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도시와 그들의 이면에 있는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며
선사시대의 오랜 시간 동안 채집과 수렵 생활을 겪어온 인류는 마침내 농업 혁명을 거치면서 한 곳에 모여 살기 시작했다. 더 이상 떠돌아다니지 않아도 되는 ‘정주(定住)의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한 곳에 정착하여 살면서 식량생산이 늘어났고 더불어 인구도 증가했다. 작은 집 몇 채가 모여 하나의 촌락을 거쳐 규모 있는 마을로 성장하였다. 생산성의 향상으로 충분한 잉여 식량이 생기면서 굳이 모든 사람이 농업에 전념하지 않아도 되는 시기가 도래하였다. 다양한 직업의 분화가 생겨났고 마을이 커지며 드디어 도시로 발전하게 되었다. 초기의 많은 도시들이 사실상 하나의 작은 국가였다. 그리스나 지중해의 많은 도시국가들이 그렇게 성장을 했고 문자를 통해 역사에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다. 이런 초창기의 도시들은 이웃의 다른 도시들과 같이 협력하며 교역을 통해 상호 부족한 부분을 채워갔다. 하지만 항상 이러한 ‘협력과 평화’의 시대만 계속되었던 것은 아니었다. 도시 (또는 국가) 상호 간에는 협력이나 상생보다 더 많은 ‘갈등과 반목’의 시기가 존재했다. 때로는 자신의 이익과 생존을 위해 또는 공동체의 영광과 명예를 위해 수도 없이 많은 싸움과 전투가 벌어졌다. 지난 수천 년 동안 인류는 이런 방식으로 생존해 왔는데 이것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현재까지 남아있는 많은 도시들이 그 화려함과 부유함 이면에 ‘전쟁과 폭력’에 관한 자신들만의 고유한 기억과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부터 펼쳐질 이야기들 역시 이러한 ‘전쟁과 폭력’에 대한 기억을 지닌 여러 도시들에 대한 것이다. 이 도시들은 모두 내가 여러 차례 방문하거나 한때 거주했던 곳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런 점에서 이 글들은 각 도시의 중요한 역사에 대한 고찰인 동시에 나의 개인적인 여정의 에세이이고 삶의 발자취이기도 하다.
각 도시와 그 이면의 전쟁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많은 독자들이 인류사의 변곡점이 되었던 여러 사건에 대해 다시 한번 반추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