의 치즈케이크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다. 한국에서 맛본 치즈케이크보다 1.5-2배나 컸고, 다양한 맛과 비주얼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인상적이었다. 친구들과 3-4개 주문해서 한 입씩 야금야금 입안에 넣으면 부드럽게 녹아내리던 맛을 잊지 못해 결국 치즈케이크공장은 머릿속에 각인되었다. 하와이에 도착하자마자 망설이지 않고 그곳으로 직행했다. 내 맘속 1순위 식당으로. 


와이키키 해변에 위치한 치즈케이크팩토리의 위엄은 그대로였다. 진열장에 놓인 케이크들을 쳐다보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역시나 혼자서 한 조각을 고르기란 너무 힘들었다. 이때만큼은 동행자가 있었으면 싶을 정도로. 오리지널 치즈케이크 대신 색다른 치즈케이크를 먹어보겠다는 마음으로 직원에게 물었다. 추천메뉴를... 과일토핑을 이야기했더니 파인애플 치즈케이크를 추천했다. 그렇게 주문한 파인애플 치즈케이크를 설레는 마음으로 맞이했다. 


치즈케익팩토리



파인애플 치즈케이크



8시간 혼자 날아온 것도 뿌듯한데, 치즈케이크를 앞에 두니 피식 웃음이 나오면서 혼자만의 감격스러움이 하늘을 찌를 듯했다. 치즈케이크와 재회했다. 부드러움의 끝은 어디일까 싶을 정도로 역시나 살살 녹았다. 이런 게 바로 순간, 찰나의 행복일 테지. 예전에 기억하는 크기보다 약간 작아진 듯한 느낌은 나만의 착각일까 싶을 정도였지만, 만족 대만족이었다. 아프고 나서 케이크류를 웬만하면 덜 먹으려고 노력하고 있는 나였지만, 오랜만의 치즈케이크 앞에서는 자유로웠다. 스스로 정한 일상의 기준을 벗어나 잠시 일탈하는 여행자의 특권을 누리기로 마음먹었기에 가능했다. 혼자 앉아 음악을 들으며 음미하며 몇 분을 먹고 나자, 신기한 건, 더 먹고 싶어도 이제는 속에서 거부했다. 머리는 '괜찮다, 더 먹어볼까'라고 말을 건네나 속에서는 '이미 이 정도면 충분하니 그만'이라고 문을 닫고 있었다. 맞다. 잠깐의 흥분이 떠난 자리에 느끼함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15여 년 전 하와이에 살 때는 지금만큼 먹거리가 유명하지 않았다. 하와이 음식이라고 내세울 만한 특별함 대신 중국, 일본, 한국, 필리핀, 포르투갈 이민자들의 식문화와 하와이 로컬문화가 어우러진 그저 소박한 음식만 소리 없이 존재했다. 화려함이라고는 태생부터 찾아볼 수 없이, 그저 단순함 자체였다. 소위 말해, 그다지 먹어야겠다는 욕구가 없었다. 내 식욕 탓도 있었겠지만. 지금은 방송과 인터넷의 영향으로 하와이에서 먹어봐야 음식이 당당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순위는 무시하고 블로그나 여행책자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으로는, 


- 포케

- 로코모코

- 아사이볼

- 말라사다 도넛

- 새우트럭 새우요리

- 쉐이브아이스


음식이 정해지니 맛집도 덩달아 정해져 있다. 공항에서 셔틀을 타고 이동하는 중에도 친절한 기사님이 식당 몇몇 곳을 가리키며 맛집이라고 알려주실 정도였다. 그래, 이번 방문에는 다른 건 몰라도 포케와 아사이볼, 그리고 말라사다 도넛은 먹고 가기로 했다. 추억의 맛은 다시 느끼고, 새로운 맛은 추가해야 하와이 여행자로서의 숙제를 마치는 것 같았다. 




포케


포케는 하와이식 회덮밥이다. 이미 한국에서도 꽤 유명한 '건강식 샐러드'로 인식된 하와이 음식이 될 정도가 되었으니 하와이본토에서의 인기는 짐작할 만했다. 생선을 깍두기처럼 썰었다는 뜻의 포케는 고대 하와이 사람들이 생선을 소금, 해초 같은 것과 버무려 먹기 시작한 것에서 그 기원을 찾고, 어부들이 갓 잡은 생선의 자투리를 밥 위에 올려 간장에 비벼 먹으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1970년대부터는 채소, 견과류, 해조류를 곁들여 먹으면서 오늘날의 포케로 발전했다는 나름의 역사가 있다. 지인을 만난 김에 포케를 먹어보겠다고 했다. 관광객에게 유명한 와이키키 주변 포케집이 아니라, 로컬에게 인기 있는 곳으로 나를 안내했다. 한 그릇 음식으로 적당했다. 인터넷에서 보던 샐러드식 비주얼과는 차이가 있었다. 

로컬 식당에서 맛본 포케


간장소스가 베이스로 깔려있고, 참치회와 야채를 버무려서 먹었다. 신선한 참치와 곁들인 야채가 색다른 맛을 연출했으나, 약간 짜서 다 먹을 수는 없었다.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서브웨이식 커스터마이징 한 포케집이 아닌 식당 메뉴 중의 하나라서 그런지 다양성은 없어 약간 아쉬웠다. 어쩌면 로컬스럽다는 게 본질에 가깝다는 게 아닐까 싶다. 포케도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다양한 토핑과 소스를 곁들여 변신했다는 증거라고 생각되었다. 로컬음식의 재탄생이다. 



아사이볼


카페에서 맛볼 수 있는 아사이볼이다. 브라질산 베리인 아사이베로 건강에 좋은 블랙푸드 중 하나라고. 그레놀라 위에 아사이베리, 딸기, 바나나와 같은 과일 토핑을 얹고 꿀을 뿌려 주로 아침에 먹는 영양을 생각한 시리얼인 듯했다. 와이키키 주변 카페를 지날 때마다 커피와 아사이볼을 맛보기 위해 아침부터 줄을 선 사람들을 매일 봤다. 오후 늦게 출출해서 해변을 바라보며 유명하다는 아사이볼을 맛봤다. 짐작할 수 있는 보이는 대로의 맛이었다. 


한산한 카페 풍경
아사이볼 




하와이 물가가 상당했다. 아사이볼 하나도 $13.87 이라니. 그나마 팁을 지급하지 않은 가격이다. 그 값어치가 있는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한번 먹고 말 것이니, 여행자로서 한번 시식해 보는 값이려니 했다. 10년이면 변한다는 강산이 두 번째 변하려고 해서 당연한 것일 수도 있으나, 아무리 그래도,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관광지인 하와이를 경험하는 가격은 꽤나 비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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