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보니 괜찮습니다.
건강을 위해 산책하기 시작했다. 몸과 마음을 추스르는 데에 이 만한 것은 없었다. "울산에서 요양하고 왔습니다."라고 주저하지 않고 자신 있게 말할 정도다. "요양"이란 단어는 보통 심신의 회복을 위해 도시가 아닌 곳에서 쉬는 것을 뜻한다. 주변사람들과 떨어져 지내면서 혼자서 조용히 지내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울산에서 조용히 암 투병을 하는 내 모습이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수도권에서 거리상으로 300km나 되는 동남쪽 끝에 위치한 도시, 서쪽엔 산, 동쪽엔 바다가 있고, 집 근처엔 태화강국가정원이 있어 자연친화적인 삶이 가능했다. 월든 호숫가에 집 짓고 살았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된 듯했다. 태화강국가정원에 집을 짓고 살 수는 없었지만, 1년 365일 중 300일은 그곳을 찾아 산책하며 자연의 경이로움을 관찰했다. 내 속도로 걸으며 하늘도 보고, 들판도 보고, 나무도 봤다. 마이크로월드에 빠져들었다. 봄여름가을에 작약, 라벤더, 양귀비, 수레국화, 해바라기, 국화, 코스모스, 백일홍이 나를 위해 피고 지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코로나 팬더믹 시기에도 대면접촉을 걱정할 필요 없이 집에서 20분 거리인 그곳으로 갔다. 같은 하늘아래인데도 공기부터가 달라 숨쉬기가 편해졌다. 찌뿌둥한 몸도 우울한 마음도 내 앞에서 사뿐히 날아다니는 흰나비를 보면 어느새 반가운 마음에 무겁던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는 듯했다.
요양하며 사는 단순한 삶의 다른 축은 독서였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자 자연스럽게 뭔가 다시 해보고 싶은 욕구와 함께 변화의 주체가 되고 싶었다. 암을 경험하고 코로나 19를 겪은 "전업 주부"로 살다 보니 젊고 건강했던 과거에 비해 초라하고 불안정한 스스로에게 자극이 필요했다. 건강이 어느 정도 회복되자, 예전의 관성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뭔가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상 뭐라도 시작하고 싶었다. 취생몽사(醉生夢死- 아무 의미 없이, 이룬 일도 없이, 한평생 흐리멍덩하게 보내는 것)가 되지 않도록 매일 좋은 습관을 유지하고 성장마인드로 주변을 넓혀가며 살아가기로 했다. 무엇보다 "자기 계발서의 힘"을 믿는 사람으로 바뀌었다.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자기 계발서를 읽으며 나를 자극했다. 아플 때는 그냥 삼시세끼 밥만 해주고 애들만 바라보며 살자했는데, 회복되니 그냥 죽기는 아깝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나의 쓸모가 오로지 가정에만 한정되지 않고, 바깥으로 확장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나는 사람의 쓸모와 삶의 의미를 중요시하는 사람임을 재확인했기 때문이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근시안적인 태도로 살아온 과거를 뒤로하고 나를 채우는 제2의 인생을 살고 싶다. 요양하며 살게 된 단순한 삶의 방식 덕분에 비워진 나를 관찰하게 되었다. 비워진 자리에는 나만의 인생을 바라볼 수 있는 태도가 들어섰다. 건강한 삶, 의미 있는 삶, 즐거운 삶을 살기 위해.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에우다이모니아(eu 좋은 daemonia 영혼)"의 삶을 살고 싶다. 삶을 전체적으로 관조하면서 느끼는 행복, 내 삶의 의미를 찾아 소명을 다해 살고 싶다.
팀 페리스의 <<타이탄의 도구들>>
가장 처음 읽었던 자기 계발서이다. 구절구절마다 곱씹어 생각하고 실천할 문장들로 가득하다. 몸과 마음이 힘들 때 다시 힘을 내게 해 준다.
"그날 가장 중요하게 생각되는 일 한 가지에 2-3시간을 집중하면 썩 괜찮은 하루를 살게 된다. 슬럼프 탈출에도 효과 만점이다... 최고 중에서도 최고로 평가받는 사람들도 내가 만나보니 별 것 없었다. 단 한 가지 규칙만을 배우면 충분하다. 그들을 키운 팔 할은 이 한 가지였다. '성과를 내는 날을 그렇지 못한 날보다 많이 만들 것' 그러니 세상을 너무 과대평가할 것도 없고, 자신을 과소평가할 일도 아니다. 우리는 생각보다 뛰어난 사람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75-76)
내 책상 앞에 적어놓은 글귀들이다. 자극이 된다.
"쓰고, 쓰고, 쓰고, 또 써라."(147)
"그만두어야 새로운 것이 시작된다."(158)
"모든 것을 기록으로 남겨라"(245)
"스스로를 향해 걸어라"(2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