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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춘기 Sep 03. 2024

사춘기 자녀를 둔 중년의 쓸쓸함

스마트폰의 좋은 기능

세상이 참 좋아져서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알람이 온다.


7년 전 오늘, 5년 전 오늘 이런 식으로...

또 비슷한 느낌의 사진을 모아서 컬렉션으로

보여주기까지 한다.


노을이 질 때의 풍경이라든지

바닷가에서라든지

알아서 제목까지 지어서 보여준다.


나는 고1, 중2 형제를 키운다.

큰아이가 중2, 중3 때 남들과는 다른 사춘기로

우리 가족은 웃을 날이 없었다.

경찰서와 법원까지 다녀왔으니

분명히 일반적인 사춘기는 아니었을 것이다.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 가던 그때의 심정

살면서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나는 아이들이 어릴 때

여름만큼은 확실히 여기저기 데리고 다녔다.

물놀이를 좋아하기도 하고,

여름이야말로 신이 나게 놀 수 있는 계절이니까.



특히 여름에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녀서일까?

요즘따라 스마트폰이 추억 사진을 많이 보여준다.

옛 추억들이 떠올라서 반가우면서도

마음이 왜 그럴까.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시간이 너무 속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쓸쓸한 기분이 든다.

올해 처음으로 여름휴가를 안 갔는데

그래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이제 잠잠해진 큰애의 뒤를 이어

요즘은 둘째가 속을 썩여서 그런 것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심지어 눈물까지 날 것 같은 마음에

나조차도 당황스러웠으니까.


갱년기가 다가오고 있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또래 아이를 키우는 많은 어머니들이 느끼는

그런 감정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


평소에 속마음 대화를 잘 안 하는 남자애들이지만

어제만큼은 문자를 보내 봤다.

첫째와의 문자 내용이다.

그래 참으로 심플한 아들다운 답변이다.


그렇다면 둘째는 어땠을까.

잠시 놀랐지만 그 뒤론 안물안궁 상태가 된 느낌이다.

그래 중2병 걸린 너에게 답변을 받은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 하는 걸까 싶다.


이렇게 점점 나이들어 간다는 사실이

당연한 자연의 섭리가 요즘은 조금 씁쓸하게 느껴진다.


큰아이 사춘기를 겪으면서

공부를 못해도 행복하길 바라고,

지금의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최선으로 하려 한다.

6등급이면 어때.

행복해라. 그리고 네가 좋아하는 것 많이 사 먹어라.


오늘 아이 등굣길에도 잘 다녀오고 맛있는 것

사먹으라는 인사를 건넸다.

그거면 되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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