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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수아 Nov 23. 2021

핀란드에서 태어났으면 원어민이죠

원어민보다 못한 원어민

핀란드 원어민 한국인 2세


작년 여름 우리 집에 2명의 중고등학생들을 식사 초대를 했다. 평소에 친하게 지내는 동생들이다. 이 동생들은 각각 핀란드에서 태어나다시피 해서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이다. 두 동생들이 서로 핀란드 말로 대화하는 모습을 참 많이 봤다. 처음에 이 동생들을 만났을 때 정말 신기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밥을 먹다가 문득 궁금해져서 동생들에게 물어봤다. "너희는 핀란드 사람들보다 더 핀란드 말을 잘하니?" 이런 질문을 한 이유가 뭐냐면, 공부 잘하는 한국인 2세들이 미국에서 미국 사람보다 영어를 더 잘한다는 이야기를 어디서 들어봤기 때문이다. 이 동생들도 똑똑하고 하니 더 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물어본 것이다. 


원어민도 결국엔 연습 차이


그런데 동생들 왈 "아뇨 핀란드 사람들이 더 잘해요." 솔직히 좀 당황했다. "아니 너희는 여기서 태어나다시피 해서 핀란드 사람들이랑 비슷한 수준이지 않니?" 그러자 동생들 왈 "아니에요 저희는 학교에서만 핀란드 말을 쓰지 집에 오면 한국어를 쓰기 때문에 한계가 있어요. 오히려 핀란드 친구들은 집에 가서도 엄마 아빠랑 핀란드어로 이야기하고 어른들이 쓰는 핀란드어도 접하기 때문에 더 핀란드 말을 잘해요." 


이 말을 듣고 뭔가 머릿속에서 퍼즐이 맞춰지는 것 같았다. 한 동생이 또 이런 말을 했다. "가끔 (핀란드) 친구들이 제가 모르는 단어를 써요. 그러면 제가 물어봐요 그게 무슨 단어냐고, 그러면 친구들이 알려주곤 해요." 핀란드 학생들은 집에서 엄마 아빠가 쓰는 단어들을 배운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부족함을 느끼긴 하지만, 그래도 원어민이죠, 핀란드 사람들이 우리랑 전화 통화하면 핀란드 사람인 줄 알아요."


동생들과 이야기를 하고 나서 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원어민보다 조금 부족한 원어민 이것은 연습부족이다는 생각이 들었다. 쉽게 말해 핀란드 학생들은 집에 가서 핀란드어를 더 연습하는 것이고, 동생들은 집에 오면 핀란드어 연습을 멈추는 것이다. 그런 환경적인 요인 때문에 연습량에서 차이가 나는 것이고, 곧 실력차(?)가 나는 것이다. 


원어민도 연습 해야 해


만약 이 동생들이 지금부터 핀란드어로 된 신문이나 경제 정치에 관한 글들을 읽으면서 핀란드어를 계속해서 공부해나간다면 어떨까? 훨씬 더 핀란드 말이 늘 것이다. 언젠가 핀란드인인 내 아내가 동생들을 두고 이런 말을 했던 것이 생각이 난다. "얘들이 몇 년 동안 핀란드 말이 많이 늘었어" 엥?? 원어민 같은 동생들이 말이 는다고? 그렇다 원어민도 연습하면 는다. 한국사람도 말하는 연습을 하면 더 말을 유창하게 하지 않는가? 


원어민이라고 다 같은 원어민이 아니다. 결국은 연습량이고 연습을 하면 원어민도 실력이 는다. "미국에 가면 영어가 늘겠지?"라는 생각에는 함정이 있다는 사실을 지금쯤 글을 읽는 분들은 깨달았을 것이다. 미국에 가야 영어가 느는 것이 아니다. 미국에 가면 영어 말하기 연습을 할 수 있는 환경이 펼쳐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결론적으로는 누가 누가 더 많이 영어 말하기 연습을 하느냐가 관건이다. 


유학생도 결국 연습량 차이


대학을 다니던 시절 6개월 1년 미국 유학을 다녀온 학생들과 영어로 대화해본 적이 있다. 많이 실망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그때 강하게 생각이 들었다. '미국에 간다고 영어를 잘하게 되는 것이 아니구나. 미국에서 말하기 연습을 많이 한 사람이 영어를 잘하게 되는구나' 이 생각이 한국에서 내 영어 말하기 실력을 극적으로 올리는 것에 일조했다. 


그 나라에서 태어났다고 원어민 수준으로 말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주변에는 몇십 년 핀란드에서 살았지만 핀란드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핀란드 말을 하는 연습을 해야 핀란드 말을 할 수 있다. 영어도 마찬가지다. 미국 한인 타운에 20년 사신 아주머니가 영어를 잘 못하시는 이유는 영어 연습이 부족해서이다. 


말하기 연습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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