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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희 Mar 20. 2024

내가 버린 옷은 어디로 갔을까?

첫 알바로 구매한 외투


중학교 2학년 겨울 방학에 처음으로 친구 아버지가 운영하는 서점에서 아르바이트한 적이 있었다. 교복을 입고 다니던 시절, 멋진 사복 외투를 하나 장만하는 게 소원이었는데 엄마는 공부는 하지 않고 웬 외투 타령이 나며 거절하셨다. 한참 멋에 눈을 뜨기 시작한 사춘기 시절, 나와 내 친구는 한 달 동안 책을 나르고 진열대를 정리하고 먼지 닦는 일을 기꺼이 했다. 힘들었던 한 달이 지나고 난생처음 번 돈으로 친구와 나는 한걸음에 동대문시장으로 달려가 시장을 뺑뺑 돌며 쇼핑을 했다. 휘황찬란한 옷들이 디스플레이된 시장 안은 그야말로 신세계였고 고심 끝에 멋진 겨울 외투를 사 입었다.

  

나는 옷을 좋아한다. 옷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부터 가슴이 설레고 쇼핑할 때 신이 난다. 옷은 늘 가지고 싶은 품목 1호였고 돈을 벌면서 옷을 마음껏 살 수 있음에 기뻤다. 멋진 옷을 입게 되면 신데렐라라도 되는 줄 알았는지 한 달 내내 번 돈을 아주 쉽게 옷 사는데 써버렸다. 지금도 옷장에 남편의 옷은 한편으로 밀려나고 대부분은 내 옷이 차지하고 있다.



버려진 옷이 만든 쓰레기 강


아프리카 가나의 수도 아크라에는 전 세계 사람들이 버린 옷들이 만든 거대한 쓰레기 강이라는 게 있다는 것을 유튜브 '크랩'을 통해 알게 되었다. 우리가 헌 옷을 수거함에 넣으면 일부는 빈티지 샵으로 가지만 대부분은 인도나 캄보디아, 아프리카, 가나 같은 개발 도상국으로 수출된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세계 5위의 헌 옷 수출국이라는 놀라운 사실도 알게 되었다. 전 세계에서 몰려온 옷 중 절반은 팔리지 않고 쓰레기로 버려진다. 영상 속에서 소들이 풀 대신 합성섬유로 된 옷을 뜯어먹고 있고 장면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18세기의 부르주아 계급이 탄생하면서 그들은 새롭게 얻은 부와 지위를 자랑하고 싶어서 남들과 차별화된 새로운 스타일의 옷을 추구하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패션사업이 발전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옷이 필요한 명확한 이유보다도 새로움에 대한 열망으로 계속 새 옷을 만들고 사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문제는 매년 1,000억 개의 옷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흰색 면 티셔츠 한 장을 만드는데 2,700리터의 물이 필요하지만, 우리는 면티 하나를 고작 몇천 원에 사서 입고 버리며 산다. 옷을 대량으로 만드는 시기가 오면 강가의 물 색만 보고도 한 해의 트렌드 컬러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고 한다. 류산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양은 전 세계 선박과 항공산업을 합친 것보다 많고 강에 떠다니는 합성섬유의 옷들은 썩지 않는 미세 플라스틱으로 지구를 오염시키고 있다.



옷을 사지 않는 한 해


나도 옷을 기분 내키는 대로 사고 쉽게 버리고 살았으니 쓰레기 강이 만들어지도록 원인을 제공한 사람 중 하나다. 옷이 말도 안 되게 많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된 것은 이사를 가면서 짐 정리를 하다 보니 내 옷만 몇 박스가 나왔을 때였다. 분명 옷장에서 입을 옷이 없었는데 돈 대신 차곡차곡 옷만 모았다는 자괴감이 들었다. 더욱 어이가 없는 것은  같은 색상, 비슷한 디자인의 옷이 수도 없이 많았다는 사실이다. 직장 생활하고 퇴직하면 남는 건 옷과 구두밖에 없다고 하더니 보고도 믿지 못할 희한한 일을 벌여놓은 주인공이 나였다.


미니멀리스트라고 가지고 있는 옷을 다 버리고 몇 벌의 옷으로 사는 사람들을 TV나 책에서 많이 봐왔다. 하지만 버리기에만 지나치게 무게중심을 두기보다는 처음부터 필요한 것을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 작년 있는 옷으로 생활하며 옷을 사지 않겠다고 호기롭게 결심을 했지만, PT를 시작하면서 운동복을 사는 바람에 실패했다.

그리고 올해 다시 옷을 사지 않는 한 해로 재도전하고 실천 중이다.


솔직히 말하면 입을 옷이 없었던 이유 중 하나는 내 몸무게가 늘어 맞지 않기 때문이었다. 옷보다 중요한 것은 적정 체중 관리를 통해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가지는 게 우선되어야 한다. 가지고 있는 옷을 입기 위해 지금은 운동을 매일 하려고 노력 중이다. 적정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오늘도 남편과 산책을 나와 가볍게 운동하고 있다.  


나는 적은 것을 가지고 자유로운 선택을 하며 단순하고 소박한 삶을 살아가기 위한 미니멀리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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