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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사가 신효인 Jan 09. 2022

당장 죽을 만큼 힘든데, 시간이 약이라고요?

우울하고 기운이 나지 않을 때


그런 날이 있다.

우울함이 목 끝까지 차오르다 못해, 나를 집어삼키는 날. 잘 지내다가도 가끔 한 번씩 오는 그런 날.


하지 않을 수 있었던 실수를 했거나, 선택에 대한 의심이나 후회가 들거나, 삶이 버겁다고 느껴지는 등 어떤 이유로 갑자기 커진 우울함에 숨이 턱 막힐 때가 있다. 이런 날엔 큰 파도에 잠겨, 심해까지 가라앉는 기분이 든다. 빛은 전혀 느껴지지 않고, 주위에 보이는 건 시커먼 물뿐이다. 어둡고 깊은 바닷속에 있을 때, 시간이 약이 되진 않는다. 그 상태로 그저 시간이 흘러 괜찮아지길 바라고 있다가는 내 숨이 꼴깍꼴깍 넘어갈 테니까. 어떤 노력을 해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는 날에, 지금 당장 죽을 만큼 맘이 힘들 때 내가 스스로에게 해주는 말이 있다.


맘껏 속상해하자.
내 맘이 풀릴 때까지 원 없이.


난 실컷 속상해하고 힘들어한다. 맘이 괴로운 와중에 애써 괜찮다며, 신경 쓰지 말자며, 이 기분에 지지 말자며 날 다독이지 않는다. 보통 힘들다고 인정하는 순간, 모든 게 무너져 내릴 것 같은 두려움에 '힘든 나'를 모르는 척하는 경우가 많다. 아마 이를 악 물고, 악착같이 버티고 있는 상태일 것이다. 힘든 걸 모르는 척하는 게 습관이 되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음에도 그걸 인지하지 못한다. 그러다 갑자기 우울함이 자신을 집어삼키기도, 몸이 아프기도, 번아웃이 오기도 한다. 이럴 땐 예고도, 대책도 없이 이 타이밍에 푹 퍼져버린 스스로가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우울함이 오거나, 몸이 아프거나, 번아웃이 오기 전에 자신의 상태를 미리 체크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그러지 못했더라도 괜찮다. '아, 내가 이 정도면 방전이 되는구나. 이 이상은 감당할 수 없구나'하고, 심적 배터리 용량을 체크해볼 수 있었으니까. 자신을 알게 된 경험을 했으니까. 쓰러져버릴 만큼, 고장이 날 만큼 애썼다고 스스로를 알아주는 것에서부터 이제 마음 충전을 시작하면 된다.


전-혀 괜찮지 않은데 괜찮다고 할 필요도, 짜증 나고 싫고 두려운데 아닌 척할 필요도 없다. 힘이 들 땐 그냥 힘들어하는 게 가장 좋다. 중요한 건 '내가 왜 이러지?'하고 부정하는 것이 아닌, '나 힘들구나' 하고 알아주는 것이다. 그렇게 실컷 속상해하고 아파하고 불안해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내면에 힘이 생긴다. 그때부터 저 깊은 곳에 있었던 마음이 두둥실 떠오른다. 단 1cm가 떠올랐더라도 빛에 가까워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죽을 만큼 맘이 괴로울 때는, 그저 똑딱똑딱 흐르는 시간이 아니라 "내가 내 맘을 알아주는" 그 시간이 약이 된다. 자신의 우울함이 전염될까 주위 사람들에게 힘듦을 털어놓지도 못하는 사려 깊은 사람이라면, 더더욱 자기 맘을 잘 보살펴줘야 한다는 걸 꼭 기억해두자.




잘 해왔고, 잘하고 있고, 앞으로도 잘할 거다.

잠깐 쉬어가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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