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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희 Mar 06. 2024

미니멀리스트의 흔한 실수들

더 이상 사지 않는 것들

헛 똑똑 미니멀리스트


살 생각도 없고 필요하지도 않은데 휴대폰에서 세일을 알리는 알람을 보고 홀린 듯 물품을 사거나 백화점 세일에 충동구매를 했다. TV 채널 돌리다 쇼호스트의 다시 올 수 없는 기회라는 멘트에 색상만 다른 바지 다섯 벌과 탈모 방지 샴푸 10통을 사 선심 쓰듯 나눠주기도 했다.


나는 왜 이렇게 즉흥적일까? 기업의 마케팅 선동에 넘어가는 바보 같은 사람일까? 사놓고 항상 후회하는 짓을 무한반복 하는 내가 생각해 보면 부끄럽다. 왜 미니멀리즘을 시작하려 하나? 흰색 벽지에 멋진 가구만 단정하게 있는 집을 보며 저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냥 기준도 없이 다른 사람의 방식을 무조건 따라 하다 보니 매번 실수가 잦았다. 


그리고 지금도 미니멀리스트라며 어리석은 행동을 반복하고 있다. 가지고 있는 그릇을 버리고 새하얀 그릇을 사기도 하고 이쁜 유리병에 양념을 담아 주방을 꾸미며 TV에 나오는 미니멀리스트의 집을 흉내 내기도 했다. 물건을 정리한다며 멋진 수납 용품을 사 오기도 하고 취사도구를 정리하고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 행동을 하고 있었다. 어려서부터 엄마는 나를 헛똑똑이라고 불렀는데 이제야 왜 그렇게 불렀는지 알 것 같다. 


미니멀리스트라 하고 새로 사는 어리석은 맥시멀 리스트 행동을 하고 있다니 미니멀라이프에도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추억이 깃든 건 함부로 버리면 안 돼 


내게는 오래된 은수저 세트가 있다. 은 제품은 스테인리스보다 관리가 몇 배는 힘들다. 주기적으로 닦아주지 않으며 검푸른색으로 변해 막 발굴한 유물이나 골동품처럼 보인다. 사용하지 않고 오랫동안 보관만 하다 꺼냈으니, 유물이 맞을지도 모르지만, 닦을 생각은 안 하고 몇 번이나 버릴지 말지 고민했었다. 친정엄마가 시집갈 때 가족 건강을 위해 마련해 주신 은수저인데 겨우 닦기 싫다는 이유로 버리려 했다니 참 어리석기 그지없는 사람이다.


오늘은 버리려던 은수저 세트를 살려볼 요량으로 끄집어냈다. 소다를 수저와 젓가락에 골고루 뿌리고 행주로 문지르다 보니 산화된 검푸른색이 슬슬 옅어지기 시작했다. 한참을 더 닦다 보니 살짝 빛까지 나기 시작했다. 오래된 수저에 이런 빛이 숨어 있었다니 신이 나 계속 문질렀다. 팔이 떨어질 정도로 마찰을 내어 문지르다 보니 백화점에서 사 온 수저처럼 반짝인다. 


시집가기 전에 엄마는 그릇 세트랑 솥단지, 냄비, 별의별 거를 다 사다 다락에 모으기 시작했다. 갑자기 딸이 시집이라도 가면 많은 것을 못 해줄까 싶어 돈이 조금이라도 생기면 하나하나 다람쥐처럼 모아 놓으셨다. 팔이 아팠지만, 그 시절 엄마의 모습을 떠올리니 가지고 있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에코백과 텀블러를 사들이지 말라


또 하나 간과하기 쉬운 사실이 친환경이라는 제품들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에코백은 일회용 비닐봉지를 줄이자는 취지로 만들었지만 실상 환경보호에 도움이 안 된다. 공공기관이나 기업에서 홍보용 에코백을 무료로 나눠줘 나도 에코백이 몇 개 집에 있다. 이 에코백은 7천 번 이상, 19년 6개월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사용해야 비닐봉지 대체 효과가 나온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대형 카페에 가면 형형색색의 텀블러와 머크컵, 다이어리 등이 매장에 진열되어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 무늬만 친환경이다. 기업은 친환경이란 이름으로 마케팅할 뿐이지 환경보호에 앞장서고 있지 않다. 그런 걸 두고 그린 워싱이라 말한다. 그린워싱이란 매연이 나오는 굴뚝에 녹색 페인트를 칠하는 것 같이 친환경 코스프레를 하는 걸 말한다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가 미세 플라스틱이 되고 수많은 물고기가 떼로 죽는 모습을 다큐멘터리로 본 적이 있다. 북태평양에는 어마어마한 쓰레기 섬이라는 게 있다고 한다. 플라스틱 쓰레기들은 한번 생산되면 비용 문제로 거의 재활용되지 못하고 매립된다고 한다. 환경을 보호한다고 만들어 내는 상품조차도 플라스틱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인공적으로 우리가 만든 재료의 상품은 재활용이 된다고 생각해도 심각한 문제를 유발하는 거라 구매에 신중해야 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텀블러나 에코백으로 평생을 써도 이미 만들어진 제품이라 언제 가는 버려져야 한다. 섣불리 환경을 보호한다며 텀블러나 에코백을 사지도 선물하지 않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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