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지하철역을 빠져나온 사람들의 발걸음은 마치 복사된 듯 닮아 있다.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같은 속도로 걸어간다. 검은 정장에 무표정한 얼굴, 한 손엔 커피를 들고 다른 손으론 휴대폰을 본다. 엘리베이터 앞에 선 줄에는 이미 무거운 공기가 감돈다. 지친 표정으로 하루가 시작된다.
책상 위 모니터가 켜져 있고, 키보드 소리와 전화벨이 간헐적으로 섞여 들린다. 사람들은 말을 아끼고, 화면을 응시한 채 같은 자세로 앉아 있다. 창밖의 계절은 바뀌어도 일터의 풍경은 늘 그대로다. 어제와 같은 오늘, 그렇게 익숙한 하루를 보낸다.
내일도 오늘과 다르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문득 스친다. 나는 지금 살아 있는 걸까, 그저 살아지는 걸까. 그렇게 하루가 흐르고, 다시 하루가 쌓인다. 별일 없는 날들이지만, 쉽게 흘러간 건 없다. 무너지고 싶던 순간을 견디고, 포기하지 않았던 시간은 조용히 나를 만든다.
언제부턴가 반복이 되어버린 일상이지만, 처음엔 분명 간절했던 시간이었다. 이 일도 한때는 간절히 바라던 자리였다. 기다리고 준비하며 어렵게 들어온, 내 몫의 일. 누군가에겐 여전히 부러운 일이기도 하다. 일에 대한 열정이 식어버리고 일상이 지루하게 느껴 때, 일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 영화가 있다. 바로 《퍼펙트 데이즈》다.
도쿄 시부야의 공공화장실을 청소하는 히라야마는 매일 같은 하루를 살아간다. 아침이면 이불을 정리하고, 화분에 물을 주고, 자판기에서 늘 마시던 캔커피를 뽑아 출근한다. 카세트테이프에서 흘러나오는 올드팝을 들으며, 정해진 경로를 따라 화장실을 청소한다. 그는 거울로 변기 밑면까지 비춰가며 정성껏 닦는다. 단순한 반복이 하나의 의식처럼 이어진다. 스스로의 삶을 정돈하듯 일상을 대하는 그의 태도는 무심한 듯하지만 깊이가 있다.
영화를 보면서 매일 같은 일상을 살아가지만, 그 안에 어떤 태도로 머물고 있는지. 히라야마는 묻지 않고 말하지 않지만, 그의 태도는 질문처럼 다가온다. 당신은 지금, 하루를 어떻게 살아내고 있느냐고.
이 질문은 자연스레 우리 자신의 일로 연결된다. 지금 우리가 하는 이 일, 그리고 그 일을 대하는 태도는 어떤 모습인가. 같은 일을 해도 믿음이 가는 사람이 있다. 같은 하루를 살아도 그 사람에게는 품격이 느껴진다.
좋아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태도는 조용해도 힘이 있다. 그 조용함 안에는 흐트러지지 않으려는 기준이 있고, 반복 속에서도 지켜내려는 자세가 있다. 일이 벅차도 허투루 대하지 않으려는 마음, 그런 태도가 습관이 되고, 그 습관은 결국 그 사람의 모습이 된다.
눈에 보이진 않아도, 포기하지 않고 버텨낸 시간, 별일 없던 하루도, 지나고 보면 분명 나를 이루는 일부가 되어 있다. 실제로 단순한 일을 반복해도, 스스로 그 일에 의미를 부여하며 정성껏 임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높은 성과와 만족감을 느낀다. 큰 프로젝트나 화려한 결과가 없어도, 하루를 대하는 태도는 시간이 흐를수록 분명한 차이를 만든다.
『퍼펙트 데이즈』의 히라야마처럼, 하루를 예의 바르게 대하는 사람은 그 하루를 자기 삶에 온전히 새겨 넣는다. 정성껏 쌓인 하루는 습관이 되고, 그 습관은 결국 그 사람의 품격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