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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희 Mar 13. 2024

미니멀 라이프로 가는 작은 습관들

상상만 했던 일들을 해보는 걸로

나 없는 나의 삶


살다 보면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살 순 없다. 더욱이 밥벌이할 때는 싫은 일, 가고 싶지 않은 곳, 만나기 거북한 사람을 만나며 살아야 한다. 10여 년 전 모 시청 공보팀장으로 일한 적이 있었다. 아침 6시에 출근해 전날 홍보 기사가 제대로 나왔는지 확인 후 관련 기사를 스크랩하고 중요한 기사 중 오보 내용이 있으면 팩트체크를 했다. 문제는 저녁에도 술자리에 참석해 늦은 시간까지 언론사 기자들과 비즈니스 만남을 가져야 했다. 말이 비즈니스지 을로서 그들을 기쁘게 하는 일, 이게 좋아서라면 모를까 술을 먹지도 못하고 대화가 유쾌하지도 않아 그 시간이 참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세상 속도에 맞춰 앞만 보며 살다 어느 날 문득 뒤돌아봤을 때 나는 그저 누군가의 병풍처럼 살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누군가를 빛나게 하려고 하루 종일 서있는 병풍, 조직이 정해진 룰을 충실히 따르는 사람, 세상이 농담처럼 던진 질문에도 진지하게 답을 찾아내려고 아등바등 사는 공무원,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 대체할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나인 거 같은 느낌이었다.


매일 아침 이부자리도 정리하지 못하고 밥 먹은 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없는 나는 냉장고에서 유통기한 지난 음식을 쳐다보다 빈속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그날이 그날인 것 같이 반복되는 시간 이 모든 게 아무 의미가 없다고 느껴지던 날 멀쩡한 직장을 뒤로하고 백수가 되었다.




좋아하는 일 미루지 않기


수많은 비눗방울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며 보석처럼 빛났지만, 몇 초만 지나면 사라지는 줄도 모르고 연신 비눗방울을 불고 있는 기분이었다. 밥벌이를 위해서 시간을 팔아 잡동사니를 모으는 삶에 대한 염증, 마셔도 마셔도 계속되는 갈증 그 자체였다. 


퇴직으로 얻어진 나의 독립에 대한 불안감이었을까 너무 많은 생각이 나를 통째로 집어삼키며 한동안 괴롭혔다. 그 복잡한 생각의 고리를 끊어 내기 위해 물감을 사서 하얀 캠퍼스에 정신없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소란하던 마음이 차츰 수면 아래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림이 아니더라도 걷기나 글쓰기 무엇이든 몰두하는 것은 생각을 멈추게 만들고 마음을 고요하게 한다.


지난 1년 동안 태어나 처음으로 마음이 시키는 대로 살아봤다. 배낭을 메고 낯선 도시를 헤매었고 하얀 종이에 마음 가는 대로 글을 쓰고 틈틈이 못다 한 영어와 운동을 하며 살았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현미경으로 관찰이라도 하듯 숨도 쉬지 않고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다. 나에 대한 관찰이 깊어질수록 점점 미궁으로 빠져들어 갔다. 무엇 하나에 집중하지 못하고 이런저런 궁리와 시도로 바쁜 일상을 살고 있지만 전과 다른 점 하나는 즐겁다는 거다. 



나를 바꾸는 작은 습관들


가지고 있어도 더 사고 싶은 끊임없는 소유욕이 나를 힘들고 고통스럽게 만들었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나는 결코 무소유를 지향하지 않는다. 다만 쌓아놓지 않으려는 헐렁하고 게으른 미니멀리스트다. 퇴직하고 삶은 자유로워졌지만, 아직 미니멀리스트로 정착하지 못하고 맥시멀한 세계를 호시탐탐 쳐다본다. 잠시만 마음을 놓을라치면 집이라는 게 다시 전으로 돌아가려는 습성이 있다.


그래서 단정한 집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습관이 몸에 스며들게 하는 게 중요하다. 남들 다하는 거지만 매일 아침 이부자리 정리하기, 외출하고 돌아보면 바로 옷걸이에 걸어 옷장에 넣어두기, 설거지는 미루지 않고 그때그때 하기, 주기적으로 냉장고 안을 정리하여 부패한 식품을 밖으로 빼내기, 사용한 물건을 바로바로 제자리에 두기 등 실천할 수 있는 목록을 냉장고에 붙이고 잊지 않으려 한다. 거창한 거 하나도 없어 피식 웃을 일이지만 작고 사소한 습관이 자리를 잡게 해야 한다. 


니멀한 삶을 살고부터는 집이 좋아졌다. 하루 종일 있어도 답답함을 못 느끼고 산다. 인간관계 때문에 진을 빼기보다 건강한 관계를 맺으며 삶을 풍요롭게 유지해 가고 있다. 이 세상에는 사서 쟁이는 것보다 더 값진 일들이 많이 있다. 줄일수록 풍성해지는 삶 소유보다 경험에 더 마음이 끌리게 되었다


성공하지 못한 평범한 인생이지만 하루하루를 사소하고 작지만 빛나게 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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