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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희 Feb 07. 2024

스마트폰과 하루 1시간 이별

가끔은 아날로그인으로 살고 싶어

아날로그인 이주


2000년대 후반 스마트폰이 나왔을 때 한동안 피처폰을 사용하고 있었다. 팀원들이 사무실에서 스마트폰을 보며 킥킥대고 웃거나 자료를 주고받고 모습이 살짝 궁금하긴 했었다. 단톡방에서 나누는 이야기에 낄 수 없는 나를 위해 따로 설명해 주다 귀찮았는지 '탐장님도 새 휴대폰 좀 장만하세요. 요즘 업무도 이걸로 하는 세상이라고요!' 직원의 말이 새로운 세계로 들어오라는 유혹처럼 달콤하게 들렸다.


트렌드에 둔해 친구들이 CD 플레이로 음악을 들을 때 LP판을 고집하고 전자시계를 차도 하루 한 번 돌려서 밥을 줘야만 가는 아날로그시계를 좋아했다. 턴테이블 위에서 LP판의 미세한 홈을 타고 흐르는 음악이 좋았고, 태엽을 감으면 초 바늘이 일초 일초 부지런히 움직여 하루 24시간을 만들어 내는 게 좋았다. 수명이 다하기 전까지 교체하는 법이 없는 내가 퇴근길에 핸드폰 가게에 들러 스마트폰을 산 날이었다. 


아날로그인이 길을 오가며 SNS와 뉴스를 확인하고 은행과 쇼핑을 폰 하나로 끝내는 디지털 문명의 세계로 빠르게 적응하고 있었다. 업무처리는 물론 모르는 사람들과 SNS 친구가 되고 내 생각을 글로 포스팅하고 유튜브로 영어와 경제 공부까지 이만하면 디지털 문명인이라 자부할만하다.



중독된 디지털 신인류


과하면 모자람만 못하다는 말처럼 지나친 스마트폰 사용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한국인 하루 평균 스마트폰 사용 5시간, 세계 5위, 국민 4명 중 1명은 스마트폰 이용을 조절하기 어려운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이라는 한겨레 기사를 봤다.


심심치 않게 국회 본회의장에서 의원들이 회의 중에 게임과 카톡을 하다 망신을 당하고, 아이들의 게임중독이 심각하다는 기사를 본다. 아침에 눈을 떠 침대에서부터 자기 전까지 핸드폰과 한 몸이 된 신인류를 가리켜 ‘호모 아딕투스’(스마트폰에 중독된 신인류)라고 한다.

  

스마트폰 혁명을 일으킨 애플의 전 CEO, 스티브 잡스는 수많은 애플폰을 팔고도 정작 자녀들에게 핸드폰을 못 하게 했다. 유튜브에서 이제는 쇼츠나 릴스 같은 짧은 영상을 보며 한시도 스마트폰과 떨어져 지내지 못하는 게 요즘 사람들이다. 전문가들은 빅테크 기업들이 돈을 벌기 위해 디지털세계를 마치 유토피아처럼 선전하지만 사람들을 점점 더 도파민 중독에 빠지도록 설계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도파민은 동기를 유발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나무에 올라가 열매를 따야 맛있는 것을 느낄 수 있고, 목숨을 건 사냥 끝에 고기를 맛볼 수 있는 원동력이 도파민 덕분이다. 이런 도파민의 보상 체계로 인류가 지금까지 생존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스마트폰만으로도 쉽게 도파민을 얻을 수 있어 뇌가 참고 견디는 힘을 잃어가고 해야 할 일을 회피하고 있다.



디지털 미니멀리즘


언젠가부터 책을 읽다가 알림 소리가 들리면 여지없이 스마트폰을 본다. 글을 쓰다가도 스마트폰을 확인하고 재밌는 영상을 보거나 카톡을 하다 순식간에 1시간 이상을 낭비한 적이 많다. 카페에서 대화할 때도 얼굴보다 폰을 보고 티브이를 보면서 폰을 만지고 공부나 일을 할 때도 자주 확인하는 습관이 있다.


사실 멀티태스킹으로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우리 뇌는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할 능력이 애초에 없으며 집중력은 한정된 자원이라고 한다. 멀티태스킹으로 주의력이 분산되고 집중력은 약화될 뿐이라는 말이다.


올해 다시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하면서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최대한 줄여 보려고 간단한 룰을 만들었다.


첫 번째 룰은 하루 1시간 스마트폰과 떨어져 지내는 시간을 만들었다.

지난주부터 책 읽고 글 쓰는 하루 1시간 스마트폰 전원을 끄고 있다. 스마트폰 금단현상인지 나도 모르게 스멀스멀 눈이 스마트폰으로 간다. 옆에 두고 있는 것만으로도 주의력이 떨어져 다른 방에 두었더니 좀 더 집중력 있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시간을 정해두는 룰을 만들지 않으면 순식간에 시간을 지배당할 것 같아서 한 시간 이별의 시간을 가져본다.


두 번째 룰은 SNS 눈팅시간을 줄이기 위해 스마트폰에서 페이스북과 인스타를 지웠다. 물론 SNS를 컴퓨터에서 할 수는 있지만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들여다보는 습관을 고치기 위해서다. 답답하긴 해도 무심코 확인하는 습관은 확실히 줄어들고 있다.


세 번째 룰은 사람들과 만날 때 스마트폰을 가방에 넣어 두는 것이다. 대화에 집중하고 상대를 존중하는 습관을 지니기 위해서다. SNS 속 가벼운 인맥보다는 소중한 가족과 친구, 지인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마음을 다하는 관계를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미니멀리스트이지만 아직도 처분을 고민하고 있는 오래된 미싱과 턴테이블, 놋그릇 등이 몇 개 남아 있다. 어제는 턴테이블을 이제 버려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먼지를 털고 물걸레질을 했다. 20대 초반에 친구가 생일선물로 준 공일오비(015B) LP판이 턴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다. '아~ 이게 여기 있었구나' '오래된 연인과 수필과 자동차'라는 노래를 좋아해서 매일 밤 들었던 곡이다. 다시 듣고 싶지만 카트리지 바늘이 없어 지금은 들을 수가 없다. 노래 가사처럼 세월이 흘러 소중한 것을 잊고 살았다는 생각이 드는 밤이다. 오늘도 오래된 것들과 이별하지 못하고 그 시절 노래를 추억해 본다.


"우리가 이젠 없는 건 옛 친구만은 아닐 거야. 더 큰 것을 바래도 많은 꿈마저 잊고 살지. 우리가 이제 잃은 건 작은 것만은 아닐 거야. 세월이 흘러갈수록 소중한 것을 잊고 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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