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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희 Feb 21. 2024

먹는다는 것

식습관 바꾸기

늘 소박하고 단순하게 살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했지만 돌이켜 보면 그런 삶을 살지 못했다. 남들이 원하는 나로, 남들이 부러워하는 삶을 살기 위해 허겁지겁 살아왔다. 왜 남의 기준에 맞추는 삶을 살아왔을까? 다른 사람 눈높이에 맞추는 삶은 단순한 삶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 글을 연재하는 이유는 내가 바라는 간소한 삶을 살고 싶은 바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공간을 가득 채운 물건만 줄이면 미니멀 라이프라고 여겼다. 하지만 나와 내 주변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것들과 이별을 해야 될 때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오늘은 가볍고 진솔한 내가 되기 위한 생각을 풀어 본다. 

 


탐욕의 삼시세끼


어려서부터 하루 세끼를 거르면 큰일이라도 날것처럼 엄마는 든든히 먹여 우리를 키우셨다. 직장을 다니면서는 대충 아침을 때우고 퇴근길에 동료들과 삼겹살에 소주 한잔, 주말에는 가족들과 치킨에 맥주 한잔을 먹어가며 이게 행복이라 여겼다. 한국인은 가족을 식구라 부르고, 우리는 밥심으로 산다며 골고루 잘 먹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산다. 


퇴직 후 안 먹던 달콤한 음식에도 손을 대기 시작했다. 힘들 때마다 음료와 빵과 떡볶이, 라면, 통닭, 피자를 시켜 먹었다. 집안일에서 해방되고 싶은 나에게 음식 만드는 수고로움을 덜어 주는 메뉴들이다. 과식으로 쉽게 만족감까지 주는 기름진 가공식품들은 가히 유혹적이었다.


화학 재료들이 들어간 가공식품은 중독성이 강했다. 가공식품의 조미료 맛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다른 음식에서 만족감을 느낄 수가 없었다. 늘어가는 몸무게가 걱정되어 독한 마음으로 한 끼를 건너뛰면 다음 날 폭식으로 이어졌다. 결국 내가 먹는 탐욕의 음식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간소한 삶을 산다고 하면서도 많이 먹어 탈이 났다. 처음에는 피자 한 조각에도 만족하던 내 몸은 점점 이것저것 폭식을 원하고 있었다. 불량한 음식으로 하루 세끼를 먹었던 것이 몸에 부담이 되었다. 먼저 관절이 아파 걷기가 힘들어졌다. 작년 여름 관절염으로 손이 퉁퉁 붓고 아파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가 힘들 정도였다. 독소가 쌓이면서 몸이 아파왔다. 결국 고지혈증과 당뇨 경계라는 의사의 경고로 강제적으로 식단 조절에 들어가야만 했다. 



소박한 식사


제 인류가 하루 세끼를 챙겨 먹기 시작한 것은 17세기 이후부터라고 한다. 전문가들은 건강을 위해서는 간헐적 단식이나 하루 한두 끼 식사로도 충분하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단식은 자신이 없어 음식 습관을 바꾸는 것부터 하기로 했다. 푸짐한 아침밥 대신 신선한 샐러드와 삶은 계란으로 아침을 먹었다. 가장 마음에 드는 접시에 샐러드를 담고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천천히 먹었다. 


서두를 이유는 없다. 채소가 싫다면 가장 나쁜 것부터 하나하나 먹지 않으면 된다. 습관이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은 아니다. 건강하게 먹는 습관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고 입맛이 변할 때까지 하면 그뿐이다. 점심에는 담백한 나물 비빔밥 한 그릇이나 생선구이를 구워 먹었다. 서서히 샐러드가 먹을 만 해졌고 소박한 밥상으로도 만족감이 들기 시작했다.


가공식품을 안 먹었더니 미각도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다. 신선한 재료의 맛을 그대로 살리거나 간단하게 쪄서 먹는 최소한의 조리법으로 요리를 하려고 한다. 간단히 먹는 습관 덕분에 주방 살림도 간소해졌다. 몇 년을 가지고 다녔는데 그릇도 필요한 사람에게 나눠주며 정리를 했다.  


아프고 나서 음식은 감정을 통제하는 도구로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것도 깨달았다. 음식은 하루를 살아가기 위한 에너지를 얻기 위해 먹는 것이다. 오늘 하루 나에게 필요한 만큼의 음식을 욕심내지 않고 먹으려고 한다.

식사 습관을 바꾼 지 반년이 지나고 관절염은 나아지고 고질병인 알레르기 비염도 사라졌다. 

 


건강한 삶

 

가장 좋은 아침 식사는 아침 공기와 산책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 가급적 걸어 다니고 있다. 작년 운동을 시작해 8개월째 지속하고 있다. 처음에 근육통이 심해 그만두고 싶었으나 지금껏 지속한 것에 스스로를 격려해 주고 싶다. PT 선생님이 6개월이 고비라고 꾹 참고 하다 보면 습관이 될 거라고 하던데 아직도 운동가는 시간에 내적 갈등을 겪는다. 


건강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운동해야 한다. 심하게 운동하면 체중이 줄어들지만 지속하기는 어려워 가볍게 하려고 한다. 운동은 식단과 같이 병행되어야 한다. 어느 한쪽 바퀴에 문제가 생기면 앞으로 나갈 수 없는 두발자전거처럼 식사와 운동을 같이 해야 시너지가 난다. 매일 반복되는 일이라 사소한 일로 치부할 있지만 식단과 운동은 정말 중요하다.


죽는 그날까지 소중한 사람들에게 짐이 되긴 싫다. 나를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서라도 발암물질인 통조림이나 가공육인 소시지 따위로 배를 채우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삶은 단순하다. 건강하기 위해 의학의 힘을 받기보다는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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