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마다 교육청의 안내에 따라
학생생활인권규정을 만들고
사실 이에 따라 매뉴얼대로 생활지도를 해야 한다.
특히나 학교폭력에 관련하여 학생 지도를 할 때는
절차대로 지도했는지가 굉장히 중요 쟁점이 되기에
평소 매뉴얼을 숙지해야 한다.
매뉴얼을 숙지 해야 하는 것은
교사 뿐 만 아니라 학생, 보호자 모두이다.
그래서 나는 6학년 친구들에게
학기 초에 학생생활인권규정을
모두 프린트해서 나눠주었다.
교사와 학생에게 어떤 권리와 책임이 있고,
내가 교사로서 상위 규칙을 따르는 것,
학생들이 학교의 상위 규칙을 따르는 것이
기본이라는 메세지를 주고
이에 동의를 구하고 싶었다.
2시간에 걸쳐서
학생생활규정을 다같이 읽었다.
그냥 줄줄 읽으면 재미 없으니...
팁을 나눠보려 한다.
아이들에게 재미없는 걸 하려면
달달한 것은 필수이다.
학생생활규정을 줄줄 읽는 것 만큼
아이들 입장에서는 공자왈 맹자왈이 따로 없다.
뭘로 꼬셔볼까 하다가
예전에 결혼 답례품으로 받았던
초코쿠키가 생각났다 ㅎㅎㅎㅎ
이정도면 아이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하다.
이거 한박스면...
생활 인권규정이 무슨
아이돌 노래 급이 된다.
그렇다면 사정없이 빈칸을 넣어준다.
빈칸을 맞춘 친구에게는
쿠키를 주고 바로 그 자리에서 옴뇸뇸...!
아이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살 수 있다.
규칙마다 교사의 무궁무진한
생활지도 썰을 풀어주면
아이들은 너무 흥미롭게 잘 듣는다.
예를 들면 복도에서 전력질주하다가
넘어져서 6개월 팔 깁스해서
목욕도 못하고 엄마가 머리감겨준 6학년 이야기
교실에서 친구 인디안밥 하다가
잘못 때려서 앞니 날려먹은 6학년 이야기
선생님한테 쌍욕해서
교무실 끌려간 이야기
등교정지되면 좋을 것 같지?
지역사회에 소문 일파만파 퍼져서
오히려 쪽팔려서 학교 못나오는 이야기
강제전학가면 꼴도 안보고 좋을 것 같지?
강제 전학 간 학교에 소문 다 나서
정말로 조용히 살아야 하는 이야기..
앞으로도 꼬리표처럼 따라다닌거라는 이야기.
사실에 기반했지만 어느정도
MSG를 팍팍 쳐가면서
다양하게 예시를 들어줘야
아이들 삶에 팍팍 닿게 된다.
특히나 역할극을 하면 좋은 부분은
훈육에 대한 부분이다.
문제행동을 하면 자리를 옮기고,
그래도 안되면 복도로 나가고
그래도 안되면 교무실로 가는 그 부분....
분리고시에 대한 부분인데
이게 정말로 실제로 적용할 때는
아비규환이 따로 없다.
이미 지적을 당해서 감정을 상한 아이가
자리를 옮기면서 1차분노하고
또 자리를 옮기며 2차분노...
교무실로 가면서 3차분노....
울고 불고 쌍욕하는 아이를 보면
사전에 이 절차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다 하더라도
그 설명이 충분하지 않음을 느낀다.
그래서 이 부분은 여러번 역할극을 한다.
수업시간에 칼을 꺼낸 아이
수업시간에 떠드는 아이
수업시간에 노래를 큰 소리로 부르는 아이
이 아이들과 나와 대화를 통해서
단계에 대해서 명확히 머리에 남기도록 노력한다.
물론 역할극에서는 아이들이 모두 즐거워하고
장난스럽게 네~~~ 하면서 가기 때문에
아이들은 그냥 재미있는 시간이라고 느낀다.
그정도만 느껴도 충분하다.
과자도 먹고 웃으면서
인권규정을 다 읽고 나서는
우리 학교만 있는건지 모르겠지만
붙임으로 붙어있는 책임규약에
서명을 하도록 했다.
서명을 한 동시에 동의를 한 것으로 본다.
아이들 서명만 받는 게 아니라
학부모님 서명을 받아서
교사-학생-학부모 모두가 지켜야하는
아주 중요한 규약임을 인지시킨다.
그리고 파일철 맨 처음에 꽂아놓고
늘 눈 앞에서 어른거리게
셋팅을 해두었다.
이걸 해두고 잊으면 안된다.
늘 반복 또 반복 해야한다.
수업시간에 떠드는 아이가 있으면
슬며시 다가가 구두로 경고한다.
너 한번만 더 떠들면/뒤돌아보면/지시를 따르지않으면
학생생활인권규정에 의거해서
다음에는 뒤로 가야해. 알지?
그리고 그 다음에 또 반복되면 어쩌지?
그래. 복도로 나가.
복도로 나간 다음은?
그래. 교무실이야.
길게 이야기하지 않고
그 다음 아이에게 닥칠 일들을
그냥 말로만 하면 된다.
보통의 경우는 지도가 된다.
보통의 경우가 아니라면?
별 수 없다. 이 꽉 깨물고 1000번 반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