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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사가 신효인 Mar 13. 2022

운동, 포기하고 싶을 때 버티는 연습

그만둘지 말지 고민이 된다면


최근에 건강검진을 받았다.


병원에 도착해 제일 먼저 받아 든 건강 상태 조사지에는 일주일 유산소 운동량과 근력 운동량을 적으라고 되어있었다. 나는 각각 주 2회 1시간씩, 주 3회 20분씩이라고 적었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이를 보시고, 유산소 운동은 적당한 강도로 주 2회 1시간 하는 것보다 매일 20분 동안 숨이 헐떡거릴 정도로 하는 게 중요하다고 하셨다. 매일 할 자신은 없었지만, '일단 해보자'는 마음으로 그날 저녁에 뛰러 나갔다.


핸드폰으로 노래를 재생하고 20분 타이머를 맞춘 뒤, 달리기 시작했다. 세 번째 곡이 흐를 때쯤 와- 정말 그만두고 싶었다. 숨이 목 끝까지 차올랐고, 심장은 터질 것 같았다. 언제 끝나나 싶어 얼마나 뛰었다고;; 남은 시간을 확인하려다, 많이 남은 시간을 보면 기운이 빠질 것 같았다. 그래서 일단 계속 뛰었다. 달리는 와중에 '내가 20분을 다 채워 뛰는지 확인하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너무 힘든데 그냥 그만둘까'하는 생각이 툭툭 튀어 올랐다. 하지만 왠지 지기 싫은 마음이 들어 그만 뛰고 싶은 욕구를 누르고, 또 누르며 뛰었다. 이때, '운동은 포기하고 싶을 때 버티는 연습이구나'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렇게 공원을 몇 바퀴 더 돌고, 이제는 시간을 한 번 봐도 될 것 같았다. 타이머를 꺼내보니 정확히 6분이 남아있었고, '와 14분이나 뛰었네? 6분은 할 수 있지'를 중얼거리며 이어서 달렸다. 그러나 14분을 해냈다는 뿌듯함을 길게 느낄 틈도 없이, 발을 내딛을 때마다 '첫날이니까 오늘은 이 정도만 뛸까?'라는 생각이 날 꼬시기 시작했다. 러닝 타임이 20분에 가까워질수록 더 세게 헐떡이는 숨과 함께, 포기하고 싶은 욕구도 강하게 차올랐다. 그 욕구와 싸우는 동안 시간은 좀 더 흘렀고, 다시 타이머를 보니 2분이 남아있었다. 이젠 정말 끝이 보인다는 생각에 힘이 났고, 결국 20분을 다 채웠다.


중간에 그만둘까 고민도 하고 언제 끝나나 타이머를 꺼내보기도 해서 멋지게 20분을 채운 건 아니었지만, 어찌 되었든 결국 해낸 나 자신이 꽤나 맘에 들었다. '오늘 해냈으니, 내일도 난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분도 했으니 나중에는 25분, 30분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날은 러닝 포함 1시간 넘게 운동을 해서 엄청 피곤했지만, 일기를 안 쓸 수가 없었다.


기억해두자.
처음 몇 번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들 때, 난 사실 좀 더 할 수 있다는 걸.
이제는 진짜 더 못한다며 정말 그만두고 싶을 땐, 목표가 코 앞까지 와있다는 걸.




할 수 있어

진짜 그만두고 싶을 때, 한 바퀴만 더

해낼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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